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치료 단서, 탱고10 유전자 변이 초파리에서 찾았다

수면장애 치료 단서, 탱고10 유전자 변이 초파리에서 찾았다

24시간 수면주기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 발견

국내 연구진이 수면의 24시간 주기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를 발견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이종빈·임정훈 교수팀은 잠을 비정상적으로 적게 자는 '부지런 초파리'에서 '탱고10' 유전자 변이를 발견하고, 신경생물학적 원리를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Tango10 유전자가 고장 나면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가 흥분 상태를 유지해 수면의 주기성이 방해받는 것이다.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는 24시간 주기 정보를 뇌 속 다른 신경 세포에 전달해 모든 신경세포가 동일한 주기를 갖도록 하는 신경 세포다. 

▲ Tango10 돌연변이 초파리의 일주기성 행동 리듬 장애(이미지 출처:UNIST)
12시간 주기의 빛/어둠 조건 (LD)과 연속적인 어둠 상황(DD)에서 정상 초파리(wild-type)와 Tango10 돌연변이 초파리(Tango10 GG, Tango10 bsr)의 움직임을 비교 분석함. 외부자극 없이 개체의 내재적인 생체 시계만으로 동물행동의 주기성이 유지되는 DD 조건에서 Tango10 돌연변이는 불규칙적인 행동 주기를 보임.
 

생명체는 낮과 밤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24시간 주기 생체시계를 갖는다. 나팔꽃이 낮에 피고 밤에 지는 것도 생체시계 덕분이다. 인간의 수면, 뇌 기능, 신진대사 등 중요한 생리 기능도 생체시계로 조절된다. 생체시계 작동 유전자와 단백질을 초파리 실험으로 밝힌 과학자들은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 연구가 생체시계를 구성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면, 임교수 연구팀은 생체시계 신경세포로부터 시간에 대한 정보가 행동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여느 초파리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잠을 적게자는 ‘부지런 초파리(busy-run drosophila)’다. ‘부지런하다’는 한국어를 어원으로 이 돌연변이 초파리를 명명했다고 한다.


▲ Tango10 돌연변이에 의한 생체 리듬조절 신경 펩타이드 PDF의 일주기성 분비 장애(이미지출처:UNIST)
12시간 주기의 빛/어둠 조건에서 정상 초파리(WT)와 Tango10 돌연변이 초파리의 생체시계 신경 세포 축삭돌기 말단의 신경 펩타이드 PDF 발현 양상을 면역 형광법을 통해 검사함. 일주기성 발현을 보인 정상 초파리와 달리 Tango10 돌연변이의 경우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의 축삭돌기 말단에서 비정상적인 PDF 축적에 의한 일주기성 분비 장애가 관찰됨 (ZT0, 빛/명주기 시작; ZT12, 어둠/암주기 시작). 
 
연구진은 생체시계가 망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부지런 초파리에서 특정 유전자(‘탱고10’) 변이를 발견했다. 이 돌연변이 초파리의 특정 신경세포(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24시간 주기로 보여야 하는 신경 말단의 모양 변화(신경 가소성)가 없었고, 신경세포도 과도하게 흥분해 있었다. 신경말단에서 분비하는 물질(색소확산인자·Pigment-Dispersing Factor)도 비정상이었다.

결국 ‘탱고10’ 유전자가 고장 나면 특정 신경세포(페이스메이커)가 흥분 상태를 유지해 수면 주기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페이스메이커는 24시간 주기 정보를 뇌의 다른 신경세포에 전달해 모든 신경세포가 동일한 주기를 갖도록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 Tango10 돌연변이에 의한 생체시계 신경 세포의 일주기적 흥분성 증가(이미지 출처:UNIST)
whole-cell patch 전기생리학 기법을 이용하여 생체시계 신경 세포의 활성을 측정함. 생체시계 신경세포 가운데 실험에 사용된 large ventral lateral neuron의 경우 밤보다는 낮 시간 동안 발화 빈도가 높으나, Tango10 돌연변이 신경세포의 경우 전반적으로 흥분성이 증가되어 있음.

신경생물학적 원리도 밝혔다. 탱고10 유전자가 단백질 분해 과정(유비퀴틴화·ubiquitination)을 매개해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의 기능과 수면 조절에 관여했다. 단백질 유비퀴틴화는 쓸모가 다한 단백질을 분해하는 반응이다.

이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인 Tango10-Cullin3 단백질 복합체도 찾아냈다. Cullin3는 단백질에 유비퀴틴을 붙이는 작용으로 널리 알려진 효소다. 이 단백질 복합체는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 말단에 24시간 주기로 축적되어 있었다.

제1저자인 이종빈 박사(UNIST 생명과학과 연구교수)는 “이 같은 실험 결과는 Tango10-Cullin3 복합체가 시냅스(신경세포끼리 연결되는 부분)에서 단백질 유비퀴틴화를 조절함으로써 수면주기를 결정하는 시간 정보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새로운 생체리듬 조절 모델도 제시했다. Tango10 유전자가 페이스메이커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제어하고, 이 흥분성을 통해 시간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조절 펩타이드인 PDF의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수면과 같은 24시간 주기성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신경세포 내 칼륨 이온 양은 신경세포 흥분성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Tango10이 특정 칼륨 이온채널을 통해 이러한 세포 흥분성을 제어한다는 가설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가설을 전기 생리학 실험과 계산생물학 모델링으로도 증명했다.
▲ Tango10에 의한 일주기성 생체리듬 조절 모델(이미지 출처UNIST)
24시간 주기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분자시계를 작동하는 생체시계 유전자들은 생체시계 신경세포 축삭돌기 말단에서의 유비퀴틴화 효소 단백질 복합체인 ‘Tango10-Cullin 3’의 발현을 조절함. Tango10은 Shaker/Shal과 같은 K+ 이온 채널을 통해 생체시계 신경 세포의 흥분성을 제어하고, 생체시계 신경조절 펩타이드인 PDF의 일주기성 분비를 조절함. Tango10은 단백질 유비퀴틴화 기능을 통해 분자시계와 일주기성 신경 가소성간을 연결함으로써 24시간 주기의 동물행동을 조절함.

임정훈 교수는 “생체시계를 돌리는 톱니바퀴(기어) 역할 유전자는 이미 노벨상 수상 연구 등을 통해 상당수 밝혀졌다” 며 “이번에 발견된 Tango10 유전자는 이 톱니바퀴가 돌아가 실제로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Tango10-Cullin3에 의해 실제로 분해되는 표적 단백질을 찾고, 인간의 일주기 수면 장애와의 관련성을 추가적으로 규명한다면 수면 장애 치료 등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이번 연구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라비 알라다 교수팀과 공동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PNAS)에 11월 23일 자로 공식 게재될 예정이다. 

논문명: The E3 ubiquitin ligase adaptor Tango10 links the core circadianclock to neuropeptide and behavioral rhythms

​글. 이지은 기자 smile20222@brainworld.com | 이미지 및 자료출처 = 울산과학기술원(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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