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끝까지 해내는 뇌

[브레인 북스] 끝까지 해내는 뇌

작심삼일의 쳇바퀴에서 당신을 구할 뇌 과학 솔루션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다짐한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운동을 계획하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지만 늘 며칠을 넘기지 못한다. 작심삼일은 이제 지긋지긋하고, “나는 역시 의지가 약한가 봐”라며 자책에 빠지며,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할 만큼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30년 넘게 행동 변화와 습관 형성을 연구해온 카이라 보비넷은 단언한다. 이 악순환의 원인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뇌가 만들어낸 착각이라고 말이다.

뇌의 후측 시상 위쪽에 위치한, 단 5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영역 ‘하베눌라(habenula)’는 인간 행동을 좌우하는 강력한 스위치 역할을 한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상황에서 ‘실패했다’는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 하베눌라는 활성화되어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고 불타오르던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던 도중 목표했던 1,200칼로리를 약간 넘겨 1,300칼로리를 먹었다고 가정해보자. 목표보다 조금 더 먹었을 뿐인데도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아, 또 실패했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이 부정적 인식이 하베눌라를 곧바로 작동해 행동을 멈추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 하베눌라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 기관으로, 인류가 위험을 감지하고 무모한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끔 억제하는 일종의 ‘경고 장치’로 작동해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이 정교한 시스템이 우리를 매번 좌절시키는 주범이 되었다. 

목표와 성과를 구체적으로 관리하려 할수록 작디작은 실패는 끊임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때마다 하베눌라 스위치가 켜지면서 번번이 우리를 포기하도록 몰아가는 것이다. 

특히 수많은 동기부여 프로그램, 다이어트 앱, 습관 형성 코칭 서비스 등이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린 시대, 삶의 의욕을 스스로 불태울 의지와 주도권마저 빼앗기고 있다.


실패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뇌가 좌절을 경험하는 방식을 관리하라!

이 책은 만성적인 무기력과 반복되는 좌절을 ‘실패병’이라 명명하고, 그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미 해봤는데 소용없어”, “나는 저 사람처럼 잘 못할 거야”, “예전에 시작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지” 같은 자기 비난의 목소리들이 바로 실패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저자는 이처럼 반복되는 부정적 사고 패턴이 뇌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강화되는지를 낱낱이 파헤치며 이를 무력화하는 행동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를테면 “이렇게 작은 것도 성공하지 못하는 내가 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자책하지 말고 질문을 바꿔보자. “어디서, 언제, 무엇이 나를 무너뜨린 걸까?” 아침 시간에 유독 취약한지,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는지, 친구의 초대가 문제였는지 등등 그 원인을 탐색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설계하는 것이 실패병을 낫게 하는 유일한 처방이다. 

문제를 파악하고 조건을 변경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이 유연한 사고방식이 하베눌라를 잠재우고 반복을 이어가는 힘을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습관은 반복을 통해 뇌 속에 ‘신경 고속도로’를 만든다. 오랫동안 반복한 행동일수록 이 경로는 매끄럽고 단단하다. 

그래서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쉽사리 예전 습관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뇌가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실패 신호’로 착각하고 하베눌라를 작동한다는 점이다. 

변화를 이어가는 힘은 단 한 번의 완벽한 성공이 아닌, 실패했을 때 얼마나 빨리 다시 조정하고 복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실패할 때마다 행동을 조금씩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고 반복하는 힘, 이것이 바로 ‘끝까지 해내는 뇌’로 가는 첫걸음이다.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는 의욕 설계의 기술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그들은 매번의 시도를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실패를 ‘학습의 재료’로 삼아 지속적으로 행동을 개선해나간다. 

그 덕분에 하베눌라가 작동할 여지가 줄어들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내가 문제야”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아침에 운동을 못 했다면 저녁에 산책을 나가고, 혼자 유지하기 힘든 습관은 친구와 함께 시도한다. 

“이 방식은 지금 나에게 안 맞을 수도 있어”라고 인정하면서, 실패를 행동을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방향을 바꾸라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뇌과학과 행동 변화 연구를 바탕으로 이런 유연한 태도를 누구나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터레이츠(ITERATES)’라는 혁신적인 8단계 진전-반복 시스템을 고안했다.

이 시스템은 계획이 무너졌을 때도 행동을 다시 이어가기 쉽게 길을 만들어주는 도구다. 영감(Inspiration)으로 원동력 얻기, 시간(Time)의 개념을 다양화하기, 습관을 지지해주는 환경(Environment)에 들어가기, 일을 쉽고 간단하게 감소(Reduce)시키기, 흥미를 추가(Add)하기,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Togetherness)하기, 유연하게 기대(Expectation)하기, 대체(Swap)로 뇌를 속이기 등이 그것이다. 이 8가지 방법을 활용하면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하베눌라가 ‘이제 그만하라’고 속삭이기 전에 방향을 바꿔 계속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변화의 주도권은 당신에게 있다. 하베눌라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끝까지 해내는 뇌 시스템을 구축해 한 걸음씩 나아가라. 단언컨대 실패는 이제 더 이상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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