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지금 왜 인성인가?

[집중리포트] 지금 왜 인성인가?

집중리포트_ 인간의 핵심 역량, 인성

브레인 89호
2021년 10월 28일 (목)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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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오게 될 변화에 대한 기대 이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대체하게 될 가능성이다.

〈휴먼스Humans〉라는 영국 드라마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는 전문 직업만이 아니라 가족의 역할까지 인간보다 더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간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인간의 모습과 행동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안드로이드가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해도 우리 삶을 바꿀 인공지능과 모든 정보의 디지털화(Big Data), 모든 생활 도구의 온라인 네트워크 연결(IoT) 등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ay는 미래에 간단한 일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2030년까지 약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을 했다. 대체될 일 중에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의사와 같은 직종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능과 역할은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것일까? 혹은 단순히 생존을 보장받으며 인공지능의 보호 속에 사육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물론 가능성 있는 이야기지만 인류 역사의 흐름을 볼 때 미래 전망이 단지 어둡다고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이동 속도, 수명, 생존 가능 환경 등 많은 한계를 산업의 진화로 뛰어넘었다. 산업 발전으로 인류는 과거의 신분이나 혈통과 같은 한계를 벗어나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이와 같이 산업 발전의 탐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4차 산업이 산업 자체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잠재적 가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혁명과 인류 문명의 역사

1차 산업혁명 이전, 문명사회 대부분의 인구는 노예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유와 인권을 억압당했다. 농경사회 중심으로 돌아간 인류 문명은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생존을 대가로 마치 가축과도 같은 삶을 강요당했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평등을 이야기한 많은 종교들조차 노예제도에 대한 이슈는 선악을 구분 짓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두었다. 근대 종교의 발전은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이뤄졌지만 세계적 차원에서의 노예제도 폐지는 200년도 채 안 된 이야기다.

그러면 왜 인권과 평등은 수세기 전에 다뤘으면서 노예제도 폐지는 근대에 와서야 이뤄졌을까? 그것은 1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매우 관련이 깊다.

1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공장이라 는 개념이 생겼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공장은 노동력이 필요했지만 농장처럼 노동자들의 의식주를 자체적으로 해결 해주기에는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임금의 개념이 생겼으며, 노예제도는 자연스럽게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여겨졌다.

150여 년 전,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한 공장 위주의 미국 북부와 노예제도 유지를 주장한 목화농장 위주의 남부 갈등으로 촉발된 미국 남북전쟁은 1차 산업혁명 이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2차 산업혁명은 석유를 통한 급격한 산업 발전의 시대였고 인류는 전기 활용을 생활화 하며 전구, 엔진 등으로 삶에 대단히 큰 변화를 가져왔다.

너무도 급격한 변화 속에 사람들은 기계에 대한 공포심을 갖게 됐으며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언젠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대체할 것이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기계화라는 표면적인 변화 이면에 인류 문명에 더 큰 영향을 주는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직업의 다변화와 기술력의 발전이었다. 

기계가 더욱 정교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를 다루는 차별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됐고, 결과적으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려운 기술자들이 생겨났다.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은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됐고, 높은 생산성으로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이들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 이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이 2차 산업혁명의 시작과 연결돼 있으며 음악, 예술, 스포츠 등 문화의 대중화 역시 이 시기에 이뤄졌다.

3차 산업혁명은 대체에너지와 컴퓨터의 시대로 인류 문명에 2차 산업혁명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몰고 왔다. 기계가 육체적 노동력을 대체했다면 컴퓨터는 지적 노동력을 대체했다. 사람이 하면 수백 년 걸릴 연산 작업을 단 몇 초에 해결하는 컴퓨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이동 속도, 수명, 생존 가능 환경 등 많은 한계를 산업의 진화로 뛰어넘었다. 3차 산업혁명기에 인간의 관심사는 의식주에서 우주, 경제, 양전자, DNA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운 분야로 확장됐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기술자보다 더 대체하기 힘든 존재로서 큰 혜택을 누렸다.

이로 인해 인류는 과거의 신분이나 혈통과 같은 한계를 벗어나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이와 같이 산업 발전의 탐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4차 산업이 산업 자체의 발전과 더불어 개인의 잠재적 가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변화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공유경제와 플랫폼 사업이다. 단순한 예로 유튜브 같은 미디어 플랫폼 산업의 경우 사용자들이 서로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경제적인 수익으로 얻게 된다.

