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앞두고 일본이 떠오른다. 100년 전에 아시아를 침략한 일본과 지금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과연 군사적•경제적으로 발전한 만큼 의식 또한 성장했는가? 라는 질문이 든다.
지난 9일 가수 이승철은 일본 하네다 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4시간 억류됐다. 이어 입국을 거부당했다. 그가 8월 독도에서 미니콘서트를 연 것이 빌미가 됐다는 말이 있다. 황당한 것은 그의 부인까지 입국하지 못했다고 한다.
탤런트 송일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2012년 ‘8·15 기념 독도 수영 횡단 행사’에 참가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 차관은 “미안하지만 송일국은 앞으로 일본에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부의 대응은 형식적이었다. 11일 외교부는 일본 외교당국에 이승철 일본 입국 거부 사유에 관한 해명을 요청했다. 일본 측은 '통상적인 관례,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입국 거부 사유를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일본은 강자에게 따르라는 속담이 있다. 힘 센 사람에게 덤비지 말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쿠데타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한국인은 굴복을 모른다. 이승철은 전날 독도에서 불렀던 노래 ‘그날에’를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그는 “정당한 권리에 대한 무언의 압박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앞으로 독도와 관련된 일에 더 분명한 소리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의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선조의 정신적 유산이다.
영국 런던 데일리 메일 종군기자 F.A.맥켄지(Frederick Arthur Mackenzie, 1869~1931)는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조선 의병이 일본 군인과 싸우는 현장에 있었다.
그는 한 의병에게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싸우다 죽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라고 했다.(F.A.맥켄지, 『한국의 독립운동(Korea's Fight for Freedom)』 1920년)
단재 신채호는 국가를 정신과 형식 2가지로 나누었다. 정신상 국가는 ‘민족의 독립할 정신’, ‘자유로울 정신’, ‘생존할 정신’ 등을 말한다. 형식상 국가는 강토, 주권, 대표, 육해군 등 유형적인 집합체다. 단재는 정신상 국가가 망하지 않았다면 그 나라는 망하지 않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순국선열은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을 말한다. 그들은 일본에 형식상의 국가를 빼앗겼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신상의 국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17일을 앞두고 이번 주말에는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내 순국선열추념탑과 독립관을 찾으면 어떨까? 형식상의 국가를 찾은 지 69년인데, 정신상의 국가는 지금도 살아있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