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neuro의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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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34호
2012년 07월 03일 (화)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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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신경과학은 대부분 의학적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이제 신경과학은 여러 연구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경학, 신경마케팅, 신경교육학, 신경신학, 신경미학, 신경경제학, 신경윤리학, 성형신경학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브레인 퓨처》의 저자 잭 린치는 사람의 뇌를 읽거나 조정할 수 있는 ‘신경혁명’ 이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에 이은 ‘제4의 물결’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뇌과학은 지금,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 범죄행동을 연구하는 신경법학         
      

신경법학이란 신경과학적 증거와 이론을 법정에서 사용하는 학문을 말한다. 법정에서 fMRI에 기초한 거짓말 탐지기의 증거들은 DNA 검사와 같이 사법계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다. 신경과학은 범죄행동과 뇌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여 범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아내와 어머니를 포함해 16명을 죽이고, 31명에게 상해를 입힌 범죄자 위트먼이 부검되었을 때, 그의 뇌에서는 악성 종양이 편도를 누르고 있었다. 25세의 위트먼은 아이큐가 아주 높았으며 자원봉사 스카우트 대장이었다. 그는 사형 전에 자신의 죽음 후 자신에게 어떤 정신적 장애가 있었는지 부검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자신과 같은 비극을 예방해 달라는 취지에서였다.


신경법학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물음은 ‘자유의지’에 대한 것이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자유의지는 꾸준히 논의되어왔다. 하지만 사회와 법에서 가정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가 자신의 의도를 인식하기 전부터 뇌가 반응한다고 뇌과학은 말한다. ‘치료적 재판’이 논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미국심리학회의 미국의학협회는 청소년 사형선고를 반대한다. 충동과 추리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10대들의 뇌에서는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소비자의 감정을 분석하는 신경경제학                                      

최근 신경경제학의 영향으로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합리적 인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신경경제학자 루빈스타인 교수는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합리성의 틀을 벗어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손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뇌는 주식에서 예상치 못한 투자결과를 접했을 때 격렬히 흥분한다. 이에 따른 두려움과 공포심은 장기투자가 가져올 고수익을 예측하면서도 즉각 팔아치우게 만든다.

사람들이 투자의 위험과 보상 사이를 어떻게 계산하여 선택에 이르는지 신경경제학은 fMRI 같은 뇌영상 장치뿐만 아니라 뇌파, 호흡, 피부,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 인체의 생리현상을 분석해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기업들은 신경경제학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어떤 이유로 합리적 행동을 하지 않는지를 파악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 교육방법을 제시하는 신경교육학                      

교육계에서는 신경과학 및 심리학과 융합하여 교육에 대한 전략을 제안하는 신경교육학이 놀라울 정도의 사회적 효용을 지닐 것으로 기대한다. 신경교육학은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세상에서 아이들의 교육방법을 재평가하고 재개발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학습인지신경과학회의’에서 기조 연설자는 할리우드 스타 골디 혼이었다. 그녀는 교육재단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신경교육 프로그램 ‘MindUP’을 소개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신경교육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초등학교에 보급되고 있다.

인지신경과학, 증거 기반의 교실 교육학, 긍정심리학, 모범사례 교육, 사회·정서학습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동기부여, 긍정적 마인드, 자신감 향상을 신경학적인 환경 아래 제공한다면 한 단계 높은 사고와 창의력, 협동, 장기기억 향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학생들이 정신적 에너지와 인내력, 사고력 등의 활용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고, 공감과  낙관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뇌교육’은 건강과 인성, 나아가 공동체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뇌를 활용하는 감각을 키우는 뇌 개발법이다. 개발 과정은 신경학적인 접근을 포함해, 궁극적으로 인간 뇌의 가치를 인식함으로써 그 가치를 실현하는 능력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뇌교육은 국내외의 수많은 교육 현장에 적용되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현대의 교육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 예술을 뇌의 작용으로 이해하는 신경미학                           


신경미학에서는 예술을 뇌의 작용을 이해하는 통로로 삼는다. 대담한 건축물을 보았을 때의 흥분, 눈길을 끄는 그림, 마음을 사로잡는 소설 등 이제 이 모든 힘들이 스캐너 컴퓨터 화면에 뇌 활성화 영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경미학 연구가 가속화되면서 예술표현과 뇌영상의 결합에 힘입어 인간에 대한 통찰이 더 확고하고 증명 가능해질 것이다. 예술은 우리의 감각기관이 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 감각정보들이 결합, 재구조화, 동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뇌과학의 진보에 바탕을 둔 신경기술 덕분에 우리는 의학, 학문, 문화, 정치, 경영, 군사, 종교 등 수많은 분야에서 과거 불가능했던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의식적으로 정서의 안정도를 높이고, 인지의 명석함을 촉진시키며, 가장 만족스러운 감각경험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변화는 혼란을 동반하고 두려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심각한 사회적·문화적 갈등도 일어날 것이다. 신경혁명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잘 활용하면 인간의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인권 유린, 신경무기 개발(전쟁의 도구) 등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신경의 시대가 축복이 될지 악몽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도움 받은 책·《브레인 퓨처》 잭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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