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손톱을 자주 물어뜯어요. 아예 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특히, 불안할 때는 손가락 다섯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물어뜯지요. 하도 손톱을 물어뜯으니 손톱을 깎을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왜 우리 아이는 손톱을 물어뜯는 것일까요? 교정이 가능한 것인지, 저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아이들이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으로 상담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손톱을 물어뜯는 그 자체는 별로 해롭다고 할 수 없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를 잘 관찰해 보면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긴장과 불안이다. 아이가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가 커질 때 젖을 빨면 마음이 편안해지듯이 불편해진 마음을 구강으로 달래보려는 것이다. 빠는 것으로 만족하다가 치아가 발달하면 손톱이나 그 옆의 살, 연필 끝, 지우개 등 무엇이든 잘근잘근 씹어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다.
▲ 아이의 불안한 편도체가 편안해 지려면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진정성있는 사랑이 필요하다. 편도체는 관심과 인정과 사랑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사진=Pixabay 이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 낯선 장소에 가야한다거나 취직을 위해 면접을 봐야 한다거나 또는 대중연설은 해야 하는 상황은 불안을 야기한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적응적인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불안한 감정은 인간을 절벽 끝에서 뒤로 물러서게 하고 무서운 동물을 피해서 도망가게 하며, 시험지를 제출하기 전에 이름을 썼는지 살펴보게 하여 환경에 적응하게 한다. 그러나 불안의 정도가 심하면 세상에 대한 탐색을 방해하고 관계 맺음이 어려울 수 있다.
불안에 대한 신경해부학적 연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편도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모든 불안장애는 편도체의 역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편도체의 주된 목적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편도체의 일차적인 역할 중 하나는 아무에게나 다가가는 것을 막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사회적 브레이크의 역할이다. 실제로 짧은 꼬리 원숭이의 편도체가 손상되면 지위가 높은 원숭이를 포함하여 두려워해야할 대상에 접근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편도체의 핵심적인 역할은 위험을 평가하고 싸움/도주의 생화학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다. “진화는 불안한 유전자를 선호한다”는 Aron Beck의 말은 편도체를 두고 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진화가 좋아한 불안한 유전자 대문에 우리는 때로는 불필요한 생각이나 느낌에 취약하다.
인간 영아는 이러한 불필요한 생각이나 느낌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기 위해 양육자에게 의존한다. 부모-자녀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애착도식은 인생 초기에 형성되는 강력한 대인관계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우리의 뇌는 불안을 조절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이 도식에 저장된 조건을 토대로 타인에게 접근하거나 회피한다. 즉,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이 안전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는지, 불안하고 두려운 느낌이었는지에 따라 불안이 쉽게 조절되기도 하고 병리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애착도식은 자녀에게 그리고 자녀의 자녀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 한 예로, 원숭이는 세대 간 애착 패턴이 유사하여, 원숭이 새끼가 어려서 받은 접촉의 양으로 새끼가 어미가 되었을 때의 모성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애착도식과 관계를 맺는 행동을 수정하겠다고 결심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의 결과이다. 즉, 부모의 애착패턴과 상호작용 패턴을 교정한다면 아이들이 나타내는 많은 문제점들을 교정할 수 있다.
부모가 불안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로 고치려고 혼을 내거나 벌을 가하는 등 무리한 양육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절대 금물이다. 아이가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을 보인다면 비난이나 잔소리를 제한하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려고 노력하며 아이와 불필요한 충돌은 피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친구관계는 어떤지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를 찾아 함께 신나게 노는 것도 방법이다.
이와 함께 부모의 양육태도나 아이 주변의 환경을 살펴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엄격한 태도나 결벽증 또는 완벽한 성향이 아이에게 긴장과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다. 형제간의 경쟁심 역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완벽한 성향이 있는 부모는 도달 목표를 낮추어 준다거나, 형제간의 경쟁심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완벽해야 하는 아이라면 적당히 해도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수줍은 아이라면 상냥한 친구를 사귀게 해주어 관계에서의 압력을 제거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지도법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모른 척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의 불안한 편도체가 편안해 지려면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진정성있는 사랑이 필요하다. 편도체는 관심과 인정과 사랑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