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누가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가 될 것인가

[집중리포트] 누가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가 될 것인가

집중리포트_ 인간의 핵심 역량, 인성

브레인 89호
2021년 10월 28일 (목)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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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일차적으로 교육 분야의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성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학교에서는 실질적인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을까요? ‘인성이 곧 실력이고 행복해지는 역량’이라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을 만났습니다.


Q. 인성은 이전까지 주로 교육 분야에서 전인교육과 함께 쓰였습니다. 그런데 근래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전망이 나오면서 역설적으로 이 같은 변화가 인성에 새롭게 주목하는 계기로 작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 ‘인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에서 인성에 대한 대중적 논의가 폭발한 시점은 2014년입니다.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를 충격 속에 목도하며, 이 사건의 본질에 인성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또 그즈음 심각해진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도 대책을 논의하던 참이었죠. 우리 사회 전반의 인성에 대한 총체적 관심이 결집돼 그해 말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을 법령으로 제정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습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마침 그해에 개교했는데, 당시 세월호에서 희생된 고 이재욱 학생의 유족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우리 사회의 인성을 일깨워 재욱이의 못 다한 꿈을 펼쳐달라’며 명예 입학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애도하며 그 뜻을 새겼던 기억이 납니다.
 

▲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주체성을 기르는 벤자민학교 학생들

 
Q. 이후 시간이 꽤 흘렀는데, 법령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취지를 살려 이행되고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이 존속하는 상황에서 실제적인 인성교육의 성과나 변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 이후로 인성에 대해 새롭게 주목하고 집중하는 시기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비롯해 비대면 소통과 상호 연결성, 유통되는 정보량이 급증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자기 조절과 존중, 책임감의 비중이 더욱 커졌습니다.

첨단의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 활용돼야 하는데 혹여 사회에 해악을 가져오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쓰일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넘는 차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고도의 기술이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사회 구성원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추는 것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 인간이 해온 기능과 역할을 점점 더 많이 대신하게 되면서 이에 대비되는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서 인성이 부각되고, 이에 따라 인성을 계발하고자 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동반되는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인성영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의 교장으로서 인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인성’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바람직한 인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인성은 다른 사람의 마음과 아픔을 공감할 줄 알고 자신과 모두의 행복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성은 우리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내재돼 있는 것입니다.

생후 10개월 된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힘들게 오르막을 올라가는 동그라미를 도와주는 세모와 방해하고 밀어 버리는 네모를 보여주었을 때 모든 아이가 세모를 선택했죠. 도형의 모양과 색깔을 바꿔 실험해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도형을 선택하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는 특히 교육하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인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 부모와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죠. 사랑과 보살핌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공감하는 힘을 갖습니다. 인성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공감과 실천이라고 봅니다.

이는 우리 뇌에 내재한 감각이자 키워야 하는 능력입니다. 서로 공감하는 관계 속에서 자신의 뇌를 잘 활용하는 주체가 됨으로써 아이들은 자신과 모두의 행복을 위해 실천하는 인성 역량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 교육을 지원하는 일이 어른들의 할 일입니다.
 

▲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벤자민 프로젝트

Q. 그렇다면 인성 계발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어서 주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며 학습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고, 관계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인성교육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지구,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실제로 체험하는 것입니다.

연결성에 대한 자각이 없으면 이기적인 선택에 치우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주변 어른의 삶을 통해, 또 학습과 경험을 통해 체감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연결을 자각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고 자연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곧 자신을 돕는 공생 공존의 길임을 알고 이를 실천합니다.

벤자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브레인 명상과 뇌교육 활동을 통해서 긍정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창조하는 감각을 키웁니다.

자기 성찰과 에너지 명상을 통해 자신과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시민으로서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으로 지구와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합니다.


Q. 벤자민학교의 인성 계발이 교육에서 말하는 전인교육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인성은 내재돼 있는 것이어서 전인교육을 통해서 인성 계발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교육 시스템은 입시 위주의 무한 경쟁으로 인해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말할 수 없이 크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적어요. 또한 경쟁을 통해 얻는 성공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한 가치 체계 안에서 인성이나 공생 공존은 중요해 보이지 않게 됩니다.

벤자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교과 수업과 성적 경쟁을 없앴습니다. 가장 획기적인 학교 시스템이 된 이유입니다.

시험으로 평가해 서열을 만들고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좌절감을 갖게 하는 대신, 다양한 체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합니다.

인성의 출발점은 자신의 가치를 아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밝은 인성이 있음을 알고 이를 키우기 위해 스스로 도전하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인성교육 과정인 뇌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 성찰과 감정 조절, 자연과 소통하며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자신과 지구, 자신과 인류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자각하는 지구시민의 정체성을 기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맞서고 있는 세대입니다. 이들은 지구의 아픔을 느끼며, 지구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변화를 선택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선택이 인류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 사람이 인성영재의 모델이고, 벤자민학교의 인성 계발은 이를 목표로 합니다.


