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물음은 철학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신경과학의 심장부로 옮겨 왔다.
세계적 석학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자아가 마음에 오다』는 인간 의식을 생명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부터 해명하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그에게 마음은 단순한 생각의 도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가 자신을 유지하고 반응하는 생명 그 자체의 작동 원리로 간주된다. 세포 단위의 미세한 생명 활동에서 비롯된 항상성은 존재를 지탱하려는 내적 충동이며, 다마지오는 그 충동 속에서 의식의 가장 오래된 기원을 발견한다.
이 책에 담긴 다마지오의 분석은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다. 뇌간과 시상, 대뇌 피질 같은 구조들이 생명 유지와 감정, 의식의 출현을 동시에 매개하며, 의식이란 생리적‧인지적 과정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태어난 생명의 자기 감각임을 보여 준다.
뇌과학자 박문호는 「추천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다움의 핵심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왜 자아가 의식의 필수적 조건인지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그의 말처럼, 다마지오의 사유는 생명과 자아, 의식을 하나의 연속적 서사로 엮어 낸다. 그는 생명의 자기 감각이 자아로, 자아가 다시 의식으로 확장되는 경로를 신경해부학의 언어로 그려 내며, 과학이 철학의 언어를 되찾는 순간을 기록한다.
자아의 세 층위와 자기 참조의 탄생
‘나’라는 감각은 언제, 어떻게 생겨나는가
다마지오는 마음이 충분히 복잡해지는 어느 순간, 세계의 이미지 속에서 비로소 자아가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자아는 생명 활동이 감정으로, 감정이 인식으로, 인식이 서사로 확장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데, 다마지오는 이 과정을 세 층위로 구분한다.
원자아(생리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 감각), 핵심자아(외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 경험은 나의 것이다”라는 자각이 생기는 순간), 자서전적 자아(기억과 언어,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고차원적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층위가 교차하며 마음은 단순한 반응 체계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비추는 능력, 즉 자기 참조의 구조를 획득한다. 의식은 감정·기억·언어·상상력이 얽히며, 생명이 자기 자신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려는 충동으로 진화한 결과이다.
다마지오는 이 충동이 신경세포의 미세한 리듬 속에서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신경해부학을 통해 분석하며, 인간의 의식이 생명의 자기 인식이자 존재의 반성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그의 분석에서 마음은 더 이상 뇌의 산물이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를 사유하는 방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생리적 항상성에서 사회문화적 항상성으로
생명 유지의 논리가 문명의 윤리로 도약하다
의식은 한 개인의 뇌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와 문명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생명 작용이다. 다마지오는 생리적 항상성이 개체의 생존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면, 사회문화적 항상성은 인류가 문화를 통해 공동체의 생존을 지속시키는 확장된 형태라고 규정한다. 법과 윤리, 예술과 철학, 종교와 과학은 모두 이 확장된 항상성의 산물이며, 인간의 의식이 생리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도약했음을 보여 준다.
“의식적으로 성찰할 줄 알게 된 유기체들은 (…) 고통받는 이를 어루만지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는 보답하며, 해를 끼친 이들에게는 제재를 가하는 행동 방식을 발전시켰다”(제4부 11장. 「의식과 더불어 살아가기」 중에서).
이 짧은 구절은 그의 사유 전체를 응축한다. 의식은 신체의 균형을 지키려는 충동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에게 이르러 공감과 책임, 윤리의 감각으로 변형되었다.
생명의 조절 원리가 사회의 윤리 체계로 확장되고, 신경의 리듬은 공동체의 정서로 진화한 것이다. 다마지오가 포착한 의식의 궤적은 인간이 단지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를 넘어 서로의 생명을 ‘돌보는 존재’로 나아간 과정을 담고 있다.
인간의 의식을 다시 가르치는 다마지오 사유의 정점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면, 인간을 가르치는 방식도 달라진다
『자아가 마음에 오다』는 단순한 뇌과학서가 아니라, 인간의 의식을 다시 가르치는 철학서이다. 그의 이전 저작들이 감정과 이성의 관계를 주로 탐구했다면, 이 책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의식의 생물학적 기원과 철학적 구조를 통합적으로 해명한다.
마음은 사고의 기능이 아니라 생명이 스스로를 느끼는 과정, 즉 존재가 자신을 인식하는 진화적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감정·몸·이성의 분리를 넘어 인간의 경험 전체를 하나의 생명적 서사로 복원하는 이 책은, 다마지오 사유의 집대성이자 정점이라 할 만하다.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면, 인간을 가르치는 방식도 달라진다.
다마지오의 통찰은 교육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지식과 정보 중심의 학습이 인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감정과 신체의 체험이 사고의 토대이며, 배움은 관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의식의 작용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학습은 뇌의 기능이 아니라 감정이 이끄는 생명의 확장 행위이며, 진정한 교육은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공명하는 앎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인간 이해의 새로운 장을 여는 다마지오의 사유는, 오늘날의 교육이 잃어버린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배움이란 결국 생명이 스스로를 깨닫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