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의 확산으로 14일 방미(訪美)를 연기했다. 청와대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서 얻는 외교의 국익보다 여론에 떠밀린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53.2%로 예정대로 방문해야 한다는 응답 39.2%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과 미국의 신밀월 관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 등 한반도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정상회담을 통해 풀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회담은 연기할 수 있어도 메르스는 연기가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서 그렇다.
하지만 메르스는 단순히 ‘중동감기’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을 받은 첫 번째 환자가 나오고 14일까지 145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15명에 이른다. 그러나 메르스라는 지진보다 국민의 불안감이 해일처럼 전국을 강타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대형마트나 시장 또한 한산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 취소 또한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때 박 대통령이 미국으로 갔다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2013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정부 기능이 정지되는 셧다운의 여파로 아시아 순방을 연기한 바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메르스 대응에 전념하기 위해 방미를 연기키로 한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박 대통령의 판단과 리더십을 지지한다”라며 “한국이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집중할 것은 ‘메르스 대응’이다. 각 부처의 장관과 공무원도 발로 뛸 때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질타를 만회할 수가 있다.
현재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메르스와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24시간 환자들 곁을 지키고 있다. 입고 벗는 데만 1시간이 걸리는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 들어가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고 한다. 이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이롭게 하는 국익(國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