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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얼마남지 않은 가운데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져만 간다. 바로 방학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 컴퓨터 앞을 떠날줄 모르는 아이들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이른바 '4대 중독법'이 논란이다. 중학생이 게임비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게임에 빠져 갓 태어난 아이를 굶겨 죽인 사건, 5일 동안 쉬지 않고 게임하다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30대 등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는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행위에 대해 중독이라는 임상적 진단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특히 게임의 금단증상은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로 인해 생기는 금단 증상에 비해 덜 병리적이기 때문에 2013년 현재 학계에서는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렇다면 중독과 몰입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같은 듯 다른 '중독과 몰입'
몰입과 중독의 공통점은 빠져들면 들수록 더 깊이 빠져 든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몰입은 빠져 들수록 창조적 결과가 나온다면 중독은 빠져 들수록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중독 행위의 주목적은 '쾌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반면 몰입은 대상을 갈망하면서도 이를 통해 지속적이 쾌감을 얻는다. 따라서 지금 어떤 일에 푹 빠져 있다면, 진정 좋아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건 중독이다.
1954년 캐나다 맥길대학의 피터 밀너와 제임스 올즈는 뇌의 어떤 부위가 전기자극을 받으면 불쾌감을 유발하는지 쥐의 뇌에 전극을 꽂고 관찰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은 상자 속에 쥐를 넣어두고 쥐가 지렛대를 누르면 뇌에 전기자극을 받도록 만들었다. 이들은 쥐가 전기자극을 받아 불쾌감을 느끼면 다시는 지렛대를 누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쥐들은 자신의 뇌를 자극하기 위해 시간당 무려 7천 번이나 지렛대를 눌렀다. 심지어 음식과 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기진맥진해 죽을 때까지 지렛대를 누른 쥐도 있었다. 전기자극은 가해진 뇌의 부위는 쾌감중추에 해당하는 바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신경과학자들은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을 포함하는 '보상회로(reward circuit)'를 밝혀냈다.
그 무엇이든 측좌핵을 자극하여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어! 이거 좋은데? 또 해볼까?’라고 해석한다.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면 도파민 상승을 계속 부채질한다. 우리 뇌는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원하게 된다. 보상회로를 자극한 즐거웠던 사건을 뇌는 기억하고 그 일을 반복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이로써 중독에 빠지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다.
도파민은 측좌핵을 포함한 복측 선조체와 전전두엽에서 분비되며 주로 동기 작용에 관여한다. 도파민 회로는 음식, 약물, 성행동과 같은 일차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돈이나 칭찬과 같은 이차적인 보상에도 활성화된다.
'달리기, 명상, 자선활동' 등 긍정적인 중독도 있어
사회는 인간의 즐거운 활동을 엄격히 규제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음식, 섹스, 마약, 도박 등에 중독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인간은 분명 쥐와는 다르다. 물론 인간의 쾌감회로는 성적흥분, 단 음식과 기름진 음식, 금전적 보상, 향정신성 약물 같은 '악한'자극에 의해 활성화된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선하다고 여기는 많은 행동들도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자발적 운동, 여러 가지 명상이나 기도, 사회적 인정, 심지어 자선활동이나 기부조차도 모두 인간의 쾌감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뇌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한다. 뇌의 주인이 어떤 경로를 취하든지 간에 쾌감을 원할 뿐이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