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된 남자 아이인데 툭 하면 웁니다. 자기 맘에 안 들면 무조건 울음부터 터트립니다. 남들은 마음이 여리다. 타고났다고 하는데, 엄마인 저는 징징거리는 소리가 아주 스트레스입니다.” 자주 우는 남자아이를 둔 한 엄마의 하소연이다.
▲ 아이가 눈물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할 때, 우는 행동으로 인해 아이에게 부과된 책임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Pixabay>
부모들은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마음이 약하고 잘 우는 아이라면 부모의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가 잘 운다는 것은 작은 일에도 자주 좌절을 경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신감이 떨어졌거나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나 지적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간의 첫 울음은 귀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쁨의 신호이다. 이후 신생아들은 자신의 불편함을 오직 울음으로 표현한다.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거나 몸이 아플 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며 호흡이 가빠진다. 결국 아기는 울음을 터트린다.
우는 동안 뇌에서는 에피네프린을 분비해서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에피네프린은 저장된 에너지를 동원해서 혈압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바꾸고 스트레스의 원인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동시에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호르몬 코르티솔도 분비된다. 엄마가 와서 안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달래주면, 안정을 되찾은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점차 줄어든다. 대신 유대감을 증대시키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된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엄마의 뇌는 아기의 웃음보다 울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엄마의 감정을 담당하는 소뇌편도(amygdala)를 활성화시킨다. 엄마에게 아기 울음소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엄마는 이로 인해 근심, 걱정 같은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어린 아기들이 생존하는 데 더 유리하게 진화되어 왔다고 보인다.
그런데 엄마가 아기를 곧장 안아주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아기의 뇌는 생존 모드로 들어간다. 코르티솔이 증가하면서 뇌기능은 원초적인 단계로 퇴화되고, 아기의 뇌는 스트레스 신호를 계속 보내면서 반응을 기다리며 몹시 예민한 상태가 된다. 동시에 다른 데는 관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다른 활동을 통해 두뇌를 발달시킬 여력이 없어 뇌 발달에 한계를 갖게 된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부모가 비판적이고 인정해주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에 대한 신뢰이다. 부모가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가 울 때, “괜찮아, 엄마는 네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여전히 널 사랑하지만 이런 행동은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해 엄마가 혼내는 것이 아이가 미워서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에 있음을 말해주어 아이를 안심키는 것이 좋다. 아이가 운다고 “바보처럼 왜 울어!” 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로 하여금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거나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아이가 울고 있지 않을 때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 주는 것이다. 평소에 울지 않고 잘 놀 때에는 관심이 없다가 울기만 하면 신경을 쓰며 관심을 쏟기 시작하는 것은 잘못된 양육방식이다. 또한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살아가면서 문제란 항상 생기는 것이므로 이러한 작은 것들에 의해 좌절할 필요는 없으며, 문제는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아이가 눈물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려할 때, 우는 행동으로 인해 아이에게 부과된 책임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아이가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면 좌절을 자주 경험하지 않고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평소에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감정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매주 목요일 브레인미디어에는 오주원 국제뇌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재미있는 사례와 뇌교육 원리를 통해 우리 아이의 뇌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을 알려주는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