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다경
청년지구지킴이 '지지배' 대표
고3을 앞두고 미술 공부를 계속할지 말지 갈팡질팡하던 내게 엄마가 대안학교에 다녀보라고 했을 때, 왜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면서까지 대안학교에 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왜?’를 물은 순간이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선택한 뒤에도 ‘왜’라는 물음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학교에서 제시하는 것마다 난생처음하는 것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걸 해야 하지?’ 하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크고 작은 프로젝
트를 하다 보니 1년 동안 5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국토 종주, 벽화 그리기, 개인전, 번지점프, 마라톤, 연극 등의 프로젝트는 내게 도전을 연습하는 과정이었는데, 1년이 지나자 도전이 습관이 돼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뉴질랜드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갔을 때도 큰 의문에 맞닥뜨렸다. 청정국의 이미지를 가진 나라가 음식물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마구 뒤섞어 바다에 내다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아니 왜?’ 하는 충격에 빠졌다.
그후 한국에 돌아와 청소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며 환경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았다. 이후 청년지구지킴이 ‘지지배(지구를 지키는 배움터)’를 만들어 분리수거부터 전국의 재활용 선별장, 매립장, 소각장 방문, 수백 곳에 달하는 쓰레기산 퇴치를 위한 퍼포먼스와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온·오프라인으로 이어가고 있다.
질문에는 굉장한 힘이 숨어 있다. 스스로 질문하고 뇌가 이를 접수하면 그때부터 뇌는 답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 중에 주체성이 살아나고 문제해결력이 향상된다. 내가 생각하는 인성영재는 ‘스스로 질문하고 주체적으로 답을 찾는 사람’이다.
"공존하는 감각을 가진 사람"
서진웅
교사, 충북 청주교육지원청
아무 생각 없이 공부하며 지내다가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 들어가 가장 놀란 점은 할 수 있는게 아주 많아졌다는 것이다. 늘 주어지는 것만 하다가 원하는 것을 하라니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차츰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영어 스피치 대회, 사회 참여 프로젝트, 라오스 해외 봉사, 미국 세도나 캠프 참가, 아련새길 공연 등 진행한 프로젝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사회 참여 프로젝트이다.
당시 우리가 계획한 일을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접근 방식을 바꿔 끝까지 밀고 나갔는데, 친구들과 토론하며 다른 길을 찾아낸 과정이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은 몸과 마음에 힘을 채워준 쉼표같은 시간이었다. 이후 고등학교에 복학해 대학 심리학과에 진학했고, 4년 뒤 임용고시를 치르고 교사가 돼 지금은 청주교육지원청에서 학생 상담을 맡고 있다. 벤자민학교에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면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력을 기른 것이 지금 학생들을 상담하는 데 중요한 도움이 되고 있다.
라오스에서 해외 봉사했던 기억도 이후에 심리학 전공을 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아이들과 생활하며 교감한 경험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인성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이해의 깊이만큼 존중할 수 있다. 그런 공존 감각을 가 진 사람을 인성영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리. 《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