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트레이닝은 시간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브레인트레이닝을 얼마나 해야 효과가 있을까요?”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어떤 사람은 한 번의 트레이닝만으로 몸이 가벼워지거나 집중이 잘 되는 변화를 경험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며칠 동안 꾸준히 훈련하고도 기대했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의문을 갖기도 한다. 원하는 트레이닝 효과가 언제, 어느 정도 기간을 거쳐 나타나는지를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뇌가 개인의 현재 상태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반응하고 적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어제 효과적이었던 자극이 오늘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던 훈련도 반복되면서 변화를 이끄는 자극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물론 훈련 성과의 개인차도 있다.
따라서 얼마나 오래 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훈련을 진행했는지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유용한 모델이 바로 PDCA 사이클이다.
PDCA는 Plan(계획)-Do(실행)-Check(점검)-Act(개선)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 순환적 개선 모델이다. 본래 산업 현장에서 제품과 업무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지만, 이를 브레인트레이닝에 적용하면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고 훈련 방법을 더 효율적으로 수정하면서 신경망의 변화를 누적해 가는 ‘순환적 훈련 최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PLAN_목표 설정과 훈련 설계
PDCA의 첫 단계는 ‘Plan’, 계획이다. 브레인트레이닝에서 계획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떤 상태로 변화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훈련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훈련의 강도, 빈도, 시간, 시행 시점과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이때 최종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려 하기보다, 현재 수준에서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단계로 목표를 세분화하는 것이 시행을 수월하게 한다. 예를 들어 ‘푸시업 10개’를 목표로 세웠다고 하자. 푸시업을 한 개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10개를 반복한다는 것은 적절한 계획이 아니다. 우선 현재 어느 단계의 푸시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벽을 짚고 하는 벽 푸시업, 높은 책상이나 의자를 이용하는 인클라인 푸시업, 무릎을 바닥에 댄 푸시업, 일반 푸시업 등으로 난이도를 구분하여 자신의 현재 근력과 움직임 수준에 맞는 출발점을 찾는다.
무릎 푸시업을 8개 정도 할 수 있다면 첫 번째 목표는 ‘무릎 푸시업 10회 안정적인 자세로 수행하기’로 설정할 수 있다. 이후 이것이 편안해지면 낮은 인클라인 푸시업이나 일반 푸시업으로 난이도를 높여간다. 구체적으로 ‘주 4회, 무릎 푸시업 8~10회씩 2세트를 실시하고, 안정적으로 10회 3세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인클라인 푸시업 단계로 난이도를 높인다’는 식으로 훈련 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
훈련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점과 조건도 설정하면 좋다. 이를테면 ‘주 4회 운동한다’보다 ‘월, 화, 목, 토요일 저녁 8시에 실시한다’와 같이 시행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또 ‘저녁 식사를 마치고 30분 후 푸시업을 한다’, ‘아침 양치를 마친 후 호흡 훈련을 한다’와 같이 이미 반복하고 있는 생활 습관 뒤에 새로운 훈련을 연결하면 행동을 시작하기 쉬워진다. 필요하다면 스마트폰 알림이나 훈련 시작을 알려주는 외부 신호를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브레인트레이닝의 특성이 드러나는 과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목표가 달성된 상태와 그에 이르는 수행 과정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보는 ‘시각화’이다. 신경과학자 마크 제너로드Marc Jeanerod는 실제 행동과 그 행동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통된 신경 시스템이 관여한다는 신경 시뮬레이션 관점을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리허설하거나, 발표를 앞둔 사람이 발표 장면을 미리 상상하는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다. 푸시업 훈련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동작에 들어가기 전에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는 감각, 머리에서 발뒤꿈치까지 몸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느낌, 일정한 호흡과 함께 목표 횟수를 수행하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이러한 시각화는 앞으로 수행할 행동과 감각을 뇌 안에서 리허설함으로써 이후 실제 수행을 더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구체화한 목표와 훈련 설계는 실행을 위한 기준이 되고, Do 단계에서 행동으로 옮겨진다.
DO_실행과 기록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실행하지 않으면 뇌는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 단계 ‘Do’는 계획된 훈련을 뇌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Plan 단계에서 언제, 무엇을, 어느 정도 수행할 것인지 정하고 훈련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까지 설계했다면, Do에서는 그에 따라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
이때 실행을 돕기 위해 행동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푸시업을 한다면 미리 손바닥을 짚고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명상이나 호흡 훈련을 한다면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방해받지 않을 환경을 만든다.
가끔 신체 이상이나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훈련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때는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훈련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실행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푸시업 3세트를 계획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 세트라도 수행하는 것이다.
훈련이 시작된 후에는 목표를 기계적으로 채우는 것보다 수행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푸시업을 한다면 손바닥으로 밀어내는 감각, 팔과 가슴의 힘, 몸통의 안정성, 호흡의 변화 등을 느끼면서 수행한다. 이는 훈련의 밀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이후 Check 단계와 Act 단계 과업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Do 단계에서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 실행 결과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은 훈련의 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가 되고, 훈련 과정의 모니터링과 지속성을 만들어줄 핵심적인 요소이다.
훈련의 기록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남길 수 있다
첫째, 실행 여부와 실제 수행량이다.
계획한 훈련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기록하고, 실제로 수행한 정도를 수치화하여 기록한다. 예를 들어 ‘계획:무릎 푸시업 10회씩 2세트 / 수행:10회, 8회 수행’과 같이 적을 수 있다. 이때 수행하지 못했거나 계획한 만큼 이르지 못했더라도 실제 결과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실행 과정에서 주관적인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다.
