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과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와 교육자들은 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질문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고민과 질문도 깊어지죠.
그에 관해 유아 뇌교육 전문가가 도움말을 드립니다.
▲ 뇌 발달을 자극하는 미술 놀이 [사진=본인 제공]
Q. 미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다섯 살인 아이도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집에서도 미술 놀이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어떤 놀이를 해볼 수 있을까요?
미술은 놀이이자 수업이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활동
미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이자 효과적인 학습의 도구입니다. 미술은 왜 좋은 놀이가 될까요? 정답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즉, 아이가 자기 느낌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직 언어가 능숙하지 않은 영유아는 그리기나 만들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한, 손으로 직접 만지고 그리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영유아에게 미술은 좋은 놀이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경험하는 몰입과 성취감은 뇌 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몰입은 뇌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놀이에 집중할 때 학습 회로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놀이를 통한 몰입 체험은 영유아기 뇌 발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또한, 미술은 아이에게 효과적인 학습의 도구가 됩니다. 예를 들면, 물감을 섞으며 색채의 원리를 깨닫고, 종이를 접거나 자르면서 공간 감각과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을 통해 발달한 소근육은 글자를 쓰는 데도 영향을 미치죠. 뭔가를 표현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어휘력을 확장시키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같이 뇌 발달을 자극하는 미술은 뇌교육적 접근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먼저 뇌 감각을 깨우는 도구로서의 미술은 색, 질감, 형태 등으로 오감을 자극하고, 아이는 이를 통해 자기 느낌의 세계를 형성합니다.
아이들은 자기 느낌대로 형태나 색을 표현하기 때문에 미술 놀이를 하면서 욕구와 감정을 드러내고, 또 해소하기도 합니다. 뇌 정화가 일어나는 것이죠.
좌뇌를 자극하는 도형, 구성, 패턴, 형태 등을 우뇌의 창의성을 동원해 표현하면서 뇌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것도 뇌교육의 한 단계로 짚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뇌를 활성화하면 이를 토대로 자기주도 학습, 자기 이해, 자기 조절력 향상 등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흥미로운 미술 놀이를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 채소 도장 찍는 아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로 도장을 찍어볼까요? 청경채, 파프리카, 고추, 양파 등이 도장으로 표현하기 좋은 채소입니다.
• 가베를 활용한 놀이
집에 안 쓰는 가베(교육용 놀이도구)가 다 있을 거예요. 가베를 종이에 목공풀로 붙여서 그림을 그려보세요. 어린이용 목공풀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코스모스
아이가 코스모스 꽃잎 개수를 관찰하고 여덟 장의 꽃잎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코스모스를 관찰하면서 꽃잎 끝이 톱니처럼 생기고 이파리가 가늘게 난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관찰하면서 배우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자라납니다.
• 은박 로봇
교실에서 박스를 모아서 로봇을 만들어 놀이하는 모습입니다. 내가 로봇이라면 어떨지 상상해 보고 로봇처럼 움직이거나 말하는 놀이입니다. 아이들은 가상놀이를 통해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고, 또 해소하는 경험을 합니다.
놀이 안에서는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가상놀이를 즐겨합니다. 스스로 감정을 알아차리고 해소하는 경험은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며, 이는 사회적 관계 맺기를 학습하는 과정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 점토에 색을 섞어서 아이스크림 만들기
여름을 맞아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딸기맛, 포도맛 등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상상하며 만들었는데, 흰 점토에 색 사인펜을 찍어서 반죽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로워했습니다.
원하는 색의 농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 슬리퍼 디자인하기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이 실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아주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위 사진은 자신이 신고 싶은 슬리퍼를 자기 발에 맞추어 디자인한 그림입니다.
교사는 아이가 디자인한 슬리퍼를 실제로 신을 수 있도록 기본 틀을 만들고, 아이가 그린 것과 똑같은 그림을 붙여주었습니다. 아이가 혼자 작업하기 어려운 부분은 어른이 함께 도와주며 완성해 나가도 좋겠습니다.
• 데칼코마니로 꾸민 무당벌레와 나비 날개를 달고 산책하기
펠트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데칼코마니를 하여 나비 날개와 무당벌레 날개를 만들어 등에 하나씩 달고 산책도 하고 놀이터도 갔습니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무척 가벼워 보이죠? 곤충을 늘 관찰하기만 했는데, 이날은 아이들이 나비가 되어보고 무당벌레가 되어보았습니다.
• 내 방 만들기
자기 방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도배도 하고 가구도 배치하는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집에서 안 쓰는 나무 블록을 가지고 와서 서랍장과 책상도 만들었습니다. 붙이는 과정은 교사가 글루건을 사용해 도와주었어요.
미술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면서 가장 전통적인 수업이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활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미술을 통해 놀이와 학습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고 즐거움도 얻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글_윤은실 서울 아이빛어린이집 원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