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같은 수면장애 치료에 중요한 실마리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비정상적인 수면은 면역기능, 자율신경계 등에 이상을 불러일으켜 다양한 신체질환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오세정)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단장 신희섭)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수면방추 뇌파를 유도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수면 방추가 수면의 양과 안정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수면방추는 수면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렘수면(NREM)에서 특이적으로 관찰되는 7∼15Hz 주파수의 뇌파다. 생성장소는 뇌의 시상-피질 회로라 알려졌다.
불면증, 수면과다증, 기면증 등 다양한 수면 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은 수명방추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수면방추가 수면의 질 또는 수면 시간의 조절에 직접 관여하는지를 밝히는 신경과학적 메커니즘은 증명된 바가 없었다.
연구단은 최근 새롭게 개발된 광유전학 기술을 통해 뇌 시상 부위의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여 수면방추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광유전학 기술은 빛을 의미하는 광(光, opto)과 유전학(genetics)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녹조류 속 빛에 민감한 단백질을 추출해 유전공학을 이용, 신경세포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이 단백질이 들어간 신경세포는 빛 파장에 따라 활성 정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단이 광유전자 기술로 쥐에게 수면방추를 증가시키자 수면 시간이 증가하고 수면 구조가 변화했다. 그 결과, 수면의 안정성이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수면방추가 수면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수면 장애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힌 첫 연구다. 또한, 뇌 특정부위 조절로 수면방추 뇌파가 유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수면 장애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11월 19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