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우기, 왜 어려울까요?

아들 키우기, 왜 어려울까요?

[칼럼] 뇌교육 코칭

브레인 97호
2023년 03월 01일 (수)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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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키우기, 왜 어려울까요? ⓒ게티이미지


Q. 아홉 살, 여섯 살 된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이면 은메달, 딸과 아들 각각 하나면 동메달, 아들만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정말 남자아이 둘을 키우면서 제 성격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어요. 몇 번을 얘기해도 꿈적 않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들 키우기 어려우신가요? 아들을 키우는 부모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바로 아들 키우 기와 수명에 관련된 것인데요. 아들을 둔 엄마는 딸을 자녀로 둔 엄마보다 평균수명이 짧고, 아들의 수가 늘수록 수명이 더 짧아진다고 합니다. 이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아들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느껴지실 겁니다.

유독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가 뭘까요? 여자의 뇌를 가진 엄마와 남자의 뇌를 가진 아들이 서로를 너무 모르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특히 대한민국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부모의 기준에 맞게 가르치고 고치려고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엄마의 뇌와 아들의 뇌, 무엇이 다를까?

유아들 사이에서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는 뚜렷이 나타납니다. 일단 그림을 그려보면 여자 아이들은 일명 ‘공주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표현하는데, 남자아이들은 ‘졸라 맨’처럼 단순하게 그릴뿐더러 그림의 대상도 사람보다는 자동차나 공룡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그림 그리는 것 자체를 여자아이들에 비해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림 그리기나 글자 쓰기 등에 필요 한 소근육의 섬세한 조절력이 여자아이들에 비해 늦게 발달하기도 하고, 아마도 움직이는 물체에 대 한 동적 시각 인지력이 뛰어난 남자아이들이 정지되어 있는 이미지를 그리기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그뿐 아니라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딸을 가진 옆집 엄마에게 물어봐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들을 많이합니다. 이 또한 남자아이들의 뇌와 여자아이들의 뇌가 조금은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신경회로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자아이는 언어를 사용할 때도 좌우뇌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데 비해, 남자아이들은 좌뇌 위주로 사용하 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상황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면서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 이죠. 그래서 남자아이에게는 “오늘 어땠어?”라고 묻기보다는 단답형으로 답할 수 있게 “오늘 재미 있었어?”라고 묻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남자아이는 청각적 자극보다 시각적 자극에 더 반응하기 때문에 엄마가 아무리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소리를 질러도 눈앞의 것에 주의를 빼앗겨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한 말에 대답을 하더라도 그 내용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니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고도 무시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 감정이 상해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을 치게 되죠.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을 <부성 탐구>라는 EBS 다큐 멘터리에서 봤습니다. 갓난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새벽에 잠에서 깨어 우는 아기의 울음소리에 대해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실험이었어요.

아기의 울음소리에 아빠의 뇌는 청각피질만 활성화했고, 엄마의 뇌는 청각피질뿐 아니라 전두엽과 변연계 등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했습니다. 이 사실에 비추어보면 아빠도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그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지 않아 계속 잠을 자고, 엄마의 뇌는 아기 울음소리에 즉각적인 행동 반응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들도 엄마가 말하는 소리는 듣지만 그에 대한 적절한 반응이 뇌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할 때는 아이의 눈앞에서 짧고 확실하게 엄마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대화법을 훈련해야 하겠지요.
 

표현하지 못할 뿐, 못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남자아이들은 당연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때로는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말에 따르는 것을 싫어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힘들어하죠. 이런 특성 때문에 아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때로는 무시당하는 기분도 들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서 불안하고 힘들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아들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듯이 보여도 무신경하거나 무뎌서 느끼지 못하고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엄마가 자신을 답답해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은 고스란히 느낍니다. 이러한 자극을 계속 받으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들을 키우는 부모님들, 특히 어머니는 우선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른 점이 있음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무관심해 보이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아들이라고 해서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공감 어린 스킨십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공감과 이해, 존중을 받음으로써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잘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는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딸과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를 비롯해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가는 다릅니다. 스스로 물어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죠. 아들이나 혹은 주변의 누군가를 바꾸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에게 ‘아는 것을 얼마나 행하고 있는가’를 물으며 먼저 변화를 시도한다면 더 조화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글. 이은정 키즈뇌교육 수석연구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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