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이나 정신분열증, 조울증 등과 관련된 뇌 질환의 원인을 밝힐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고재원교수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김철훈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김은준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시냅스 접착단백질인 슬릿트랙(Slitrk)이 신경세포 흥분과 억제 사이 균형을 맞춘다는 사실을 밝혀졌다.
뇌 신경 세포는 기억과 인지, 운동 등을 원활하게 조절하기 위해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신경세포와 교감한다. 시냅스(synapse)는 1,000억여 개에 이르는 뇌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부위로 시냅스 사이에는 200만분의 1mm가량 정도 틈이 있다. 이 사이로 엔도르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오고 가는 전기화학적 신호전달을 진행한다.
시냅스 접착단백질은 서로 다른 신경세포가 물리화학적으로 만나도록 접착제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시냅스 초기 생성과정에 필요하다.
뇌에서는 평소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가 서로 협력해 신경전달이 정상적으로 일어나도록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이 깨어지면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 조울증과 같은 뇌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슬릿트백 단백질은 뇌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된다고 알려진 시냅스 접착단백질이다. 시냅스 접착단백질은 서로 다른 신경세포가 물리화학적으로 만나도록 접착제처럼 작용하는 단백질로 시냅스 초기 생성과정에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슬릿트백 단백질이 중추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리라 추측했지만, 시냅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슬릿트랙 단백질이 LAR-RPTP 단백질과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특이하게 결합해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의 생성을 유도하여 두 종류의 시냅스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슬릿트랙 단백질이 LAR-RPTP 단백질 어느 부위에 결합하느냐에 따라 흥분성 시냅수 생성이나 억제성 시냅스 생성을 촉진해 시냅스 생성을 선택적으로 조절해 균형을 유지한다는 구체적 기전을 밝혀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신경배양세포에서 슬릿트랙 단백질을 과발현하면 시냅스의 숫자가 증가하나 반대로 슬릿트백 단백질의 발현양을 감소시키면 시냅스 숫자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철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른 시냅스 접착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슬릿트랙 단백질도 시냅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고재원 교수는 “슬릿트백 단백질 기능으로 생기는 투렛신드롬, 강박증 같은 관련 뇌 질환 발병기전 단서를 제공하여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과학전문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1월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