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뉴로테리어

[브레인 북스] 뉴로테리어

늙지 않는 뇌를 위한 공간 처방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뇌는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뉴로테리어>의 저자는 먼저 뇌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치매가 실제로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은 물론, 대기오염이나 사회적 고립과 같은 주변의 환경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건축 분야, 웰니스 분야의 공간 디자인적인 관점을 가져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치매 분야 뇌의학 전문가로서 그는 수많은 알츠하이머 영상 판독과 임상 실험을 통해 최신 뇌과학이 증명해 낸 뇌의 회복 탄력성(병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뇌의 힘)’에 주목한다. 

그 회복 탄력성의 일환으로 치매라는 거대한 쓰나미로부터 우리의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신경망을 ‘우리 뇌 속의 맹그로브 숲’에 비유한다. 그리고 이 맹그로브 숲을 가꾸는 강력한 토양이 바로 우리가 살고 머무는 집, 즉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치매는 알고 보면 노년의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교통사고 같은 사건이 아니라 무려 20년 전부터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강물 같은 변화의 흐름이다. 실제로 정상적인 일반인 중 약 15~20% 정도가 치매 유전자(아밀로이드 병리)를 가졌음에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따라서 이미 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증상 발현 이전의 시기, 즉 중년기를 삶의 공간을 어떻게 예방하고 준비해 가느냐에 따라 20년 후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는 단절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선상에 있다는 ‘인지 연속체’ 이론을 바탕으로, 치매 환자를 돕는 공간과 평범한 사람의 뇌 능력을 높여주는 공간의 원리는 완벽히 일치한다고 말한다. 

뇌의 ‘인지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공간 설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뇌 친화적인 디자인은 단지 환자만을 위한 특별한 조치나 배려가 아닌 중년기부터 우리 모두의 뇌 건강을 지키는 보편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 세계 유명한 치매 공간 설계들에 대한 사례들도 가져왔다. 스웨덴 왕실과 이케아가 합작해 만든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맞춤형 일반 주택 ‘실비아보’를 비롯하여, 글로벌한 치매 친화적 공간을 운영하는 곳들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은 내용을 수록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한다. 

뇌 전문의가 신경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직접 공간을 처방하여, 주거 공간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헬스 케어, 시니어 돌봄 등 초고령 사회 대비책과 표준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손색이 없다.


내가 사는 집, 공간이 10~20년 후의 나의 뇌 노화를 결정한다

이 책은 ‘선제적 인지 건강 디자인’이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뇌의 나이에 맞춘 공간 전략을 3단계로 세분화해 제시한다. 

현재 자신이 어떤 뇌 나이를 살고 있든, 적어도 40~50대 중년기부터 자신의 상태에 맞게 벽지 색을 바꾸고, 조명을 조절하고, 가구와 소품을 재배치하는 등 미리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늙지 않는 뇌를 만들고 치매를 늦추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뇌 친화적 공간 디자인의 다섯 가지 원칙]

원칙 1. 뇌를 지치게 하는 불필요한 자극 비워내기 (시각, 청각, 후각 디톡스를 위한 공간 설계)
원칙 2. 뇌가 편안해지는 유익한 자극 최적화하기 (공간의 대비, 색상, 패턴, 조명 설계)
원칙 3. 친숙한 치유의 공간, 뉴로테리어 만들기 (거실-다이닝, 개인 공간의 다이아몬드 배치)
원칙 4. 볼 수 있고 보일 수 있도록 연결하기 (거실, 침실, 화장실의 연결과 구분 배치)
원칙 5. 눈에 띄지 않는 위험 줄이기 (안전하고 유연한 출입문, 바닥, 주방 설계)

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일반적인 중년의 뇌를 위한 1단계 예방(40~50대 스마트 에이징)부터, 서서히 노화되어 가는 뇌를 위한 2단계 관리(60대 이후 정상 노화), 그리고 안전한 뇌를 최우선시하는 정교한 3단계 보호(70~80대 치매)까지, 이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단계별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이고 실용적인 소구점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단지 우리의 집만을 바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100세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동네, 즉 걷기만 해도 뇌가 젊어지는 ‘뇌세권’ 입지의 조건도 탐구한다. 

개인의 집에서부터 시작해 내가 사는 동네는 물론, 커뮤니티와 보호시설, 지역사회의 실버타운까지 확장되는 뇌 친화적 공간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시스템화된 유명한 치매 친화 마을들이 보여주듯, 우리 미래에 가장 필요한 방안이자 새로운 대안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나이가 들고, 언제든 몸과 마음의 제약을 경험할 수 있는 유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주변에 부모님, 친척, 지인들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관찰자 입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자신의 뇌 환경을 직접 가꿔나가는 능동적인 정원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강력한 희망을 선사한다. 

건강과 질병, 기억과 망각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을 기준으로 우리가 살아갈 공간을 변화시키고 설계하는 일은, 결국 나와 내 가족, 우리 이웃 모두가 마지막까지 함께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누리도록 지속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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