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 - 02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 - 02

기억의 메커니즘과 의식 탐구의 오랜 여정

브레인 45호
2014년 04월 12일 (토)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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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가장 큰 배울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뇌는 유연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유연하다는 특성은 정신질환의 측면에서도 낙관적인 표지로 작용한다. 뇌의 가소성은 정신적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뇌의 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일찍부터 인식한 것 같다.

나는 아주 열심히 연구한다. 내 분야에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뛰어난 감각이 있고, 나는 나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달팽이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일은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나는 흥미로운 문제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것과 대면하여 해결한다.

당신은 처음에 자아와 초자아가 구체적으로 뇌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이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실제로 성취한 것과 비교한다면 어떠한가?

내가 그러한 목표를 의식하고 이 연구에 심각하게 접근했다고 한다면 정말 과장되고 허풍스럽고 극단적으로 단순한 표현이 될 것이다. 뇌에 대한 나의 연구 결과들은 정신분석을 좀 더 중요한 학문으로 부각시키는 데 소박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꽤 오래전에 쓴 글 중에 <정신분석과 단일 시냅스>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다른 사람들이 상상하기도 전에) 심리치료의 작용을 약물의 작용을 이해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시냅스의 소통을 바꾸는 단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심리치료가 효력을 발휘하는 한도 내에서 시냅스는 마치 학습이 그러하듯이 해부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 내가 주장한 내용은 당시 나에게는 상당히 명확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아하! 그런가!’ 하는 정도로 반응했을 뿐이다. 지금 하나씩 잘 생각해보면, 내가 과거에 이미 지적한 수많은 것들이 명백한 사실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신분석학 분야의 사람들은 단지 그러한 정황에 맞춰 사고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것들보다 인지적 행동 치료 같은 심리치료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그런가?

그렇다. 나는 심리치료상의 모든 과정이 연구의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년에서 30년 전쯤에 사람들은 심리치료와 뇌 연구는 너무나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연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아주 경미한 정신질환을 포함해서 정신질환의 생물학적 표지를 발견해서 그것들이 심리치료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곧 이러한 일들이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나에게는 신경과학자들보다 앞서는 강점이 있다.

내가 정신분석에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분석을 좋아한다. 단지 그것이 제 역할을 과학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정신분석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정신분석을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게 하기 위해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당신은 장기간 지속된 노출을 통해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신경이 갑자기 반응을 멈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의 예를 든다면 심리치료에서 말하는 치료 방식으로 예컨대 무엇이 그것을 유발했는지, 높은 위치가 어떻게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지 등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치료는 그 문제 자체에 병적으로 집착함으로써 공포감을 강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공포감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매일 사다리에 올라 조금씩 더 높이 오르는 연습을 하면 공포감은 점차 둔감해질지도 모른다.

물론이다. 실제로 ‘감도 상실 치료’라는 게 있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그 치료는 보통 컴퓨터의 가상 환경을 통해 진행된다. 그러나 나는 좋은 치료는 두 가지 모두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고소공포증이 심한 사람에게 나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공포감을 느끼는 건 정말 끔찍한 일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우리 한번 그 문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선 비행기에 탑승해서 창밖을 내려다보는 실험을 시작해봅시다”라고 말이다.

영화를 보면, 한 기관에서 신경세포를 떼내 세균 배양 접시에 올려놓으면 그 신경세포가 속해 있던 기관이 반응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신경세포가 자극에 응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간 심리학과 행동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좀 더 기계적인 수준으로 약화되지는 않았는지?

음, 염려할 수 있는 문제다. 사실, 내 두 번째 책의 서문은 예술과 과학에 대한 내용인데, 나는 그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불편하게 느낀다고 서술했다. 사람들은 핵심 생물학에 집중하는 과학적인 접근이 예술을 하찮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심장은 피를 돌게 하는 펌프이다. 그러나 심장이 신비롭고 마술적일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인식도 존재한다. 우리의 머리에는 이 두 가지 개념이 공존할 수 있다.

다음의 두 가지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 첫째, 뇌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마음 연구에 대해 편집증적인 열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가 10%가 아니라 80% 정도 이미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이 연구가 장기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간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더 많은가!

둘째, 신경과학이 설사 완벽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해도 그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일 것이며, 신경과학은 정신 현상을 이해하는 일을 질적으로 향상시키지, 결코 그것을 하찮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 차를 운전할 때 느끼는 멋진 기분이 줄어들지는 않지 않는가.

당신은 책에서 의식의 비밀을 밝히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기계적인 이해를 통해 언젠가는 그런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 과정이 단지 기계적이지만은 않다. 과학은 기계적인 이해 이상의 것이다. 과학에서 연구의 초기 시점에 ‘이것은 우리가 할 수 없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일이 가능할지 어떨지 당시에는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 분야에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사람들의 개념 도식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방법론 자체는 눈부시게 진보하고 있다. 30년 전에는 들어본 일도 없고 심지어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지금은 연구의 범주에 들어와 있다. 이는 전면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여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의식을 연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러셀 앤드루스 Russell Andrews | 번역·안수정 cinemas87@gmail.com
이 인터뷰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의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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