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을 때 젓가락 사용하십니까? 우리들은 매일 식사를 하면서 수저, 즉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느끼지만 외국을 다녀보면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젓가락 사용에 대한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가 1960년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을 때 경주의 어느 식당에서 어린 아이가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먹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하지요. 도토리묵을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엔 ‘밥상 위의 서커스’라는 표현을 했다는 얘기도 있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을 짐작할 만합니다.
사실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두뇌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뇌는 정보를 입력받고 처리해서 출력하는 이른바 정보처리기관인데요, 그래서 바깥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입력받게 되지요. 뇌가 두개골 바깥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받는 대상은 다름 아닌 ‘몸’입니다. 그래서 신경과학자들은 뇌 보다는 ‘신경계’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몸 곳곳에 신경계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으니까요. 사실 운동은 몸을 좋게 한다기 보다 뇌를 좋게 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젓가락 사용이 뇌에 미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호문쿨러스’ 라는 것인데요. 신경외과 의사인 펜필드 박사가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면적을 각 신체비율별로 적용한 인체모형인데, 3D로 신경세포 비율별로 투영해보면 뇌에서 손이 차지하는 영역이 가장 크게 나옵니다. 직립보행으로 인해 두 손의 자유로움이 인간 두뇌발달에 미친 영향이 더없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실제 젓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손가락에 있는 30여 개의 관절과 60여 개의 근육이 움직이는데,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206개의 뼈 중에서 4분의 1이 두 손을 구성하는데 쓰인다고 합니다. 엄청난 비율임에 틀림 없습니다.
지구상에 젓가락을 사용하는 음식문화를 가진 나라도 제한되어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젓가락의 재질과 사용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습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무거운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도 당연히 그러한 뇌의 작용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또한, 식사를 할 때 우리나라 만큼 젓가락을 사용해 반찬을 하나씩 집어먹는 경우는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요한 손가락을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집중적으로, 정밀하게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나이가 많은 분들은 하루 식사가 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두뇌활용의 시간이 될 것이며,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젓가락의 사용 자체가 당연히 두뇌발달을 촉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겠지요.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젓가락을 잘 사용하는 민족입니다. 이는 뇌를 잘 계발할 수 있는 두뇌친화적 환경이 음식문화에 배어있다는 얘기도 될 것입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훌륭한 문화적 자산인 젓가락, 이 땅에서 태어난 우리의 자녀들이 혹시 젓가락은 사용 못하고 포크로 식사를 하진 않는지요.
※ 본 칼럼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매거진 ‘원우’에 게재된 글입니다
글.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브레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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