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과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와 교육자들은 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질문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고민과 질문도 깊어지죠.
그에 관해 유아 뇌교육 전문가가 도움말을 드립니다.
Q.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책은 곧잘 읽는데, 자기표현을 어려워합니다. 아이에게 “네 생각은 어때?”, “너는 어떤 느낌이야?” 하고 물으면 대답을 내내 망설입니다. 표현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아기에 시작하는 문해력의 기초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해력은 일상생활에서도, 학습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요.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넘어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말과 글에서 재미를 느끼며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까요?
문해력은 모든 교과 학습의 기초를 이룹니다. 유아가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려고 해도 문해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또한 문해력은 세상과 소통하며 깊이 사고하고 통찰하는 힘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유아기 때부터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먼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로 설명하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유아교육 기관에서는 주제를 정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매우 중요한 활동으로 여깁니다.
또한,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글로 써보는 경험도 자주 하는 활동입니다. 유아들에게는 짧은 문장이나 짧은 동시 짓기를 추천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정기적으로 동시 짓기 또는 짧은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아가 글자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유아가 말하는 내용을 교사가 받아적거나, 모르는 글자를 알려주면서 진행합니다.
표현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글쓰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유아들에게 어떤 발전이 있을까요?
첫째, 자기 생각을 구조화하여 글을 쓰는 연습이 됩니다.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둘째,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됩니다. 혼자 생각하며 쓴 글이라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 됨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일기, 편지, 동시, 동화 등 글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각각의 특성이 있음을 파악합니다.
셋째,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서로의 글을 감상하고 비평하는 경험을 합니다. 친구가 쓴 글을 칭찬하거나 모방하면서 글쓰기에 점점 더 집중하는 모습도 자주 관찰됩니다.
이처럼 글쓰기는 생각을 구조화하는 구체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뇌교육적 측면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째, 대상을 관찰하면서 느끼고, 냄새 맡고, 맛보는 감각적 경험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느낌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합니다. 둘째, 손으로 연필을 잡고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손과 눈의 협응력을 기릅니다. 셋째, 글을 쓰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느낍니다. 넷째, 글의 주제를 정하고 문장을 만들며 논리력을 키웁니다. 다섯째,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자신을 관찰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유아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과정
말도 글도 서툰 유아들의 글쓰기 지도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첫째, 유아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말에 무얼 했는지, 동화를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소풍 다녀와서 어땠는지 등의 질문으로 유아들이 다양한 표현을 이끌어냅니다.
동시를 감상하며 은유적 표현, 운율, 흉내 내는 말, 반복되는 말 등의 어휘 구사를 알려줍니다. 노래 부르기도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노랫말에 나오는 단어와 재미있는 표현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유아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교사가 글로 표현하여 짧은 동화를 만들어 봅니다. 유아들은 자신의 생각이 글로 표현되어 한 편의 이야기가 되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낍니다.
셋째, 친구의 생일에 편지를 쓰거나, 교실 내 사물들의 이름을 써서 붙이는 등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쓰기 활동을 촉진합니다. 또한, 교실 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거나, 공동의 관심사를 주제로 토론하는 활동을 합니다.
넷째, 동화, 동시, 편지, 일기 등 글의 종류를 구분하고, 각 글의 특성에 맞게 글을 써봅니다. 이렇게 글의 종류를 구분하여 글쓰기 연습을 하면 더욱 다양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가 좀 익숙해지면 동화를 필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필사하다 보면 문장은 물론,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다섯째, 주제 토론을 한 다음에는 주요 내용을 글로 정리해 봅니다. 이야기의 전체 흐름과 요점을 파악하는 연습을 통해 문해력이 길러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해본 유아들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글쓰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글_윤은실 서울 아이빛어린이집 원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