Q. 1년의 체험으로 아이들이 자신감을 키우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나요?

믿어주고 기회를 주면 스스로 하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1년의 벤자민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정말 놀랍습니다. 자신을 표현해본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자기소개도 하기 어려워했던 아이가 나중에는 자신의 벤자민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이 학생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해외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도전 스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갔어요. 또한 건축가, 심리학자, 경찰, 군인, 과학자, 예술가, 환경운동가 등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 공통적으로 지구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담습니다.

벤자민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생들이 지구를 살리기 위한 청년 단체를 각각 만들어 리더로서 서로 협력하며 활동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Q. 아이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 부분이 있습니까?

아이들을 틀에 가두려 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주면 모든 아이들이 좋은 품성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봅니다. 인성이 기본 토대가 돼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해내면서 인정받고, 어디에서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보면서 인성이 곧 실력이고 행복해지는 역량임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공교육 학교 시스템 안에서 성적 경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고 선택권을 갖지 못한 데서 오는 무력감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나아가 남에게도 상처를 주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인성은 실제 삶 속에서 길러집니다.

인성영재 학생들은 온·오프라인의 사회 속으로 나가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이 커지고 지역사회와 지구 전체에 대한 연결성과 책임감을 깊이 자각하고 실천하는 성장이 일어나게 돼죠.

인성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해지고 연결되면서 힘이 더 커진다는 것도 경험합니다. 벤자민학교의 멘토제를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아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돕습니다. 부모, 교사, 멘토 등 아이의 환경을 이루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크게 느낍니다.
 

▲ 해외 자원봉사 프로젝트

Q. 해외의 교육 분야나 인간 역량 계발 분야에서는 인성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습니까? 최근 변화하고 있는 지점이 있나요?

선진국들은 인간 본연의 역량인 인성을 키우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인성교육진흥법을 따로 제정하지는 않지만 학교 교육 시스템이 인성 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각국의 상황에 적합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성교육 관련 법령이나 구체적인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시스템의 운영 형태가 아이들의 자발성과 자연스러운 성장을 지원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성적을 등급화하고 서열화해서 강도 높은 경쟁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국가는 한국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OECD 국가들은 정기적인 시험이나 성적 등위를 매기는 시스템으로 운영하지 않고, 학습에 어려움이 있으면 개별적인 도움을 주는 체제로 운영합니다. 인성교육 법령이나 프로그램보다 전인교육을 위한 체제인가 하는 것이 학생들의 인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OECD Education 2030’은 미래 교육의 방향을 탐색하기 위해 OECD 주요국 및 비회원국이 참여한 프로젝트인데 최근 다음과 같은 인성 관련 역량을 중요하게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협동, 공감, 갈등 관리 능력, 둘째는 책임감과 시민성입니다. 각 회원국은 이를 교육과정 안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22년 교육과정 개정에 주요 핵심 역량으로 담기 위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세계적인 인성교육에는 공통적인 방향성이 있습니다. 국가를 넘어 세계와 지구 중심으로 사고하는 역량과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성 역량입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방안과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방향은 뇌의 무한한 가치와 잠재력을 활용하는 인성교육입니다.

뇌 활용 인성교육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구시민 리더를 양성하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향후 더 많은 국가가 함께하면서 희망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벤자민학교학생들은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뇌교육을 하는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지구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교육이 인성 계발을 중시하는 진정한 전인교육이 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2014년에 마련한 인성교육진흥법을 근거로 5개년 인성교육 종합 계획을 수립해 진행해왔고, 2021년부터는 2차 인성교육 종합 계획이 시행 중입니다.

2022년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교육부에서 실시한 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과목 이외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이 인성교육입니다. 그만큼 국민적으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실현하려면 교육 당국뿐만 아니라 국민적 선택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교육계에서 인식을 함께해서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나 변화가 있는지를 계속 점검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인성을 별도로 교육하기보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어른들이 인성 모델이 돼 아이들이 이를 절로 배워 익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자발적인 체험 활동 기회를 최대한 지원해서 인성의 출발점인 자존감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깊은 자존감과 희망을 갖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인성의 최고 가치, 홍익정신으로 세워진 나라이고 그 문화를 축적해온 인성국가임을 알려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홍익인간을 기르는 인재 양성법이 뇌과학과 접목해 오늘날 뇌교육을 낳았고, 이 실질적인 인성 계발법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희망의 빛을 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확신합니다.
 

정리_《브레인》 편집부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www.benjaminscho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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