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뇌종양을 일으키는가?

브레인 신호등

브레인 34호
2012년 06월 12일 (화)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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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휴대폰 사용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이 넘는다. 휴대폰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잠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풍경을 상상해보라.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돋보기를 꺼내 실눈을 뜨고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읽는다. 그 뒤에는 야구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청년이 스마트폰을 귀에 바짝 대고 고함지르며 통화를 하고 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잠자코 청년을 쏘아본다.

한편에서는, 딸을 데리고 나온 아이 엄마가 잡지 가판대를 훑어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예닐곱 살 된 딸은 반짝이는 휴대폰 화면을 콕콕 찔러가며 게임에 정신이 팔려 있다. 세상 모두가 휴대폰에 푹 빠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이용자는 2011년 말을 기준으로 50억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2005년 휴대폰 이용자 수가 1억 950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말에는 3억 명을 돌파했다. 미국의 전체 인구와 거의 비슷한 숫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쓰며, 개중에는 한 사람이 두세 개씩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의 의학적 안전성 여부는 어떠한가? 나는 만약 휴대폰 방사선과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확실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에 많이 노출된 두부頭部종양과 경부頸部종양이 유행병처럼 빈도가 높은 질병으로 등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제껏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휴대폰과 암 발병 사이의 관계를 무시해왔다. 대개는 휴대폰 방사선이 직접적으로 DNA 변이를 일으키거나, 암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없다는 논리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휴대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학술보고서가 최근에 속속 발표되어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

단적인 예로, 세계보건기구(WHO)의 부속기관인 국제암연구기구(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휴대폰 방사선을 잠재적 발암물질(Class 2B carcinogen)로 분류하였다(옮긴이 주 : 2B로 분류되는 잠재적 발암물질은 엔진 배기가스, 납, 마취 성분인 클로로포름 등이 포함된다.

1등급 발암물질에는 담배와 석면 등이 속한다). 휴대폰 방사선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휴대폰 사용이 유발하는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듯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뇌종양은 다른 종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도수가 낮고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두부암과 경부암의 통계

두부암과 경부암 중에는 ‘신경교종(神經膠腫, gliomas)’이라고 불리는 암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신경교종은 가장 까다로운 종양의 일종으로 뇌와 척수에서부터 시작된다. 신경교종은 신경계 세포를 유지하게 하는 신경교세포(神經膠細胞, glial cells)로부터 생긴다고 알려져 있는데, 80%가량이 중추신경계에서 자라는 악성 종양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부속기관인 국제암연구기구에서 발표한 <전 세계 암환자에 대한 통계 보고서(Globocan, 2008)>에 따르면, 2008년 전 세계에서 조사된 23만 7천 913건의 새로운 뇌종양 사례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신경교종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에 반해, 미국 뇌종양등록기관(CBTRUS, The Cancer Brain Tumor Registry of the United States)에 등재된 뇌종양 중 ‘원발성 종양(옮긴이 주: 1차적으로 발생한 종양)’은 고작 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곧 미국에서 해마다 약 3만 5천 건의 신종 뇌종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원발성 종양’이라고 해서 신경교종에 비해 치료가 용이한 것만은 아니다. ‘뇌신경교아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은 성인에게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원발성 악성 종양으로, 치료가 끔찍할 정도로 까다로워서 ‘최악의 암’이라고 불린다. 한번 이 병에 걸리면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 모든 시술을 총동원해도 환자 중의 절반이 1년 안에 죽음을 맞는다. 휴대폰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걱정이 시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휴대폰 방사선이란 무엇인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데이터가 전송되는데, 이때 무선주파수(RF, Radio Frequency carrier)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이어 통화가 연결되면 이때부터는 무선 신호가 증폭되는데, 이 과정에서 RF방사선이 휴대폰 사용자의 몸으로 침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뉴욕대학교 폴리테크닉연구소(Polytechnic Institute of New York University)의 전기컴퓨터공학 교수이자 무선통신 전문가인 마이클 E. 녹스Michael E. knox 박사는 “신호 증폭이 높을수록, 전자파 인체 흡수율(SAR, specific absorption rate)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참고로 전자파 인체 흡수율은 인체조직에 전자파 에너지가 흡수되는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다.


RF주파수 방사는 한마디로 전자기파 스펙트럼(EMS, electromagnetic spectrum) 다발이다. EMS는 고주파수(엑스레이와 감마레이)에서 저주파수(라디오파와 극초단파)까지 방사선을 방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자기파 스펙트럼이 두 개의 범주로 나눠진다는 점이다.

바로 ‘전리방사선(電離放射線,ionizing radiation)’과 ‘비전리방사선(非電離放射線 specific ionization radiation)’ 이다(옮긴이 주: ‘전리’란 방사선이 물질을 통과할 때 그 물질을 이온화시키는 물질이며, ‘이온화’란 분자 또는 원자에서 전자를 잃거나 얻는 ‘전자 이동’이 일어나 전하를 띠게 되는 반응이다. 다시 말해  ‘전리방사선’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사능’으로서 인체의 조직에 영향을 주며, ‘비전리 방사선’은 그보다 영향력이 약한 방사선이다).


전리방사선은 분자 궤도를 도는 전자를 분리하고 그 결합을 깨뜨림으로써 잠재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사선’이라는 단어에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나 거미에게 물린 스파이더맨 따위를 연상한다. 그러나 RF방사선은 그보다 영향력이 약한 비전리방사선의 범주에 속하며, 주로 FM라디오 방송이나 뷔페에서 음식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원적외선 램프에 사용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휴대폰과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기본 입장이다. 과학자들은 RF방사선이 DNA를 손상시키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대부분 암은 ‘DNA 돌연변이’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뇌신경교아세포종은 전형적으로 염색체 10번, p53유전자, EGFR유전자 등에서 변이를 일으킨다(옮긴이 주 : 내분비기관에 생기는 종양은 염색체 10번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대부분의 암은 p53유전자의 이상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EGFR유전자는 세포 내에 자극을 전달하는 수용체 단백질로서, 여기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에도 암이 발병한다). 하지만 RF방사선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분자의 진동을 일으키거나 열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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