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울증에 걸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불안장애와 강박증, ADHD 등 여러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명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어떤 사건이 있거나 혹은 그렇게 태어나서 앓는 줄 알았던 정신질환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브레인 에너지》는 하버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M. 팔머가 20년 넘게 정신질환 환자들을 지켜보고 치료하고 연구해서 밝혀낸 혁신적인 방법을 담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정신질환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선한 이론으로 독자에게 접근한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의 증상이 겹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각각의 정신질환이 보여주는 무수한 교집합을 찾아내고 이것이 신체질환으로까지 연결됨을 구체적인 이유와 연구를 통해 알려준다.
2부에서는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최초의 세포기관인 미토콘드리아임을 알려준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부전이 어떤 대사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어떻게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하며 이를 ‘뇌 에너지 이론’으로 명명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정신의학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뇌 에너지 이론’을 통해 대사 문제와 여러 정신질환을 치료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렇게 뇌 에너지 이론은 ‘정신장애는 뇌의 대사장애’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신선한 관점과 효과적이면서도 실생활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한다.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부전과 정신질환을 연결하는 문제는 현재 정신의학계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뇌 에너지 이론이라는 혁신적인 내용을 제시한 이 책은 기존의 치료법으로 차도가 없었던 환자들이 증상 완화뿐만 아니라 완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우울증, 초조증, 불안증, 불면증…… 원인은 바로 ‘뇌 에너지 결핍’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기준, 세계적으로 거의 8억 명의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7.8퍼센트로, 살면서 정신질환을 앓을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
날이 갈수록 정신질환의 치료 필요성은 높아만 가는데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 비율은 4.5퍼센트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명쾌하지 않은 치료법 때문이다. 우울증, 강박증, 불안증, 초조증 등 각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확실하지 않아 증세에 따라 치료법을 행하거나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신질환 치료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고, 기분이 저하되는 것 같고,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하는 환자의 그때마다의 주관적인 증상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에 《브레인 에너지》의 저자인 크리스토퍼 M. 팔머는 정신 건강 분야에서 현재의 치료 방법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질병을 타이레놀 한 알로 치료하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20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뇌 에너지 이론’을 정립,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을 찾아냈고,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이 책에 정리했다.
우리는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더러 게으르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핑계를 댄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는 말이 정말 말 그대로 ‘피곤’하고, ‘기력이 없는’ 상태라면 어떨까?
실제로 피곤하고 기력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 정신질환과 대사장애를 앓는 사람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뇌 에너지양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뇌 에너지 결핍이 정신질환을 야기하고 나아가 대사장애까지 일으키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연구를 20년 넘게 진행했고 정신질환과 신체의 대사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뇌의 대사장애라는 ‘뇌 에너지 이론’을 정립했다.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바로 미토콘드리아
증상에만 의존하던 치료법을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과연 실제 현장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그리고 정신질환과 대사장애를 일으키는 단 하나의 원인을 알게 됐으니 병원에 가지 않아도 건강해질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기여 원인, 즉 유전, 신경전달물질, 정신과 약, 호르몬, 염증, 생활 습관 등에 따라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부전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스스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과 병원을 다니고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수면과 빛과 일주기 리듬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수면은 몸이 성장, 유지, 보수 등의 기능에 대사 자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빛은 일주기 리듬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빛을 감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호가 세포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지나치게 적게 자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 모두 대사의 부담을 주며 심각해지면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식습관 역시 대사와 미토콘드리아에 큰 영향을 준다.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어 있거나 대사에 해로운 음식을 자주 먹는다면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좋지 않은 것은 덜어낼 필요가 있다.
특히 비만인 사람 중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을 띠는 경우가 많은데, 인슐린은 뇌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지면 미토콘드리아의 효율 역시 떨어진다.
저자는 실제로 ADHD와 우울증을 앓던 학생에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먹던 단 음식을 줄이고 일주기 리듬과 수면 패턴을 개선하기 위해 매일 아침에 최소 30분씩 빛을 쬐게 했는데, 몇 년 동안 나아지지 않고 악화만 되던 상태가 금방 호전된 사례를 책에 담았다.
그는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조금 바꾼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우울증 증상이 완화됐고 집중력이 향상됐으며, 평소 행실과 학교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신질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행하던 정신질환 치료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브레인 에너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정신질환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혁신적인 이론을 담은 책으로, 지금도 계속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정신질환 환자와 대사장애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