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부모됨은 한때 나이를 먹는 것만큼이나 생물학적인 일이었다. 우리는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가 되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 양육은 생물학적 과정에 따르는 부차적인 일에 가까웠다. 약간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마음 가는 대로 무리 없이 치뤄낼 수 있었다.
과학 저널리스트 첼시 코나보이는 최신의 뇌과학을 통해 부모됨의 의미를 새롭게 탐구한다. 그녀에 따르면 양육에 대한 과거의 관점은 우리가 그 일을 온전히 엄마의 일로 여김으로써 가능했다.
모성 본능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고, 엄마는 마치 타고난 것처럼 아이를 능숙하고 기쁘게 돌볼 수 있다는 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모성이 의무도 운명도 아니며, 자식이 없다고 불완전한 상태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집단으로서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
최신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실제로 부모의 모든 것을 바꾼다. 뇌를, 사고방식을,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꾼다. 부모됨은 우리를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코나보이는 그 변화가 사춘기만큼이나 중대한 성숙의 과정임이라 말한다.
물론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그중 많은 부분이 개인에게 이롭고 인류의 생존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누군가를 전력으로 이해하고 돌보는 일은 우리가 더 넓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 책은 이 변화가 부모뿐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부모됨의 변화가 결국 인간 사회성의 생물학적 본질, 인류의 유대 형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맞닿아 있음을 암시한다. 부모가 되는 것이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를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모르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 책은 아이를 돌보는 일이 부모에게 초래하는 변화의 중요성과 함께, 그런 변화를 긍정하고 돌보는 일이 우리 모두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문제의식들을 제시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