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칼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책 읽는 명상 CEO의 북칼럼] - 29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상상력의 소산일까 아님 직간접 경험에 근거한 사색과 노력의 결과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흡인력 있는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씩 궁금해질 때가 있다.

신작이 출판되기도 전에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고 나서 또 다시 궁금증이 일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이 소설의 맨 처음 몇 행을 쓰고는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반년 가깝게 이 이야기를 묵묵히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줄거리의 대부분은 상상력을 발휘했다는 얘기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핀란드의 시골 풍경 묘사 등을 보면 가보지도 않고, 상상만으로 쓸 수 있을까 최소한 한번이라도 가보거나 꼼꼼히 관찰한 뒤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하루키 소설은 참 재미있다. <1Q84> 이후 출판된 몇 권의 에세이는 좀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이번 소설은 제목부터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소설을 읽어보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란 공교롭게도 이름 안에 색채를 뜻하는 한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4명의 친구들(赤 靑 白 黑)과는 달리 ‘다자키’라는 이름에는 색채를 뜻하는 한자가 없기에 그런 식의 제목이 탄생되었슴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색채란 단순히 빨강 파랑 등의 컬러를 말한다기 보다 개개인의 개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스타일 정도의 뜻에 가깝다.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오래 묵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세월의 강을 건너 오랜 친구나 친지를 만나 해원코자 먼저 나서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의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는 10대 후반기를 둘도 없이 가깝게 지내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 4명의 친구들로부터 20살이 되던 해 어느 날 갑자기 절교 선언을 당하며 16년 동안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의 권유로 옛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며 절교 당한 이유를 알아가면서 마음 속 깊이 숨겨두었던 상처들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10대, 20대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부대끼며 어울리다가 지금은 아예 연락도 되지 않는 친구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소원해질 이유도 없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관계가 멀어지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작은 일이라도 오해가 있어서 사이가 벌어진 친구나 친지들은 또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가 50에 접어든 요즈음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대학 입학 30주년 등의 이유로 동창들의 연락도 잦아지고, 모임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

길게는 30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않았던 옛 친구들이 마치 어제 보고 오늘 다시 보는 양 반가워할 때는 내심 어색하기도 하고, 이래서 친구가 좋은 거구나 싶기도 하다. 하루키 소설을 통해 인생 후반기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좀 더 너그럽게 사람들을 대하면서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옛 친구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싶어졌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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