푸시업 수행 시 ‘마지막 세 번에서 오른쪽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지난번보다 호흡이 편안했다’, ‘시작할 때는 하기 싫었지만 한 세트를 하고 나니 몸이 가벼워졌다’처럼 훈련 과정에서 느낀 특징적인 경험을 기록한다.
경우에 따라 이를 수치화함으로써 훈련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힘든 정도, 집중도, 자세 안정감, 신체 긴장도, 정서 상태 등을 0~10점 척도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힘듦 7/10, 자세 안정감 6/10, 집중도 8/10’과 같이 기록한다. 이 점수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매기지만, 이를 통해 적응 정도를 확인하고 훈련의 강도와 속도를 조정하며 성과를 향상하는 데 필요한 근거 데이터가 된다.
이렇게 축적한 실행 결과와 주관적인 경험은 이후 자신의 변화를 판단하는 Check 단계의 기초 자료가 된다.
CHECK_변화의 확인
세 번째 단계 ‘Check’는 Do 과정에서 축적된 기록과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설정한 목표 달성 여부와 실행 결과를 확인하고,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앞서 설정한 푸시업 목표와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매일 푸시업 훈련하기’를 계획했다고 하자. 일주일간 훈련 수행 후, 세 가지를 점검할 수 있다.
첫째, 목표 달성 여부이다.
일주일의 훈련을 마친 후 실제로 푸시업 10회를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비록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훈련을 통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그 변화의 정도도 함께 살펴본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5회밖에 수행하지 못했지만 일주일 뒤 8회까지 가능해졌다면, 훈련을 통해 수행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계획한 실행 방안이 얼마나 이행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매일 푸시업 훈련을 하기로 계획했다면 실제로 7일 모두 했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주 몇 회를 수행했는지 확인한다. 10개 목표 대비 8개를 달성하였을 때, 실제 수행일이 3일이라면 성실도가 부족하여 달성하지 못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 일주일간 매일 수행을 하였으나 목표 달성을 못 한 경우에는 훈련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본다.
셋째, 훈련 과정에서 나타난 주관적인 경험과 체감 정도를 살펴볼 수 있다.
Do 단계에서 기록했던 힘든 정도, 집중도, 자세 안정감, 신체 긴장이나 불편감 등의 0~10점 점수와 주관적인 소감을 함께 검토한다. 처음에는 푸시업 5회를 수행하는 데 힘듦 정도가 8/10이었지만 일주일 뒤 같은 5회가 5/10으로 낮아졌다면, 횟수의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신체가 해당 운동에 적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횟수는 늘어났지만 어깨의 불편감이 2/10에서 6/10으로 증가했다면, 단순히 수행량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주관적인 소감 역시 중요한 점검 자료가 된다. ‘마지막 두세 번에서 자세가 무너졌다’, ‘처음보다 호흡이 편해졌다’, ‘오른쪽 팔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와 같은 기록을 일정 기간 모아 살펴보면 숫자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자신의 수행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검을 통해 목표 달성 여부뿐 아니라 변화가 일어난 이유와 훈련 과정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다음 개선 방향을 찾는 근거가 된다.
ACT_개선 방향의 설정
네 번째 단계 ‘Act’는 Check 단계에서 확인한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지 개선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목표 달성 여부뿐 아니라, 훈련 결과에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 확인하여 유지하거나 강화할 것과 개선할 지점을 찾는다. 즉 훈련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평가하기보다 다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보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로 든 ‘푸시업 10개 하기’를 다시 살펴보자. 일주일의 훈련 후 푸시업 10회를 달성했다면 어떤 조건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확인한다. 계획한 횟수대로 꾸준히 수행했고, 힘든 정도나 자세 안정감도 적절하게 유지되었다면 현재의 훈련 방법을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거나 훈련 난이도를 높이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반면 8회까지 달성을 했다면 목표 미달성 요인을 살펴본다. 수행을 매일하기로 하였는데 3회밖에 못 한 경우라면 실행의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 반면 계획한 훈련을 충분히 수행했는데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매번 힘듦 정도가 9~10점 수준이었다면, 현재 훈련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더 적절한 단계의 훈련으로 조정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행 횟수는 증가했지만 어깨 불편감이 함께 높아진 경우에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때는 횟수를 늘리는 목표를 잡기보다 자세를 점검하거나 운동 강도를 낮추고, 필요하다면 다른 훈련 방법으로 전환하는 등 안전과 수행의 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처럼 Act 단계에서는 잘되고 있는 부분은 유지하거나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보완하며, 문제가 발견된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설정한 개선 방향은 다시 다음 주기의 Plan에 반영되며, 이를 통해 PDCA는 기계적인 반복 과정에서 벗어나 매주기 마다 더욱 정교한 훈련으로 발전해 간다.
자신의 상태에 맞게 훈련을 끊임없이 최적화해 가는 과정, PDCA의 순환이 반복될수록 훈련자는 스스로 관찰하고 판단하며 훈련을 설계하는 능동적인 브레인트레이닝의 주체로 성장하게 된다. 이것이 브레인트레이닝에서 PDCA 사이클이 갖는 중요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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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노형철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상임이사,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겸임교수. 유튜브 채널 ‘브레인트레이너 노형철’
참고자료
* Jeannerod, M. (1994). The representing brain: Neural correlates of motor intention and imagery.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17(2), 187-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