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 bad to good, good to greate

브레인 20호
2010년 12월 17일 (금)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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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광고에서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남의 생각, 남의 기준으로 사는 것을 그만두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 2010년엔 꼭 실천했으면 합니다.

연초에 인터넷에서 여행기를 하나 읽었습니다. ‘그냥 걷기’라는 제목의 담백한 여행기였는데,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해 3개월 동안 걸어서 전국을 한 바퀴 돈 대구 청년의 도보 여행기입니다.

여행기는 사뭇 감동적입니다.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딱히 여행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소심하고 폐쇄적인 한 청년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집에서 폐인처럼 지내던 그의 마음에 몽글몽글 솟아나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 발로 우리나라를 한 바퀴 걸어보고 싶다.’ 하지만 청년은 도무지 자신이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것 없는 인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계획만 세워놓고 끝낼까 봐 누구한테 말도 못 꺼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장만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장마철이 되었습니다.

‘그래, 이 장마만 끝나면 출발하자.’ 그런데 무슨 장마가 끝날 기미가 안 보입니다. 청년은 비가 그치길 바랍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비가 계속 오기를 바랍니다. ‘비가 그쳐야 출발을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비 때문에 출발을 못한다는 핑곗거리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청년은 급기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오늘은 꼭 출발해야 한다’라고 결정하기에 이릅니다. 그러고는 눈 딱 감고 한 발을 떼어놓습니다. 외지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한 채 그냥 걷습니다. 일단 북쪽. 안동으로 가기로 합니다. 뭐가 국도고 뭐가 고속도로인지도 모른 채 계속 북쪽으로 걷습니다.


마음이 답답해서 ‘그냥’ 걷다
여행기를 읽다가 이 ‘그냥’이라는 단어가 새삼 가슴에 와서 박혔습니다. 새해가 되어서 뭐 하나 새로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준비도 되지 않았다는 등 발목을 붙드는 이유들이 어찌나 많은지요. 언젠가 여유가 되면 꼭 해보겠다고 벼르지만 일상에 치이다 보면 꿈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버리기 일쑤입니다.

청년의 여행기가 와 닿았던 건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그냥’ 하는 거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실패를 합리화하고 핑계를 마련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토 달지 말고 그냥 하는 것. 일단 한 발을 떼어놓는 것. 우리 뇌는 움직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관성이 있어서 첫발을 떼어놓는 순간 어떻게든 그 길을 걷게 될 테니까요.

물론 호기롭게 첫발을 떼어놓았다고 해서 만사가 순조롭게 풀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괜히 감당하지 못할 일을 저지른 건 아닌가 하고 오만 가지 잡생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청년도 여행 첫날, 경상북도 군위를 12km 남겨두고 해가 지자 겁이 덜컥 납니다. 밤에 걷는 것은 왠지 위험할 것 같고, 발바닥이 아파서 더 이상 걷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 일단 집에 갔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할까? 아니면 차를 타고 조금만 더 갈까?’ 불확실한 위기 상황을 감지한 뇌가 계속 경고등을 울려댑니다. 그럼에도 청년은 처음 먹은 마음을 끝까지 붙잡고 한 발 한 발 나아갔고, 그 결과 청년의 도보 여행은 이후로 무려 세 달 동안 계속됩니다. 여행에 필요한 경비는 그때그때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법니다.

