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 - 01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에릭 캔델 - 01

기억의 메커니즘과 의식 탐구의 오랜 여정

브레인 45호
2014년 04월 12일 (토)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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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캔델이 뇌과학에 빠져든 계기는 심리치료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도대체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드(id)와 자아(ego),  초자아(super ego)는 구체적으로 우리 뇌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오래지 않아 그는 아주 단순한 정신 기능이 처리되는 과정조차도 뇌과학 분야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는 본래 가졌던 포부를 줄여, 지구상에서 가장 커다란 뉴런을 가진 갯민숭달팽이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그는 마침내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적인 메커니즘을 찾아냈고, 이러한 노력은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캔델의 저서 《기억을 찾아서:마음의 신과학 등장(In Search of Memory:The Emergence of a New Science of Mind)》은 자신의 체험과 과학적 지식을 총망라한, 하나의 통렬한 개인적 여행기다. 이 책은 최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몹시 불편했다. 영화 속의 내가 결코 나 같지 않았다. 나는 본래 무척 행복한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항상 그렇게 떠들썩하게 웃고 있거나, 이웃집에 울려 퍼질 정도로 뻔뻔스럽게 시끄러운 건 아니다! 그러나 영화감독은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런 디테일들을 찾아냈을 것이다.

《기억을 찾아서》는 책으로도, 영화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 성공에는 당신의 개인적 특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그 책을 쓸 때 당신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과학 연구 과정을 함께 엮는 것이 이렇게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이 책이 성공을 거둔 것은 그 두 가지가 조화롭게 잘 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벨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들은 내게 두 가지를 요청했다. 첫째는 연설을 해달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자전적 에세이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전까지 나는 나의 지난 성장 과정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시작하자 그것이 상당히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처음 뇌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할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시냅스 연결synaptic connections 강도에 변화를 주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를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그토록 쉽다는 사실은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뇌가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 자체는 당시에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장기 기억이 유전자 발현(expression of genes-유전자 정보가 특정 형질로서 나타나는 것)을 바꾼다는 점도 경이로웠다. 또 하나는 학습을 통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촉진하면서 유전자를 작동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깨닫게 된 점이다. 그건 정말 숨이 멎을 만큼 굉장한 발견이었다.

장기 기억이 유전자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뉴런 안에서 장기 기억을 강화하는 시그널들은 원자핵들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전자들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시냅스 연결이 일어나게 한다. 이것을 연구하고 있을 당시에는 유전자가 행동을 통제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즉, 우리가 한 가지 돌연변이를 가지면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또 다른 돌연변이를 가지면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는 식이었다.

유전자 또한 환경에 종속된다는 점, 즉 유전자들도 외부적인 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이 점을 증명해 보여주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 혼란스러워했다. 유전자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도 그 유전자가 역할을 해내는 단계를 바꿀 수 있다.

현재 당신을 놀라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기억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일생 동안 어떤 것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전 생애에 걸쳐 아주 긴 시간 동안 기억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냅스의 단백질 합성 조절 제어 유전자를 발견해냈다.

뇌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이해가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가?

뇌를 이해하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세상에 대해 사고하는 방식에는 영향을 주었다. 나는 이제 심리치료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교육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뇌 연구를 뇌의 처리 과정brain processes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신분열증이나 강박 장애, 노화나 발달 등과 연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뇌 연구를 의사결정 같은 것들과 관련한 어떤 새로운 지식의 원천이라고 여긴다. 즉, 왜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긴 기간보다 단기간 얻어지는 이익을 선호하는가 같은 문제들이다.

동물들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환경에서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막 파악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지각과 감정, 공감에 대한 우리의 식견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예술, 혹은 철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들이다.

신경과학과는 독립적이었던 이러한 모든 학문 분야들이 앞으로 30년 동안 신경과학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 놀랄 만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당신이 수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매일 수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뇌과학은 운동이 학습을 촉진하고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물리치는 데 매우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해왔다. 평생 운동을 계속해왔는가? 아니면 특별히 인지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운동을 하는가?

고교 시절에 육상부 주장으로 활동했다. 수영은 정신요법에 큰 도움이 된다. 심지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영을 하더라도 몸과 마음의 상태는 그 전보다 훨씬 나아진다. 물론 수영이 현재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수영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다.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수영을 하라고 권유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두뇌 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경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공공 정책 분야에서 그 전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경과학학회The Society for Neuroscience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은 비단 신경과학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매우 정교한 세계에 살고 있고, 민주사회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그들 자신에게는 없는 지식을 필요로 하면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내 책과 영화로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 가운데 한 가지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다.

글·러셀 앤드루스 Russell Andrews | 번역·안수정 cinemas87@gmail.com
이 인터뷰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의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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