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돈벼락 회수, 돈 중심에서 인성 중심 사회로

[칼럼] 돈벼락 회수, 돈 중심에서 인성 중심 사회로

지난해 12월 29일, 대구에서 한 남성이 도로에서 800만원 상당의 ‘돈다발’을 뿌렸다. 5만원권 지폐 160여 장(800여만 원)이 길바닥에 흩어지자 돈을 줍는 사람들로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5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지폐들은 모두 사라진 뒤였다. 

경찰 조사 결과 돈을 뿌린 사람은 28살 안모씨.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돈은 평생 고물 수집을 하며 할아버지가 아픈 손자에게 물려준 귀한 돈이었다. 정신 이상 증세가 있는 안모씨는 돈은 찾고 나서 “돈을 갖고 있는 걸 사람들이 알면 죽일 것 같아 뿌렸다”고 밝혔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대구지방경찰청은 시민들에게 원 주인에게 되돌려 줄 것을 호소했다. 즉시 돈을 갖고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2월 31일 30대 남성이 100만 원을 들고 왔다. 이어 몇 명의 신고자가 돈을 들고 지구대로 찾아왔다. 1월 5일까지 회수된 돈을 모두 200만원. 돈을 포기하고 있던 가족들은 그나마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벼락 소동. 돈은 어느새 우리 삶의 중심 가치가 되어버렸다, 돈이면 최고, 돈만 있으면 명예나 권력까지 소유할 수 있다는 물질주의 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회수된 돈 200만원은 아직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양심을 말한다. 돈을 돌려준 한 여성은 “힘들게 유산을 물려 주셨다고 하는 걸 보고 좀 짠했다. 저희 어머니도 기사를 봤으면 주운 돈을 갖다 주라고 하셨을 거다.”라고 말했다. 돈을 되돌려준 시민들의 마음에서 우리 사회에 ‘인성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인성의 척도 중 하나가 바로 공감(共感)하는 능력이다.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가슴 아파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나는 나, 너는 너’가 되어버렸다. 돈을 누가 뿌렸든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면, 그건 나뿐인 세상이다. 남의 아픈 일을 보고 나의 일처럼 도우려는 마음은 돈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한 가닥의 희망을 던진다. 

새해 새날이 밝았다. '누군가에게 베푼 덕은 반드시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새해에 복을 많이 받으려면 먼저 복을 지어야 한다. 돈을 돌려준 이들에게는 200만원 이상의 값진 복이 쏟아져 들어오리라. 새해에는 ‘인성의 불씨’가 이곳저곳에서 살아나는 복 짓는 한해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