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브레인 북스] 성격 좋다는 말에 가려진 것들

폐 끼치는 게 두려운 사람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화나거나 서운할 때, 상대가 기분 나쁠까 봐 참게 되는가?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가? 유독 대하기 껄끄럽고 어려운 사람이 있거나 갈등 상황이 생길 때, 내 탓부터 하게 되는가?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것도, 상대를 거절하는 것도 어려운가? 그렇다면 당신은 ‘착하고 성격 좋다’는 기대에 맞춰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가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조각조각 잃어버린 사람일 수 있다.

이 책은 폐 끼치는 게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숨겨온 사람들을 위한 ‘자기 허용’ 심리학 책으로, 이 ‘성격 좋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누구와도 무난히 잘 어울리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과는 잘 지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 이지안은 자신 역시 착하고 무던하다는 꼬리표에 얽매여,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한 ‘거짓자기’로 살아오느라 자책과 자기 검열을 끊임없이 반복해 왔음을 고백한다. 

자아를 까맣게 잊어버린 심리학자가 자기 중심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욕구와 기질에 힘껏 주목하며 ‘금 가고 부서진 마음 조각’을 찾아 붙인 덕분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내밀한 고백을 따라 진행되는데, 1부에서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참아온 부정적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2부에서는 타인의 기대를 거두고 진정한 핵심 자아를 살피는 법을, 3부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잘 소화하는 법을, 4부에서는 자신을 지키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다룬다.

어렸을 때부터 ‘내사’된 말, ‘착하다’는 칭찬이 감추는 것들에 대하여

한국 사회는 특히 상호 관계에 있어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을 보인다. ‘칭찬’ 역시 이러한 문화 규범을 공고히 만든다. 어려서부터 어른의 말과 사회 질서를 잘 따르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를 ‘착하고’ ‘순한’ 아이라고 칭찬한다. 

반대로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출하고 상대에게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태도는 ‘이기적이고’ ‘되바라진’ 태도로 평가받는다. 상대를 배려하는 것, 튀지 않고 무난하게 녹아드는 것은 모두 자신의 기호나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라기보다 사회적·도덕적 규범과 맞물린다.

저자는 어릴 적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자 주변 어른들로부터 ‘순하다’는 칭찬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처음엔 달콤한 칭찬이 좋았지만, 타인의 기대를 본능적으로 감각하고 그에 맞출수록 점점 더 ‘착한’ 행동을 기대받게 되었다. ‘타인을 먼저 살피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얌전하고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어느 새 자신을 억눌렀다. 당위의 말들을 ‘내사’하게 된 것이다.

‘내사’는 상대의 욕구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채 내면화된 것을 일컫는 심리학 개념이다. 어렸을 때부터 착하다는 칭찬이나 이기적이라는 꾸중을 반복해 들을수록, ‘좋은 성격’이라는 틀은 내사되기 쉽다. 

내사된 말들은 스스로를 옥죌 뿐 아니라,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게 만든다. 예컨대, 타인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 스스로 제동을 걸거나, 부당한 것에 항의해야 할 때조차 상대가 불편할까 봐 침묵하게 된다.

이처럼 ‘착하다’ ‘성격 좋다’는 칭찬은 사회가 긍정하는 규범과 맞물리며 개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위력을 갖는다. 하지만 저자는 ‘성격은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좋은 사람’의 기준에 맞추느라 외면했던 욕구나 분노·슬픔·외로움·질투와 같은 울퉁불퉁한 감정도 스스로 그럴만한 것으로 끌어안아줄 필요가 있다. 

저자의 내밀한 고백이 담긴 이 책이, 다양한 모양의 자아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사회의 규범이나 당위에 가려졌던 진짜 나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저마다 자신에게 좋은 삶으로 정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격에 대해 품평하는 사회와 타인의 목소리에 걸려 스스로의 성향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질뿐더러 거짓자기에 대한 집착만 깊어진다. 

부모나 속한 조직, 사회에서 바라는 성향과 다르다고 움츠러들거나 자기 성격을 탓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성격이라는 동전을 앞뒤 뒤집듯 부지런히 돌려가며 바라봐 주면 좋겠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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