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생각의 배신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


“그런 일이 또 일어나면 어떡하지?”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저 사람은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 한번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늪에 빠진 것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은 하나의 패턴이 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되어 나타난다. 

도대체 왜 생각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생각은 고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이 우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합을 벌이는 모습과 같다. 수많은 생각 중 대부분은 머릿속을 스쳐 가지만 우리의 주의를 잡고 놓아주지는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불안, 우울, 긴장, 분노와 같은 대체로 부정적이고 강한 감정을 동반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오래 머물수록 해당 생각과 관련 있는 신경망들이 강하게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이런 생각이 더 자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게 된다. 그때마다 일어나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우리 몸은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편안하게 쉬지 못하고 숙면에 방해를 받으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행 의지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봐”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같은 말은 뇌의 작동 원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배종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진료하며 반복되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과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생각에 빠지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우울과 불안 증상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오랜 임상 경험과 뇌과학 연구 등을 바탕으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반복되는 생각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며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떻게 우울과 불안을 줄이고 행복감을 키우는지, 더불어 부정적인 생각의 반추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을 단련하는 구체적인 기술을 소개한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각 습관’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생각의 함정에 빠질 때마다 뇌의 경로 재탐색하기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뇌는, 어떤 상황에 관한 생각을 반복하면 그 상황을 실제로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착각한다. 어떤 상황이나 생각을 떠올림으로써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뇌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면 뇌는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와 똑같은 상태로 변해 각종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생각들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파악해 그 함정을 피해 갈 수 있도록 생각의 경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7가지 상황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배신당하지 않을 수 있다. 1)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앞당겨 걱정하기, 2) 생각을 바꾸려는 과도한 노력, 3) 수치스러운 경험에 관한 생각, 4) 노력에 대한 과신, 5) 타인에 관한 생각, 6) 후회 없는 선택에 대한 강박, 7) 완벽함 추구이다.

더불어 에너지가 방전되지 않도록 몸에 남은 배터리의 잔량을 체크하고,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해야 할 일을 자꾸 미루면서 그 일에 대한 생각을 반복하며 자괴감과 자책감, 우울감을 느낀다면 ‘감정의 출처’를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은 자신의 게으름을 탓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의지는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다. 어떤 일이 부담스럽다면 우리는 당장 그 일을 미뤄둠으로써 일순간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그렇게 해소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미루는 습관을 갖게 된다. 이때는 일의 목표를 아주 작게 만들어 시작하거나 몸과 마음을 편안한 모드로 바꾸는 루틴이 필요하다. 불편한 감정을 줄이는 자기만의 방법을 만든다면 미루는 행위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생각은 단순하고 짧게, 몰입의 순간은 길게”
초보하고, 산만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뇌과학 처방전

하나. 메타인지보다 메타자각이 중요하다

배종빈 원장은 생각에 빠지기 쉬운 순간, ‘메타자각’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메타자각은 흔히 알려진 ‘메타인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메타인지에 대한 중요성은 많이 언급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메타자각의 중요성은 덜 알려졌다. 메타인지는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라든가 ‘나는 행동하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편이야’와 같은 사고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반면 메타자각은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것’을 말한다. 내가 어떤 곳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지 매 순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생각의 패턴을 알아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자각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때 바로 그걸 자각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메타자각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 뇌의 ‘작업 기억’과도 연결된다. 작업 기억이란 “어떤 정보가 생각들이 사라지지 않게 일시적으로 잡아두는 인지 시스템”을 말하는데, 작업 기억의 용량에는 제한이 있어 여러 인지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 선택적으로 작업 기억이 쓰인다. 이때 작업 기억을 메타자각을 하는 데 사용한다면 생각을 멈출 수 있다.

둘. 생각에도 준비 운동이 필요하다

우선 가볍게 몸을 움직여, 움직임에 필요한 신경 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생각 멈추기를 추천한다. 또한 장소나 주변 환경(방의 구조, 가구 배치)을 바꿔 주의를 환기하고,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건강한 관계망을 만들고, 능동적인 취미를 통해 제대로 휴식하라고 조언한다. 기록 습관으로 감정의 추이를 살피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있다면 꼭 기록해두기를 추천한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데, 정확한 목적이 있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는 “뇌가 목적에 부합하는 생각을 하도록 영향을 주며, 그 생각을 떠올리면 자기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보상 체계를 자극해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유튜브, SNS 중독으로 고민한다. 저자는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각적 자극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각 정보는 다른 감각 정보에 비해 더 빠르게 처리되는데, 이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시각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쉽게 시각 자극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외적인 자극이 아닌 명상 같은 정신 활동을 통해 무언가에 몰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지금 현재 나의 감정, 기분, 상태를 자각하고 몰입의 순간을 늘려 일상의 밀도를 높이고 양질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도 생각이 당신을 끌고 가지 않도록 무릎에 단단히 힘을 주고, ‘불량식품’ 같은 생각들을 흘려보내자. 생각을 주도하는 사람이 삶도 주도해갈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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