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뇌가 “NO"라고 속삭일 때

[브레인 북스] 뇌가 “NO"라고 속삭일 때

부정적 잠재의식에 맞서는 긍정의 뇌과학


널리 쓰이지만 정작 그 의미는 미궁인 말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잠재의식’이다. 생각이나 행동의 동기를 설명하는 유력한 수단이지만 그게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의식이 왜 생겨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에 담겨 있는지 DNA에 새겨져 있는지, 프로이트의 ‘무의식’과는 어떻게 다른지, 근본적으로 그런 게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지 등등.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21세기의 뇌과학자들은 어설픈 추측 따위는 하지 않는다. 수학자의 엄밀한 증명이나 논리학자의 치밀한 논증처럼, 그들은 뇌의 전기신호를 통해 인간 의식의 비밀들을 설명한다.

뇌의 어두운 면, 잠재의식! 비밀은 ‘안와전두엽’에 있었다.

잠재의식은 눈썹 뒤쪽의 ‘안와전두엽’에 깃들어 있다. 우리가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는 제일 먼저 이 부위가 활성화된다. 뭔가를 느끼거나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스스로의 의식적 선택인 것처럼 착각하며 잠재의식의 속삭임을 따라간다. 문제는 그 속삭임이 대체로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또한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잠재의식은 아득한 옛날 최초의 포유류에서 시작되어 영장류를 거쳐온 일종의 ‘생존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온갖 위험이 도사린 태고의 숲속에서 인간은 빛의 속도로 눈앞의 정보들을 분류하고 판단하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했다. 괜히 모험을 하거나 쓸데없는 욕심을 부렸다간 한순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이 위험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해왔다. 결론은 "위험한 선택지보다는 안전한 이익을 선호한다, 손실이 불가피해 보일 때는 위험한 가능성을 선호한다, 얻는 이익보다 잃는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한다." 

이렇게 정리된 ‘잠재의식의 7가지 원칙’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과 판박이처럼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가 밝혀낸 인간 심리의 근저에 잠재의식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잠재의식은 생각과 느낌을 만들어내며 우리에게 유리한 행동은 하고 두렵거나 꺼려지는 일은 하지 않게끔 한다. 태곳적 숲속에서 잠재의식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종종 잠재의식 때문에 낭패를 본다. 잠재의식은 간혹 뇌의 어두운 면으로 작용해 삶을 함정에 빠뜨린다.”

저자의 말대로 잠재의식은 우리에게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 범위는 개인의 삶에서 집단,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져 있다.

잠재의식의 함정을 수월하게 피해가는 법

잠재의식이 이렇게 우리의 의식에 선행하여 모든 것을 느끼고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안와전두엽의 처분에 따라야 할까, 아니면 뭔가 새로운 극복 수단을 찾아야 할까? 잠재의식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나쁜 것일까, 아니면 생존을 보장해주는 유익한 것일까? 우리는 잠재의식에 무방비로 내맡겨져 있을까, 아니면 잠재의식을 극복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대답은 긍정적이다. 저자는 우리가 잠재의식의 함정을 수월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책 곳곳에서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자기 뇌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는 것은 타인 뇌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다. 이 책에서는 잠재의식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잠재의식을 다루는 많은 실용적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잠재의식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사용하는 법, 부정적 감정이 찾아올 때의 응급처치법, ‘개인 선언’에서 출발하는 시간관리법 등 ‘실용적 팁’을 제공한다. 

이 책의 마지막 7장은 뇌과학적 제안의 결정판에 해당한다. ‘일상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라는 제목 그대로 일하는 방법, 시간관리법, 문제해결법, 의사소통 기술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부정적 잠재의식에 맞서는 긍정의 뇌과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잠재의식에 맞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적 뇌과학서’인 동시에 ‘뇌과학적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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