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할 때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다. 대부분은 건강, 행복, 성공 등이라고 답을 많이 한다. 그럼 필자는 “사실 제일 많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냐?”고 다시 묻는다. 그럼 대다수가 수긍한다.
실제 한 TV 프로그램에서 길을 가는 불특정 사람들에게 “제일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니 대답한 사람이 바로 ‘돈’을 꼽았다. 사람의 인생이 돈을 추구하는 것이 분명 전부는 아닐진대 어찌하다가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돈 돈 돈’ 하면서 살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서 《엔데의 유언》을 소개하고자 한다.
▲ 《엔데의 유언》(갈라파고스)
《엔데의 유언》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모모》의 작가인 미하엘 엔데가 일본 NHK 방송국과 수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엔데가 사망한 후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모모》에서는 말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을 가진 모모라는 소녀가 등장한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색신사들’이 나타나 시간을 절약하여 시간저축은행에 저축하면, 이자가 이자를 낳아 인생의 몇 십 배가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주인공 모모는 사람들이 점점 여유 없는 생활을 하며 시간에 쫓기게 되자, 그 도둑맞은 시간을 찾아주려 노력하는 줄거리이다.
물질적으로는 점점 풍요로워지는 반면, 일하고 또 해도 부자가 되지 않는 시스템과 사람들 마음속에 퍼져가는 공허함을 통해 《모모》는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강하게 호소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런데 정작 저자인 미하엘 엔데는 《모모》를 쓴 이유가 대다수 독자와 평론가들의 서평보다는 좀 더 앞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엔데의 유언》에서 밝힌다.
좀 더 앞선 이야기란 ‘시간이 흐르면 돈의 가치가 감소한다’는 자유 화폐이론과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사상가가 제창한 ‘노화하는 돈’이라는 아이디어를 묘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돈이 노화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감소한다는 개념이 대부분 독자에게 생소하리라 믿는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돈의 원래 기능과 역할을 되짚어보면, 현대 금융시스템의 폐해에 대한 엔데의 고민과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엔데는 빵집에서 빵을 사는 구입대금으로서의 돈과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자본으로서의 돈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돈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화폐를 실제 행위나 물건에 대응하는 가치로 자리매김시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현재의 화폐시스템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인류의 앞날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은 비양심적 행동이 보상을 받고, 양심적으로 일하면 경제적으로 파멸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엔데는 통화를 인간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엔데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사상가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상가들이 주장한 내용을 가지고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환을 위한 매개수단과 가치의 기준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고, ‘이자’를 배제하는 새로운 통화로서 지역통화, 자유통화, 교환링 등이 실제 보급되고 성공적으로 정착한 지역사회의 사례들이 큰 희망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상생하는 미래를 위한 대안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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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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