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밖에서 작동하는 뇌, 외뇌(外腦)시대가 오고 있다

몸 밖에서 작동하는 뇌, 외뇌(外腦)시대가 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일상 전개돼

머릿속 뇌 외에 몸 밖에도 뇌가 있는 외뇌(外腦) 시대가 오고 있다.

l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 6일 인간의 도구는 근육을 대신하여 힘을 만들어 내는 수준을 지나 이제 기억하고 사고하는 것까지 대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도구는 '내 몸 바깥에 놓인 두뇌', 즉 외뇌 또는 엑소브레인(Exobrain)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서기만 연구위원은 이러한 외뇌(Exobrain)의 이용이 보편화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일상이 펼쳐질 것으로 'Exobrain(外腦) 시대가 오고 있다'라는 글에서 전망했다.  

이 글에 따르면 인간은 육체의 보강, 노동력의 절약 또는 대체, 두뇌 활동의 보조라는 세 가지 유형의 도구를 이용하여 더 행복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만들어 왔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앞의 두 유형의 도구는 그 발전 속도가 다소 주춤거리고 있는 반면 마지막 유형의 도구는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인 발전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극히 최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기억을 넘어 인지, 판단과 같은 지적 활동 영역에서도 두뇌를 보조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바로 컴퓨터이다. 컴퓨터를 이용하게 되자 정보처리, 저장, 연산 등에서 인간의 능력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하지만 컴퓨터는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며, 이동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은 도구이다. 또한 학습, 인지, 판단과 같은 영역에서 여전히 상당 부분은 사람이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 컴퓨터를 뛰어 넘는 본격적인 인간 두뇌 보조 기기의 등장을 가능하게 할 몇 가지의 기술적 진보의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이동성의 문제, 상황 인지의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고 있고, 웹의 발달과 함께 정보 용량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그 밖에 빅데이터나 증강현실 등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많은 기술들이 좀 더 유용한 정보통신 기기와 서비스 즉, 두뇌 보조 도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달로 한 개인이 가질 수 없었던, 수퍼 컴퓨터로나 가능했던 정도의 막강한 연산 능력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류 전체의 두뇌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연산 능력을 한 개인이 자신의 손 끝에서 구현할 수도 있다.  인간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일상 생활의 모든 상황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인지와 판단을 대신해줄 편리한 도구를 드디어 갖게 된 셈이다.

웹이 등장하자 인간의 학습과 기억 능력이 비약적으로 확장됐다.  웹이란 것은 정보통신의 짧은 역사 중에서도 후반기에 등장한, 역사적으로는 매우 일천한 신기술이다. 그런데 일단 웹이 만들어지자 단순히 디지털화된 정보를 손쉽게 교환한다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학습과 기억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시켰다.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굳이 스스로 학습하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그 공유된 기억의 양은 사실상 무한하다. 

앞으로 입는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스마트폰의 단점을 극복하게 된다. 그때는 언제 어디서나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고 언제나 어디서나 웹에 접속되어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굳이 자기 머리 속에 담아둘 필요가 없게 된다. 새롭게 창조된 지식이 아닌, 이미 만들어진 정보와 지식이라면 분명 웹의 어딘가에는 이미 그것이 공개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어러블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웹에 연결되어 있고 항상 웹을 이용하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 경우 그 즉시 필요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현재 상황에 딱 적합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역시 굳이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상의 비서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처럼 미래의 정보통신 기기와 서비스는 나를 대신하여 학습하고, 기억할 것이며, 최선의 조건에 맞추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적절히 가공하고 선별해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습하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것은 두뇌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것을 실시간으로 외부에서 진행해 준다면, 그래서 마치 내가 스스로 하는 것과 거의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을 내 몸 바깥에 놓인 두뇌, 즉 외뇌 또는 엑소브레인(Exobrain)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이미 외뇌의 시대는 일부 열려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많은 전화번호를 다 외우지 않고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 기능에 기억을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운전자들은 처음 가 본 길임에도  네비게이션에 인지, 판단, 기억을 의존해서 마치 잘 아는 길처럼 아주 능숙하게 목적지를 찾아간다. 

외뇌 시대가 오면 산업은 어떻게 변할까. 서 위원은 산업적으로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예상했다.

첫째, 고도의 네트워크, 클라우드 및 인공 지능 서비스, 웨어러블 스마트폰 등 외뇌의 구현에 기여하는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며 이것은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 모습이 될 것이다.

둘째, 외뇌가 보편화된 세상이 가지게 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하여 기존의 일부 산업이 쇠퇴하기도 하고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기도 할 것이다. 또는 동일 산업 내에서도 기능과 가치의 성격에 따라 성쇠가 갈릴 것이다.

예를 들어 전통적 의미의 암기 위주 교육 시장은 쇠퇴할 것이지만 창조적, 예술적 활동을 강화 시켜주는 교육 시장은 더 번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뇌 활동을 유흥으로 즐기는 산업도 흥하게 될 것이다. 동시 통역과 같이 기계로 대체 가능한 직종은 위기 상황에 놓이겠지만 전문 번역가들은 클라우드와 웹 기억에 활용될 원본 자료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서기만 연구위원은 "이미 시작된 트렌드의 연장선을 추정해 보면 외뇌 시대는 이미 결정된 미래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뇌 역시 도구일 뿐이고 도구의 가치는 쓰는 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뇌의 시대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글. 브레인미디어 admin@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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