점차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오랜 기간 사회를 지배해온 영주, 지주, 공장주 같은 생산 주체의 역할에 큰 변화가 오게 돼 소유하지 않더라도 산업 활동이 허용되며, 생산물이 중간 거래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세상이 인류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들은 말 그대로 대체가 불가능하며 그들의 가치는 단순한 노동력이나 지식, 기술을 넘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성, 개성, 창조성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과 역량으로 결정된다. 과학과 의학, 경영 같은 전문 분야에서는 융합과 협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개인의 능력보다 팀워크와 같은 사회적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 아직 3차 산업시대의 교육 환경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계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지만 이미 다른 선진국들, 특히 북유럽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하는 성인 학습(안드라고지, andragogy)을 아동·청소년 학습(페다고지, pedagogy)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식을 주입식으로 터득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으로 개인의 체험을 통해 터득하는 구성주의 학습 이론을 기반으로 새로운 학습법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 교육과 훈련의 경우 지식과 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몰입, 업무 효율성, 학습 민첩성, 포용력, 심리적 탄력성 등 사회적 역량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사회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굴하거나 양성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거대 IT 기업에서 명상과 같은 자기 수양에 관심을 갖고 직무 역량에 활용하는 사례 역시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트렌드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기계, 혹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인성이 개념적 가치에서 실질적 가치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인성이나 인격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지시한 일을 잘해내는 인력을 필요로 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창조적이고 변화에 잘 적응하며 상황에 따라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사회성이 우수한 인력을 원하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 경쟁력은 이러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체계에 달렸다. 인성이 곧 능력이 되는 시대에 우리나라의 교육방식이 주입식 교육과 획일적인 평가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제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과 뇌교육

그렇다면 인성교육이란 무엇이며 기존의 방식과 어떻게 다를까? 그저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교육을 많이 하면 인성교육이될까? 인성이란 단순하게 생각하면 도덕성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핀란드의 경우 유아교육에서 놀이를 통해 학습 능력을 기르고, 적절한 스킨십으로 공감 능력을 높이며, 아이의 개인적 성향을 고려해 그에 알맞은 교육을 하고 있다. 결국 인성이
란 개인의 성격, 성향, 성품을 의미한다.

제대로 된 인성교육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구축한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성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이해이며, 이미 다른 국가에서 연구하고 시험하고 있는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교육 방식이 반복적인 암기와 훈련에 중점을 뒀다면 인성교육은 이전에는 교육의 범주에 두지 않던 다양한 방식의 학습법을 필요로 한다. 보통 뇌라고 하면 그 사람의 지적역량을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인간의 모든 기능에 관여한다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도 뇌가 좋은 사람이고, 연주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뇌가 좋은 사람이며, 선행을 베풀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도 결국 뇌가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뇌는 단순히 언어를 통한 지식 전달만으로 학습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어보다 시각, 촉각, 후각 같은 오감과 감정의 변화, 신체 상태를 통해 더 빠르게 학습한다.

하버드대학 정신 과 박사인 존 레이티 교수는 2008년 출간한 저서 《운동화를 신은 뇌》에서 운동과 학습 능력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적절한 운동은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며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많은 뇌신경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운동이나 호흡을 통한 혈액순환이나 산소 공급과 같이 뇌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기능 향상이 감정 조절 능력과 인지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처럼 인성교육은 곧 뇌 훈련 또는 뇌교육이라 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더 깊이 연구되고 적용될 새로운 교육 방법은 이미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의 경우 6세 이하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영어와 암산을 가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전인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 소통 능력, 창조력 등의 인성 발달을 위한 교육 환경을 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수많은 국가에서 우리에게는 단순히 심신 단련이나 무술로 알려진 태권도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많은 학교에서 학습 능력 향상과 사회성 향상을 위해 태권도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기계, 혹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분야의 역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곧 인성이 개념적 가치에서 실질적 가치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인성이나 인격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지시한 일을 잘해내는 인력을 필요로 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창조적이고 변화에 잘 적응하며 상황에 따라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사회성이 우수한 인력을 원하게 될 것이다. 


과거를 통해 보는 한국 교육의 미래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초의 엘리트 교육으로 알려진 것은 화랑도이다. 삼국시대 말기에 두드러진 화랑의 활약으로 이들을 무사 집단으로 인식하기도 했지만 연구를 통해 이들이 군사 훈련보다 국토 종주나 음악 활동 등 심신 수양에 더 초점을 두고 인격 향상을 위한 인성교육을 중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현재의 교육제도와 과거의 교육제도가 목표로 한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으며, 역사적 사료의 한계로 화랑도를 통한 교육체계를 상세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수천 년 전 과거의 교육체계가 미래 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많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의 교육 방법이 불과 50년 만에 경제 강국이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학교 내 무한 경쟁으로 인한 교육비의 급격한 상승, 이로 인한 저출생 등 사회적 비용 증가,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한 방향성 부재 등의 문제 상황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기존의 강국들 역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유럽이 제1차 산업혁명부터 제3차 산업혁명까지 선도했는지 그 근원을 알 필요가 있다.

중세시대에서 르네상스시대로 넘어가면서 유럽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것이 성공적으로 유럽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당시 미래 교육의 답을 그리스와 로마, 즉 자신들의 과거에서 찾았으며 이를 좀 더 실용주의적인 교육으로 발전시켰다.

이제 세계는 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전인교육에서 답을 찾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전인교육은 과거에 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던 시대에 시행됐으며, 한동안 서양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치부된 동양적 교육관이 주목받는 때가 됐다.

곧 5G 통신망이 보편화되면 4차 산업혁명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국가 발전의 큰 토대이자 10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큰 계획인 교육법에 대해 이제 우리는 보다 넓은 시야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_이정한 IBREA Foundatio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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