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빼빼로데이보다 존재감 없는 가래떡데이와 국경일

[칼럼] 빼빼로데이보다 존재감 없는 가래떡데이와 국경일

11월 11일, 길쭉한 '1'이 늘어선 날이다. 이 즈음하여 집 앞을 나서면 여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빼빼로데이'라는 문구와 막대 과자로 가게 앞을 화려하게 꾸며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날은 '가래떡데이'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과연 '빼빼로'와 '가래떡' 중 어떤 기념일에 동참하고 있을까?

빼빼로데이는 한 제과업체에서 30여 년 전 빼빼로를 처음 출시하였을 때, 일부 지역의 여중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하길 바란다.'라며 과자를 주고받은 데서 비롯됐다. 학생들이 주고받는 선물의 의미를 포착한 한 기업의 마케팅으로 이제는 전국이 빼빼로 구입에 들썩인다. 일례로 한 대형 마트는 기념일 1주일 전부터 당일까지의 전국 매출이 2주 전보다 무려 83배 정도 증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농업인의 근본이라는 '흙 토(土)'를 파자(破字)하면 십일(十一)이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며, 그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2006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눠 먹는 '가래떡의 날' 행사를 시작해 알리고 있다. 그러나 제과업체들의 마케팅에 빼빼로를 한 아름 안고 가는 사람은 많아도, 같은 날 '가래떡'을 나눠 먹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 기념일에 대한 무관심은 이뿐 만이 아니다. 매년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의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가 적다는 뉴스가 보도되곤 한다. 올해 한글날에도 한 언론사는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1,680가구 중 태극기를 단 가구가 단 101가구로 6%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가의 대표적인 기념일에 이렇게 동참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기관이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빼빼로데이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동참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입소문도 빠르고 행동하는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기념일에 난무하는 마케팅에만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다. 국가기관의 영향력이 일부 기업에 미치지 못할 리 없다. 국가기관은 가래떡의 날, 나아가 국경일 등과 같이 국민에게 알리고 기념해야 할 것들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동참을 이끌어 냈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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