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시작할 때 호흡을 하고 들어가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강한 시선이 밀려오며 기운의 압박을 느낀다. 그 흐름에 밀리면 자기 페이스대로의 강연이 어려워진다. 강하게 밀려오는 에너지 흐름을 바꾸어야 강연이 순조로워진다.
사회자가 “강연자 선풍 신현욱 님을 소개합니다” 하면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그 박수의 에너지 상태를 읽으면 사람들의 태도나 열정이 온몸으로 전달되어진다.
▲ 선풍 신현욱 일지아트홀 관장이 힐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일지아트홀>
“박수소리가 작네요. 박수소리가 크게 나오면 이 피리를 연주하려고 했는데 아쉽네요.”하면서 툭 던지면 사람들은 깔깔 웃으면서 박수를 더 강하게 친다. 그러면 슬며시 몇 가지 피리 중에 하나를 꺼내들고 생각나는 대로 악보도 없이 그냥 부른다. 그러면서 내가 보내는 에너지를 얼마나 흡수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1분정도 지나면 눈을 감는 사람, 더욱 눈을 크게 뜨고 보는 사람, 어떤 사람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녹음을 하면서 몸을 움직인다.
“제 피리소리 괜찮아요?” 하면 “와”하면서 박수소리가 더 크게 난다. 박수와 함성소리가 짧게 나오면 이렇게 말한다. “이 긴 피리를 부르려고 했는데, 박수소리가 짧은 것 보니 이건 힘들 것 같고, 이 작은 피리로 대신 하겠습니다.”관객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작은 인디언 피리를 들고서는“이것은 사람의 뼈로 만든 겁니다”하고 웃으면 ‘정말이요?’하고 눈이 커진다.
“예전에는 사람의 뼈로 만들었는데 그 다음에는 독수리 뼈로 지금은 흙으로 빚은 악기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우리나라는 땅에 묻는 매장문화라면 인디언들은 산이나 바위에 시신을 놓는 조장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독수리 먹이가 되고, 뼈만 남아 삭으면 그 뼈에다 구멍을 뚫고 피리를 불렀습니다. 피리를 부르면 그 영혼과 하나 되고 힐링이 된다고 했답니다. 그간 20여 년간 불렀으니 잘 들으시면 힐링이 되실 겁니다. 작은 구멍이 3개 인디언 휘슬이지만, 무한한 표현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나는 마음을 실어 불러보았다.
나는 원래 피리를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악보를 볼 줄도 모른다. 그냥 불면서 스스로 피리에 생명을 느끼었고, 그 피리가 친구가 되고 나는 그냥 너하고 놀자 하며 분다. 내 마음대로 불으니 좋다. 악보가 없으니 더욱 좋다. 그래서 그런지 그 피리를 불다 보면 아픈 머리가 힐링되고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피리를 불면서 시원하고 행복해지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들으면 아픈 머리가 사라지고, 가슴이 시원해지고, 안 풀린 일들이 잘 풀린다고 하며 자주 피리를 불러달라고 했다.
어떤 행사를 다녀오다가 구미고속도로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깨어보니 어깨 쇄골이 골절되는 중상이었다. 쇄골은 깁스가 안 된다고 붕대로 온 몸을 칭칭 감아놓았다. 다만 손과 입은 움직일 수가 있기에 마침 주위에 있던 단소를 잡고 불어보았다. 초등학교 때 불렀던 기억이 있지만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배우지 않고 불어보고 싶었다. 내 스승은 내가 장구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는“아직 틀이 많다. 율려를 깨달아야 한다. 틀을 넘어선 너의 진정한 내면을 발견해라”라고 말씀하셨지만 넘어서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배우지 않고 혼자 스스로 불 수 있도록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 매일 5분 이상을 해보자. 언젠가는 그 율려를 깨닫게 될 것이다. 20년의 세월을 꾸준히 불다 보니 그 안에 자기 만에 리듬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산에 오르는 소리, 산에서 내려오는 소리, 계곡을 꾸불꾸불 거리면 가는 소리, 평지를 한없이 달리다가 절벽으로 뚝 떨어지는 소리가 균형 속에서 서로 어울려져 조화와 평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숨이 점점 커지면서 숨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숨 속에서 숨결을 따라 원과 한이 풀어지고 한숨이 점점 미소로 웃음으로 환희로 바뀌어간다. 그 소리를 불고 듣고 있는 영혼이 웃고 있었다.
틀 너머의 것.
무용이든 무술이든 과학이든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일정한 틀 속에 가두어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 틀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 한다. 배울 때는 틀이 필요하지만 때가 되면 그 틀을 과감하게 던져버려야 한다. 틀을 다 버리고 난후에는 부딪치는 즉각 반응이 나올 뿐이다. 항상 비어 있으므로 바로바로 반응한다. 틀을 버린 사람의 삶은 언제나 백지이다. 하루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우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새날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