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 (딘 버넷 저)
원제 : The Idiot Brain: A Neuroscientist Explains What Your Head is Really Up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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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알던 뇌 과학이 아니다. 이 책은 툭하면 실수를 연발하고, 제멋대로이며, 왕고집인 뇌와 그에 항상 속아 넘어가면서도 어느새 다시 귀 기울이는 인간의 기묘한 공존에 관한 탐구서다.
저자 딘 버넷은 영국 카디프대학교 교수이자 대학 내 정신의학 및 임상신경과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낮에는 신경과학자이자 밤에는 스탠딩 코미디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한다는 뇌가 얼마나 엉뚱하고 기이한지, 그리고 그런 존재에게 인간이 얼마나 쉽게 속아 넘어가는지 일상생활 속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총 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뇌가 우리를 어떻게 돌봐주면서 또한 괴롭히는지 위트가 넘치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어느 때는 슈퍼맨보다 더 빨리 우리를 위기 상황에서 구출해주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보다 수만 배 뛰어난 적용 능력과 융통성을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당신이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다짜고짜 화를 터트려 대화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들거나 지하철 역 사람들이 반대반향으로 우르르 몰려간다며 앞뒤 안 가리고 같은 방향으로 바보처럼 뛰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모든 장기 중에서 최상의 구조물이라거나 뇌를 100퍼센트 활용하게 된다면 판도라 상자가 열리듯 인간에게 신비로운 능력이 부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당혹스러울 것이다. 오히려 수백 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한 인간의 뇌는 그 과정에서 언젠가는 쓰일 때가 있겠지 하고 온갖 잡다한 구닥다리 프로그램과 영화들을 다운받아 곳곳에 숨겨놓았다가 막상 이를 써먹으려 할 때는 서로 충돌하는 하드웨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글. 장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