처음에는 정당한 일거리를 알아보는 것인데도 용기가 나지 않아서 몇 번을 망설이다 그냥 지나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달라집니다. 여전히 망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 한 달쯤 지나자 슈퍼마켓에서 “오늘 저 생일인데, 과자 하나만 주세요”라고 넉살 좋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여행이 끝날 무렵엔 “행여나 거절을 당하더라도 나는 다시 다른 곳으로 가서 어딘가에는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좋은 사람들을 찾아다니기만 하면 되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담대해졌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후기를 쓰면서 청년은 여전히 자신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만약 도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처음 마음을 접고 “걸어서 전국 일주를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있겠어?” 하고 그냥 눌러앉았다면 어땠을까요? 혹은 여행 한 달째에 통일전망대까지만 갔다가 바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적어도 지금 같은 여행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었을 겁니다.
(
http://gall.dcinside.com/list.php?id=hit&no=9405&page=1&category=&bbs에서 여행기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좋은 것(good)은 거대하고 위대한 것(great)의 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거대하고 위대한 학교가 없는 이유는 대다수의 학교들이 제법 좋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삶을 사는 사람이 흔치 않은 이유는 대개의 경우 좋은 삶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서 좋은 회사가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없는 이유,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은 많아도 위대한 삶을 사는 사람이 그렇게 드문 이유가 바로 ‘그저 좋기만 한 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짐 콜린스는 말합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것보다 몇 십 배 힘든 것은 아니라고. 대충 좋은 삶을 사는 것과 위대한 삶을 사는 데는 아주 미세한 차이밖에 없다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차이가 모든 것을 판가름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좋은 삶에서 위대한 삶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짐 콜린스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 그 일을 크게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일을 찾으라고 말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가슴이 원해서 하는 일, 직관에 따르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위의 대구 청년이 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면 3개월 동안 도보 여행을 하는 대신 취직 공부를 했어야 마땅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랐습니다. 왜 걸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행이 끝나면 무엇을 느끼게 될지도 알 수 없지만 마음이 원하는 대로 일단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리고 어쩌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들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선택의 순간은 우리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무료하고 그저 그런 일상에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달라지는 마법 같은 순간들 말입니다. 친구 중의 하나가 어느 날 롯데리아 새우버거가 너무 먹고 싶더랍니다. 하지만 그 친구 집에서 롯데리아까지 가려면 햄버거 값보다 택시비가 더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꽤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그 친구는 입맛만 다시며 아쉬워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있던 누나가 다짜고짜 그 친구를 끌고 나가 택시를 잡아타더랍니다. 결국 롯데리아에 앉아서 새우버거를 먹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었다고 합니다.

마음이란 그런 것입니다. 해보면 별것 아닌데, 하기 전까지는 무수히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부터 그 친구는 머리로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일들을 가슴으로 판단하고 살아가기로 다짐했다고 합니다.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갈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인생의 주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잘 아는 뮤지컬 제작 감독님에게도 비슷한 사연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유학할 때, 너무너무 보고 싶은 공연 소식을 접했는데 문제는 그 공연을 유럽에서 한다는 것이었죠. 티켓 가격보다 몇십 배나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면서 그 공연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감독님은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던 고학생 처지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무모한 짓이지만, 몇 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작품이고 이번에 못 보면 언제 볼지 기약할 수 없는 공연이었기에 결국 그는 유럽으로 날아가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나중에 말하기를, 그게 자신의 뮤지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결정 중의 하나였다고 하더군요.


온 마음을 다해 선택하면 길은 스스로 열린다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 씨도 마음이 원하는 바에 따라 선택을 했던 빛나는 순간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 예산 5달러에 넝마 패션으로 배낭여행을 하던 20대 시절, 그는 파리 오페라극장 대로변에서 쇼윈도 속 양복 한 벌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맙니다. 그전에는 양복을 입고 다닌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그 양복은 보자마자 ‘꽂혔다’는 것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매장에 들어가서 그 양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거울 속에 있더랍니다.

그제야 가격을 살펴보니 1백만 원 남짓. 남은 여행 경비 전부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라면 백만 가지는 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5분간 고민한 끝에 그 옷을 사버렸습니다. 덕분에 한 달 동안 공원 벤치에서 노숙을 해야 했습니다. 꼬질꼬질한 반소매 티셔츠에 1백만 원짜리 양복을 걸치고서 말이지요. 그는 자기 인생의 소비 기준이 결정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때 1백만 원을 절약해서 향후 두 달간 숙소와 식량을 합리적으로 소비했을 때 얻는 기쁨보다 일생에 단 한 번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기쁨이 훨씬 컸다는 말입니다. 

매번 그리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해서 마음을 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아무리 무모해 보인다고 비난할지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과감하게 용기를 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증언합니다. 온 마음을 내서 한 발을 떼고 나면 그다음 길은 스스로 열린다고.

젊은 시절 인도 여행을 하면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기로 다짐했던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은 여러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도그마, 즉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러분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마음과 직관은 여러분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입니다.”

그가 컴퓨터, 영화, 음악이라는 세 가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마음과 직관이 원하는 길을 따라 과감하게 선택해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0년 새해에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자기 합리화와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접어두고 ‘생각대로’ 살았으면 합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순간, 인생은 그저 ‘좋은 것’에서 ‘위대한 것’으로 도약을 시작할 테니 말입니다.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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