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문명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초지능, 초연결, 초개인화의 기술혁명이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지만, 그 그림자 아래 인간다움은 점점 소외되고 있다. AI는 정보를 더 잘 기억하고, 더 빠르게 연산하며, 더 많이 연결된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공감의 붕괴, 생존의 경고음
오늘날 인류는 전례 없는 '인성 결핍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2년 보고서는 전 세계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정신 건강 위기에 처해 있으며, 불안·우울·자살충동이 주요한 청소년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경고한다. 디지털 의존과 감정의 비대면화, 공동체 해체는 인간 본연의 사회적 감각과 정서적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기기 과잉 사용은 청소년의 전전두엽 발달을 지연시키고, 감정적 충동을 조절하는 편도체의 과민 반응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자기조절력, 공감능력, 감정 인식 능력이 저하되며, 이는 생물학적·사회적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 속 혐오와 분노, 청년층 자살률 증가, 정체성 혼란,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은 인성의 붕괴가 현실화된 징후다. OECD와 유네스코는 공감, 협력, 자기조절, 회복탄력성을 미래 핵심역량으로 규정하며, 인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인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체화하는 것이다
인성은 도덕이나 교양이 아니라, 존재의 기반이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감각, 연결성, 자각이다. 공자는 인을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는 힘’이라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성을 ‘좋은 삶의 조건’이라 보았다.
기존의 도덕교육이나 윤리교육은 외부의 규범을 암기하게 했지만, 인성은 생애 전반에 걸쳐 체화되고 성장하는 능력이다. 인간의 뇌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며, 뇌의 가소성은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니엘 시겔(UCLA)은 전전두엽이 자기조절, 공감, 윤리적 판단을 담당하며 훈련으로 강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리처드 데이비슨(위스콘신대)은 명상, 마음챙김 훈련이 공감능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통해, 인성이 반복적 훈련으로 길러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인성은 감수성과 통합력을 요구하는 고차원적 능력이다. 뇌과학에 기반한 훈련 방법론은 인성을 실천 가능한 교육 주제로 만들고 있으며, 이는 체화 중심 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성은 반드시 '몸과 마음에 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됨의 본질 – 홍익인간의 가치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불교, 기독교 등 세계 사상은 모두 인간다움의 본질을 말해왔다. 이 오래된 질문은 오늘날, 인간의 뇌를 통한 인성과 사회정서역량으로 과학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정신이라는 민족고유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 공감, 생명의 조화, 지구 공동체 책임의식을 아우르며, AI 윤리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정신적 나침반이다.
홍익은 인간이 단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인류와 자연, 우주의 조화 속에서 사람됨을 실현하는 철학이자,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사람됨의 정신이다.
홍익정신은 단지 이상이나 상징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공감, 책임, 조화라는 철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정서학습(SEL), 마음챙김, 자기조절 훈련 등의 글로벌 흐름과 조응하며, 존재의 통합적 성장을 실현하는 동양적 인성철학의 살아있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두뇌훈련이 여는 사람됨의 회복 기술
브레인트레이닝은 인간의 뇌를 통해 사람됨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피어내는' 과정이다. 뇌체조, 호흡, 명상, 공감 훈련 등은 신체와 감정, 사고를 통합하여 체화된 사람됨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OECD가 강조하는 행위주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브레인트레이닝은 인간의 뇌에 내재된 자각의 회로를 활성화한다. 감정과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연결 강화를 통해 공감능력, 자기성찰력, 공동체적 책임감이 훈련 가능해진다. 반복 훈련은 뇌의 가소성을 자극하고, 일상 속 반응을 통제하는 사람됨의 내성을 길러준다.
이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제 수천 명의 실천 사례를 통해 자존감 회복, 스트레스 조절, 관계 개선 등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사람다움을 다시 묻다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점점 더 기술처럼 반응하고 있다. 감정은 억제되고, 관계는 피상적이며, 존재의 깊이는 잊혀지고 있다. 진정한 위협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사람됨의 퇴화다. AI가 감정까지 흉내 내는 시대,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고유성은 사람됨 그 자체다. 뇌는 공감을 배우고, 인성은 훈련되며, 존재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
"AI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다." |
- 유발 하라리 -
이제 인류는 선택해야 한다. 기술의 속도를 좇을 것인가, 사람다움의 깊이를 회복할 것인가.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인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기술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할 것은, 바로 사람다운 뇌, 인성이다.
글. 신재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han3645@daum.net
인성교육연구원 원장,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검정센터장 역임
- 교육부 연구사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센터 운영위원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콘텐츠 평가 심사위원
- 한국연구재단 등 국가기관 정부 프로젝트 심사위원
- 한국청소년상담학회 융합상담학회 회장, 수련감독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수련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