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감정기복이 매우 심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미성숙하고 유치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것이 다 예뻐 보이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다 싫다. 즉, 한 사람의 모든 것이 좋거나 모든 것이 싫다. 친하게 지내다가도 비난이나 거절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매우 불안정해져서 격렬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러다가 또 금방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대한다. 그러나 상대방은 놀라서 거리를 두게 되고 점차 관계가 소원해진다. 또 이들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집착하고 매달리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 A의 인간관계는 문제투성이며 빈번하게 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A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도 고통을 겪는다.’
이는 전형적인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을 보이는 사례이다. 이들의 양육사養育史를 들어보면, 초기 애착단계에서 커다란 상처를 입었거나 때로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외상이 있었다. 애착의 상처는 부모와 아동 사이의 심각한 무관심과 방치, 학대에서 기인한다. 안전하게 애착을 형성해야하는 시기에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경험이 이러한 정서적 동요를 촉발한다.
▲ 인간 유아의 뇌는 다른 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뇌의 구조를 건설해 가는 기관이다 <사진=Pixabay 이미지>
우리의 뇌는 인생의 어떠한 시기에도 변화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뇌는 다른 뇌를 좋아한다. 특히 인간 유아의 뇌는 다른 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뇌의 구조를 건설해 가는 기관이다. 타고난 유전인자와 태어나서 경험하게 되는 요인들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뇌가 만들어진다. 좋은 유전자와 좋은 양육을 만나면 뇌는 일생동안 긍정적으로 발달한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환경과 병리적인 양육자를 만나면 아이는 이 세상을 왜곡되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즉, 초기 부모와의 관계의 질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생후 몇 년 동안 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하기 때문에 초기 부모와의 애착 경험은 신경계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모의 따뜻한 양육은 신체적 심리적 발달을 건강하게 하지만, 결핍되었을 때 신체적 정신적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관계의 경험 자체가 생리적 발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의 안정된 애착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후 아이의 삶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며, 위의 사례 A처럼 심각한 경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기 애착에 문제가 있었다면,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는가?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으면 왜 좋아지는가?
우리의 뇌는 가소성이란 특성이 있어서 인생의 어떠한 시기에도 변화할 수 있다. 심리치료란 초기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메시지를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부모와 맺지 못했던 건강한 인간관계를 지금 현재 상담자와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서 부정적인 정보를 긍정정보로 바꾸는 것이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부모 자신의 자기성찰이 필요한 이유
타인의 마음을 잘 알고 공감을 잘 해주는 건강한 상담자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음으로서 상처받은 사회적 뇌를 잘 조절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타인과의 따뜻한 상호작용이 심리치료적 요인이 된다. 대인간의 신경생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정이나 결혼 또는 상담자와의 의미있는 관계가 신경가소성의 특성을 갖는 신경회로를 재점화하여 실제로 뇌의 구조를 수정한다고 확신한다. 이는 아동기 때 불행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다음에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유이다.
좋은 관계는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일관성 있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곧 치료이다.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고 정서적 안전기지로 삼아 좋은 관계가 회복되어 아이의 마음에 건강한 부모로 재구조화될 때, 아이는 점차 자신감이 증가하고 자아가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양육방식이나 교육법을 달리함으로써 보다 정서가 안정되고, 사회 적응력이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와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아기였을 때부터 그들의 부모와 상호작용한 방식으로 자신의 아이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즉, 배운 대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 상담실에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도 스스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부모의 무의식은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어린 아이가 만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환경이 된다는 측면에서 부모들은 자신이 아이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관계의 패턴을 돌아보고 양육방식을 수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자기성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매주 목요일 브레인미디어에는 오주원 국제뇌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재미있는 사례와 뇌교육 원리를 통해 우리 아이의 뇌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을 알려주는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