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제 SNS를 보는 데 들인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전 세계 플랫폼 비지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아마도 2시간 반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알고리듬이 이끄는 대로 넘긴 피드와 영상들에 대한 무의식적 스크롤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무엇이었는가? 역시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나 이메일, 혹은 SNS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런데 질문 하나. 어제 스크린을 통해 본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얼마나 있을까? 뇌에 진짜 흔적을 남긴 건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이건 단순한 개인적인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지금 점점 커지고 있고,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지 모르는 위기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무의식적 스크롤링이 불러온 위기
스크린 타임(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화면이 있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총 시간), 특히 SNS를 통한 빠르고 단편적인 콘텐츠 소비의 증가는 전 연령대에서 ADHD 또는 ADHD와 유사한 증상이 늘고 있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의 집중력의 부족으로 인해 이전에는 주로 노화와 관련된 현상으로 여겼던 인지기능의 저하가 이제는 비교적 젊은 세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이나 무한 스크롤링으로 인한 지속적인 주의 전환은 작업 기억력을 손상시키고, 뇌가 집중을 유지하는 능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인지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아직 노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들 사이에서 앞으로 치매 발병률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의력 결핍이 신경학적, 문화적, 존재론적 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집중력 부족이 지속되면 기억을 유지하는 힘이 떨어진다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자. 뇌의 하드웨어(신경 구조)와 소프트웨어(정보)는 분리된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은 낭비를 싫어한다. 특히 뛰어난 가소성을 특징으로 하는 뇌는 우리의 경험에 따라 실시간으로 신경망을 업데이트하면서, 중요하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의미 없는 정보를 굳이 저장하려 하지 않는다.
전두엽, 즉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은 마치 임시 메모장과 같다. 임시 메모장이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된 내용은 그냥 두면 오래가지 않는다. 이 정보를 얼마나 오래 저장할지는 주의 집중력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며, 개인적인 의미 부여도 정보 저장에 영향을 미친다.
주의 집중과 의미 부여는 기억의 내용인 정보를 신경망 속에 들러붙게 하는 접착제와도 같다. 자신이 주목하지도 않고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 정보는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기 전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사라진다. 그래서 어제 본 SNS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10년 전에 연인과 함께 본 영화는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장기적인 뇌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를 자신의 필요와 상관없이 그저 좇다 보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고, 깊은 집중이 부족한 방식으로 뇌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전두엽은 점차 단기 기억을 유지하는 힘을 잃는다.
마치 근력 단련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져서 무거운 것을 오래 들고 있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단기 기억 유지 능력의 저하는 치매의 대표적인 초기 증상 중 하나이다.
주의력을 붙잡는 능력이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많은 사람이 이전에는 자신이 멀티태스킹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하지만 뇌의 메커니즘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우리가 말하는 멀티태스킹은 사실 주의력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며, 이런 방식은 뇌에 큰 부담을 준다. 주의력을 매번 전환할 때마다 재진입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마음은 본래 이리저리 튄다. 생각에서 생각으로, 마치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듯이 움직인다. 그래서 주의를 옮기는 건 쉽지만, 이를 유지하는 데는 훈련이 필요하다. 명상의 본질은 생각을 멈추는 게 아니라, 머무르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코드를 짤 때도, 수술을 할 때도, 누군가의 말을 깊이 들을 때도 주의력을 유지하는 힘이 필요하다. 성공과 창조와 연결은 주의력을 유지하는 데서 비롯된다. 질문, 문제, 목표 등 한 가지 대상에 주의력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모든 전문성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집중력은 뇌의 근육이자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집중력은 비유하자면 정신의 근육이다. 쓰지 않으면 약해지고, 꾸준히 훈련하면 강해진다. 명상, 일기 쓰기, 책 읽기, 자연 속 산책 등은 단순한 웰빙 활동이 아니라,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실질적인 훈련이다.
주의력은 개인적인 뇌의 능력으로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사회적 영향력이고, 경제적인 자산이기도 하다. 디지털 경제에서 추구되는 진짜 가치, 너도나도 얻기 위해서 경쟁하고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대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언뜻 보면 콘텐츠처럼 보인다. 영상, 뉴스, 밈, 기사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이 실제로 사고파는 것은 사용자의 주의력이다. 클릭, 터치, 스크롤, 머무는 시간 등 모든 것이 ‘주의 데이터’로 수집되고 분석되어 광고주에게 팔린다.
SNS 플랫폼은 단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주의력을 붙잡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 간헐적 보상, 감정 자극, 끝없는 피드 등은 인간의 심리를 공략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 한 사람당 하루에 평균 2천 번 이상 스마트폰을 만진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주의력 주권 회복이 기술 진화의 방향을 바꾼다
이제 하나의 혁명적인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의력은 마치 나의 재산권이나 참정권처럼, 내가 소유하고 스스로 주권을 행사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내가 소유한 것에 대해서는 이를 어디에 쓸지 선택할 수 있다. 즉 알고리듬, 광고, 충동적 반응으로부터 나의 주의력을 되찾는다면 내 목표, 관계, 성장, 신념같이 더 가치 있는 데에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주의력 주권이다. 외부 자극에 의해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주의력의 방향을 선택하는 힘. 이것이 인지적 자율성이고, 디지털 시대의 자기방어다.
이게 왜 중요할까? 수백만 명이 자신의 주의력을 되찾기 시작하면, 기술 산업의 유인 구조 자체가 바뀐다. 수십억 명이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플랫폼은 그에 맞춰 변하게 되어 있다.
우리의 집단적 주의력이 기술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주의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술도 인간 중심적으로 진화하게 된다. 중독이 아닌 성장을 향해서.
뇌를 재훈련하는 5가지 주의력 실천법
주의력을 되찾는 일은 철학적인 동시에 아주 실용적인 행동이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방법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① 아침 명상
하루를 스마트폰 없이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5~10분 동안 호흡, 스트레칭, 글쓰기 등자신의 몸과 의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
② 1분 주의력 집중
일과 중 1시간마다 1분씩 의식을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 자신의 호흡을 느끼거나, 바닥에 닿은 발의 느낌에 집중한다. 심호흡이나 스트레칭과 결합해서 하는 것도 좋다.
③ 디지털 단식
하루에 1시간, 일주일에 하루, 또는 1년에 일주일간 SNS를 완전히 중단한다. 디지털 디톡스 과정을 기록하며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좋다.
④ 독서 시간 늘리기
시간을 정해놓고 책이나 긴 글을 중단 없이 읽는다. 이를 통해 뇌의 집중 회로가 다시 활성화한다.
⑤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기
식사, 걷기, 대화 등 일상이나 업무를 수행할 때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몰입은 뇌의 효율을 높임으로서 좋은 성과를 내게 하는 힘이다.
미래는 집중하는 사람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산만함이 기본값인 시대를 살아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집중력은 이 시대의 초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나 웰빙의 추세를 넘어 자신의 뇌를 되찾고, 정체성을 자각함으로써 자기 주도권을 회복해야 한다.
주의력은 단순히 의식의 서치라이트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 학습, 관계, 창조, 그리고 저항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고 근원적인 자산이다. 그러니 매일 아침 자신에게 물어보자.
“오늘, 나는 내 주의력을 어디에 둘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우리 삶의 방향,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글_스티브 김 IBREA Foundation 이사. 《공생의 기술》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