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스승 되는 방법, 뇌교육에 있다

교사가 스승 되는 방법, 뇌교육에 있다

‘행복한 교사모임’ 고병진 교사

브레인 36호
2013년 01월 10일 (목)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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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교육 교사들이 주축이 된 교원 정책 제안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정을 받았다. 지난 7월 31일 ‘제1회 학교폭력 예방 우수 사례 정책 제안 공모전’에서 ‘행복한 교사모임’이 교원 정책 분야 금상을 수상한 것이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고병진 교사를 만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교원 정책 분야에서 1위를 한 ‘행복한 교사모임’은 뇌교육실천교사연합 교사들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경북 북삼고등학교 고병진 교사를 주축으로 현직 초·중·고 교사 7명이 함께하고 있다.

‘행복한 교사모임’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는 뇌교육실천교사연합은 이미 15년 전부터 교육현장에 뇌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행복한 학교 만들기 운동을 펼쳐왔다. 이번 정책 선정은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뇌교육 인성교육의 대가

‘행복한 교사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고병진 교사는 지난 17년 동안 묵묵히 교육현장에 뇌교육을 도입한 뇌교육의 산증인이다. 현재 경북교육청 생활지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북 인성교육연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과 겸임교수인 그는 홍익 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 운동을 진행하면서 오해를 받은 적도 있고 회의를 느낀 적도 많았지만 뇌교육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어딜 가나 인성교육의 대가로 인정받는다. 이번 정책 제안도 그런 노하우가 바탕이 되어서 이룬 결실이다. 

 “정책 제안 공모가 있다는 사실을 마감 일주일 전에야 알았습니다. 일정이 촉박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주제를 정하자마자 바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 제안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핵심에 두어야 하는가였다. 그는 10여 년을 같은 뜻으로 함께해온 교사들과 평소에 고민해오던 내용을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했다.  


“최근에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교과부에서 시도별로 생활지도연구회를 만들라는 지침이 내려왔어요. 그 모임에 가는 길에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궁리를 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고 실질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저는 문제해결의 핵심이 ‘교사’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책 제안의 테마를 ‘교사 힐링캠프’와 ‘행복한 생활지도 정책 제안’ 두 가지로 잡았다. 특히 ‘교사 힐링캠프’는 지난 10여 년 동안 뇌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쌓아온 교원 연수 프로그램을 집약한 것이다.

“뇌교육 교원 연수를 진행하면서 교사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것이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사의 마음에 사랑이 있으면 아이들은 그 사랑을 받아먹을 것이고, 분노가 있으면 분노를 받아먹겠지요. 아이들은 누구보다 선생님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선생님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 뇌교육 교원 연수의 가장 중요한 전제였습니다.”


그는 교사들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상처를 ‘힐링’하고 스승으로서의 본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심도 깊은 교원 연수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돌아보니 답이 보였습니다. 지난 17년 동안 변함없이 교육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뇌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세우고, 국학 프로그램으로 민족에 대한 정체성까지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스승의 마음인 ‘교육 혼’을 일깨울 수 있다면 충분히 교육문화를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뇌교육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다

지금은 이처럼 교육 운동에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도 한때는 교육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뇌교육을 만나기 전, 경실련과 청소년 교육 활동을 했던 그는 청소년 교육에 적잖은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교직에 있으면서 아무리 아이들과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어도 아이들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과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도대체 교육에 희망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차라리 공들인 만큼 정직하게 수확할 수 있는 농사를 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요.”

그런 회의감 속에서 차츰 몸과 마음이 황폐해졌을 무렵 우연한 계기로 뇌교육을 만났다. 그는 홍익 철학을 바탕으로 한 뇌교육에서 자신이 꿈꾸던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교실에서 틈틈이 뇌교육을 가르치던 그는 1997년에 ‘뇌교육실천교사연합’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교육 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뇌교육의 핵심 프로그램을 학생들 대상으로 재구성한 ‘홍익 인성수련’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 프로그램은 2000년까지 전국적으로 시행돼 교육현장에 인성교육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1년부터 8년 가까이 진행된 경찰청 ‘사랑의 교실’ 프로그램은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1년에 100여 차례 인성교육을 실시해 학교 폭력이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학교 폭력 예방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인성교육으로 아이들이 달라져도 변화가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변하려면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했다. 그래서 2001년부터는 교사들의 ‘교육 혼’을 일깨울 수 있는 뇌교육 교원 연수가 시작됐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원 연수는 곧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모토로 한 ‘해피스쿨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학생과 교사가 바뀌더라도 학교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의 폭이 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뇌교육의 원리를 바탕으로 ‘폭력 없는 학교’, ‘흡연 없는 학교’, ‘뇌를 잘 쓰는 학교’,‘서로 통하는 학교’를 만드는 해피스쿨 캠페인은 현재 전국 446개 초·중·고등학교와 협약을 맺어 밝고 긍정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뇌교육이 학교 현장에 일으킬 기적

그는 이번 수상이 그동안 꾸준히 학교 현장에 뇌교육을 도입해온 뇌교육 교사들의 노력의 결실이라고 봤다. 하지만 수상에 대한 기쁨보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정책으로 선정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서 변화를 일궈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디지만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예전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현실에 적용되지 않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면에서 많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작은 나를 고집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야 한다는 욕심을 줄이면 많은 부분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실제로 교육 운동 초창기에는 ‘홍익’이라는 말만 나와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홍익 철학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뇌교육도 마찬가지예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려는 분위기가 이미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도 뇌교육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교사 힐링캠프’는 이미 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9월에 경북교육청에서 교원 연수를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경남교육청에서도 교원 연수를 요청해온 상태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교원 연수를 진행하면서 교사들에게 홍익 철학을 이야기하고 진짜 스승의 마음을 일깨우려고 노력했지만 적잖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분위기를 잘만 활용하면 뇌교육을 통해 더 많은 교사들이 진정한 스승으로 거듭나고, 학교 현장에 홍익 철학이 뿌리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담담한 그의 말 속에 뇌교육이 학교 현장에 불러일으킬 기적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글·전채ccyy74@naver.com |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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