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공감하는 유전자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 공감하는 유전자 (이미지 출처=YES24)

인간은 과연 ‘이기적 존재’인가?

우리는 지금 인류가 저지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전쟁, 가난, 혐오, 파괴, 기후 위기,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은 저만 살겠다고 우리 공동체를, 그리고 지구촌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명제가 이 모든 행위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싸우고 빼앗고 경쟁하기 위해서인가? 이에 맞서 독일의 저명한 신경생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요아힘 바우어는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명제에 반대하며 인간은 협력과 사랑, 평화를 지향하는 존재임을 내세운다. 

요하임 바우어에 따르면, 유전자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 즉 생활양식에 반응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생활양식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유전자 활동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건강과 삶도 바뀐다. 1983년에 유전자 연구로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바버라 매클린톡 교수도 유전자는 감각기관이라고 밝히며, 유전자는 서로 소통하고 우리는 주변 환경과 협력한다고 말했다. 

요하임 바우어는 새 저서 《공감하는 유전자》를 통해 이러한 연구 결과를 포함, 최근 대두되는 심신의학과 ‘소셜 게노믹스(Social Genomics, 사회유전체학)’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의미 지향적 태도와 사회 친화적인 자세가 인간에게 긍정적이고 건강에 이로운 유전자 활동 패턴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이다. 

마음이 원하면 유전자도 그에 따라 반응하고 활동한다 

소셜 게노믹스란 스티븐 콜이 개척한 새로운 과학 연구 분과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유전자 측면에서 들여다보며 분석한다. 소셜 게노믹스 연구에 따르면, 의미 지향적이고 공동의 삶을 대하는 삶의 태도는 우리의 신체적 구조에도 반영된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이 우리의 몸에, 체세포에, 유전자에까지 스며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기적 전략을 버리고 선한 삶과 미덕을 추구하는 삶,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심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요아힘 바우어에 의하면, 유전자는 ‘선’을 만들어내지는 않지만 인간의 의미 있고 인간 친화적이며 사회적인 태도에 반응한다.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 활동을 이끌어내며 심혈관 및 암 질환, 치매 같은 질병을 예방한다. 이 말은 달리하면 이기적인 삶 혹은 사회적 고립과 소외 등은 이러한 질병을 촉진한다는 뜻과도 같다. 

이는 실제로 다수의 연구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우리 몸속에는 CTRA(Conserved Transcriptional Response to Adversity, 역경에 대한 보존 전사 반응)라는 위험 유전자 클럽이 존재하는데, 음주나 흡연 같은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태도, 공공심 등이 이러한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울러 ‘나’와 ‘너’, ‘자신’과 ‘소중한 타인’을 인식하는 우리의 ‘자아’는 이러한 의미 있는 대상과 ‘신경 체계의 공명’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 또한 확인되었다. 

소통가이자 협력자인 우리의 유전자 

우리에게 찾아오는 질병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만성적이고 아급성인 염증 반응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오랜 기간 은밀히 움직여온 위험 유전자 클럽의 활동 때문이다. 이러한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나쁜 식습관이나 행동 등 신체에 해를 입히는 행위는 물론이고 우리의 몸에 서서히 타격을 입히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포함되는 것이 바로 경쟁, 이기심, 고립, 소외, 불안, 공격성, 사회적 접촉의 부재 등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따라서 인간의 건강에 결정적인 것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좋은’ 또는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개별 인간의 삶 속에서 유전자 활동이 어떻게 조절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은 스스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유전체(게놈)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밖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감지해 이에 고유한 반응으로 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는 ‘소통가’다. 아울러 이러한 소통을 바탕으로 우리의 신체가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자’다. 

비록 의식은 없지만 유전자도 인간을 이루는 일부다. 그리고 정신과 유전자 사이는 신경 체계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로운 유전자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저자인 요하임 바우어는 ‘좋은 삶’을 지향할 것을 주문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삶이란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된 ‘에우다이모니아’로 인간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성과 공감,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 

선한 인간성, 사회적 공존, 공공심, 공평과 공감을 지향하는 태도는 인간의 건강에 유익한 유전자 프로그램 및 신체 체계를 활성화시키며 질병의 위험을 줄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신체 체계 및 생물학적 구조를 갖고 있는 인간은 스스로를 공감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 만들 수 있는 사실이다. 즉 우리 인간은 타인이 느끼는 것을 느끼고, 또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걸 가능하게 만드는 신경생물학적 도구를 스스로 갖출 수 있다. 

따라서 인간성과 공감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다. 요하임 바우어는 아예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인간성과 공감은 선천적으로 인간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고 못박는다. 칸트의 유명한 정언 명령, 즉 “네 행위의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 원리가 되도록 행동하라”는 말 역시 인간의 능력과 의지를 전제로 한다고 명시한다. 즉 우리에게는 인류애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간성과 공감이라는 자원을 통해 개인의 건강은 물론이고 인류의 삶, 나아가 지구의 삶까지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적 태도의 전환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를 헤치고 가능성 있는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유전자 활동을 이끌어냄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으며, 인류에게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우리 마음에 따라 유전자가 반응하고 활동하며, 그것이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공공의 목적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 책을 일독을 권한다.
- 이광형(KAIST)

좋은 삶을 살 능력이 우리 유전자에 날 때부터 각인되어 있고, 또 공감하며 선한 삶을 살수록 좋은 유전자가 작동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이다.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하지현(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의사, 『정신의학의 탄생』 저자)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의미 지향적이고 사회적인 삶의 태도가 필수적임을 이 책은 과학을 통해 증명한다. 공감은 윤리적 선택이자, 동시에 근거 있는 과학이었던 것이다.
- 노명우(사회학자, 니은서점 마스터북텐더)

유전자 결정론은 인간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많이 안겨주었다. 이 책은 바로 이 유전자 결정론의 비관적인 세계관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유전자는 어떤 정해진 본성이 아니라 ‘소통’의 매개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 정여울(작가, 『끝까지 쓰는 용기』 저자)


이지은 기자 smile20222@gmail.com | 사진 및 자료출처=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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