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뇌를 잇는 정보의 다리, 뇌량 뇌량이 중요한 세 가지 이유
뇌량(corpus callosum)은 뇌에서 가장 크며 신경다발로 이루어진 영역이다. 뇌량은 어찌 보면 세포들을 연결하는 전선줄이 잔뜩 모인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뇌량은 좌우 두 개의 뇌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이 아닌 감각과 운동을 통합할 뿐 아니라 우리의 재능과 정체성, 마음을 만드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세 가지 질문을 통해 뇌량의 신비를 풀어보자.
#1.오른 뇌가 하는 일, 왼 뇌가 알게
두 사람이 마주 앉은 후 한사람은 눈을 감고 양 손바닥을 펴서 내민다. 한쪽 손가락을 건드렸을 때 반대편 손의 해당 손가락을 엄지로 짚어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오른손 약지를 건드리면 왼손 엄지손가락과 왼손 약지를 서로 붙이는 식의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한쪽의 감각과 다른 쪽의 운동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이 뇌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뇌량을 잘라낸 분할뇌 환자의 경우 왼손으로 만지는 물건의 이름을 대지 못한다. 우뇌가 관장하는 왼손의 정보가 좌뇌의 언어중추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할뇌 환자의 왼쪽 눈에 물건의 이름을 순간적으로 보여주고 해당하는 물건을 고르라고 하면 단어를 읽고 왼손으로 물건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막상 보여준 단어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무의식적으로는 어떤 것인지 알지만 그 정보가 좌뇌와 우뇌의 통합이 필요한 의식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뇌량은 이처럼 무의식과 의식에 걸쳐, 우뇌와 좌뇌가 각각 만들어내는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나의 손이 나를 공격한다 - 외계인 손 증후군
뇌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중 가장 특이한 경우는 외계인 손 증후군(alien hand syndrom)이다. 심각한 간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뇌량의 일부분을 자르거나 뇌출혈, 감염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는데 환자의 한쪽 손이 마치 자체의 마음을 가진 듯 보이는 증상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잡이인 환자가 오른손으로 와이셔츠를 입고 단추를 채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왼손이 단추를 풀고 벗어버리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한쪽 손이 다른 손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한쪽 뇌가 반대편 손에 명령을 내리지만 그것이 의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뇌량을 통한 상호 억제와 협조가 사라져서 양쪽 손을 각각 통제하는 무의식적인 과정들이 하나로 합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
|
#2.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도 젓갈을 얻어먹는다
주변을 살펴보면 눈치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눈치가 재빠르고 일처리도 능숙한 사람이 있다. 이러한 차이는 좌·우뇌의 차이라기보다는 뇌량의 연결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원활한가의 차이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눈치라는 것은 사전대로라면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을 미루어 알아내는 것인데 주변 상황과 과정을 머릿속에서 체계적이고 본질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이다. 뇌량은 이처럼 세부와 전체의 정보를 함께 종합하는 능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량은 좌·우뇌가 각각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통합한다. 좌뇌는 주로 언어뇌로 순차, 논리, 수리를 담당하고 우뇌는 감성뇌로 시각, 청각을 처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기능이든 좌·우뇌가 완전히 따로 분담한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언어 능력도 좌뇌는 주로 문법과 단어를 담당하고 우뇌는 강세나 강조와 같은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인지 기능과 창의력이나 영감, 눈치 같은 능력도 양쪽 뇌의 정보전달과 통합에 달린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이유
|
|
남성 |
여성 |
눈치뿐 아니라 감정에서도 뇌량이 중요하다. 여성이 드라마를 더 좋아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식이나 폭식을 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호르몬의 차이도 있지만 뇌량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남성의 뇌는 여성의 뇌보다 평균 9% 더 무겁고 백색질이 많지만 뇌량은 여성보다 작다.
여성은 10% 정도 더 두꺼운 뇌량 덕분에 남성보다 뛰어난 언어적, 감성적 능력을 지닌다. 뇌손상으로 좌뇌의 언어중추가 손상되었을 때도 여성은 양쪽 뇌를 골고루 사용하는 덕분에 실어증에 걸릴 확률이 낮다. 선천적으로 뇌량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 다른 경로들을 통해 좌·우뇌가 통합되지만 여러 능력에서 일반인보다 떨어지게 된다. |
|
#3 학업 성적도 뇌량에 달려 있다
‘지혜의 숫돌’이라는 수학은 문제해결의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직관력과 추론, 체계를 유연하게 생각하는 창조성까지 기르는 학문이다. 흔히 수학은 좌뇌의 기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들의 뇌를 관찰해보면 오히려 양쪽 뇌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수학 성적이 더 좋았다.
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뇌량이 중요하다. 전문 음악가들의 뇌는 뇌량이 3분의 1가량이나 일반인들보다 크다고 한다. 음악은 박자나 높낮이가 대단히 수학적이어서 감성을 기르는 동시에 좌뇌 또한 발달시키고 뇌량의 발달을 자극한다.
실제로 미국 뉴욕과학아카데미의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를 배우고 1년 후 수학시험을 봤을 때 아이들의 절반이 피아노를 전혀 배우지 않은 5학년과 같은 성적을 냈다. 학자들은 특히 7세 전후의 음악교육이 뇌량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수학, 음악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과목이 우뇌나 좌뇌의 어느 부분이 좋은가 하는 것보다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더 좌우된다. 뇌량의 크기도 다른 뇌 영역과 마찬가지로 경험에 따라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통합적으로 제대로 뇌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태아 때부터 노년까지 뇌량을 관리하라
|
|
뇌량 생성 장애 |
뇌량 생성 안됨 |
자폐증을 앓지만 특정 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서번트들은 뇌량의 이상 때문에 우리 뇌가 원래 가지고 있던 천재적인 능력이 드러나는 경우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다.
일반인은 뇌량을 통해 좌·우뇌가 서로 간섭하고 때로는 방해하지만 좌·우뇌의 연결은 정상적인 두뇌 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뇌량에 이상이 있는 경우 신체적, 지적, 감정적, 사회적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뇌량이 처음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인 발달과 기능을 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산모의 음주로 뇌의 여러 영역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나타나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은 심각한 뇌량 손상을 가져온다.
임신기간 중에는 한 잔의 술도 태아에게 미세한 뇌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금주가 필요하다. 특히 임신 10~12주 부근에는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장하는 동안 적절한 경험들이 필요하고 노년에도 신체적, 지적 활동이 필수적이다. 지적 자극이 부족하면 뇌량은 빨리 위축된다. |
|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