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편] 미술치료와 만나다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편] 미술치료와 만나다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미술치료사로 처음 파견되어 인턴으로 있던 곳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이었다. 공간의 분위기에 다소 압도되어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컸지만, 애써 괜찮은 듯 치료실에 들어섰다.  

다양한 사연을 안고 각자의 상처를 이겨내고 있는 환자분들이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계셨고, 미리 준비된 미술 재료를 살피며 호기심에 치료사를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 미술치료는 융합학문이다

미술치료는 미술의 영역과 치료의 영역이 만나 융합된 학문으로 정신의학, 심리학, 미술 분야가 만나 탄생했다. 치료라는 말은 ‘주의를 기울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therpia 에서 유래했는데, 병이나 상처를 다스려서 낫게 한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Haase는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창조적 표현 욕구가 있고, 창조적 예술 활동을 통해 인간이 종교적·미적·심리 치료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고 말했고, Freud는 미술표현이 인간 정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수 있는 방법이라 하였다.

또한, Jung은 해결되지 않은 이미지가 무의식 속에 남게 되면 인간의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이미지를 의식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미술 활동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미술이라는 창작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치료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미술치료이며, 미술치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Ulman은 미술치료가 ‘시각예술을 활용하여 인격의 통합 혹은 재통합을 돕기 위한 시도’라고 말하면서 그 안에 치료적 측면과 창조적 측면이 모두 내포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 그림을 보면 내 마음이 보인다. 

미술이 창작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전달해 주는 수단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가능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이다. 

Malciodi는 ‘미술치료는 내면으로부터의 표현이다’라고 말하며 내면세계의 감정, 생각, 사고 등이 이미지로 표현되어 치료의 기본요소가 된다고 보았다. 

인턴 시절 페쇄병동에서 만난 환자분의 그림이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그림을 바라보는 것으로 심리상태가 어떠할지 마음의 상처가 보이고 아픔이 전해진다. 
 

21살의 여자분 그림이다. 양쪽에 큰 조명을 그려 넣고 그 조명은 나무를 비추고 있으며, 그 나무는 ‘나’이다.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고 불편함을 나무 주위의 철조망과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이 얼마만큼 크고 어떻게 의식되고 있는지, 그 시선이 얼마만큼 나를 불편하게 하는지 힘든 마음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나타나고 있다.
 

 

37세 남자분의 그림이다. 절단되어 나이테가 보이는 나무가 ‘나’이다. 밑 부분까지 잘려서 아무것도 없지만, 마음은 옆의 나무들처럼 빨리 자라서 아낌없이 주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현재 자신의 상태, 상황이 밑둥이 잘린 나무로 표현되어 그만큼 힘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표현하고 있고 주위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그림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색연필, 물감 등으로 그림을 그린 것뿐인데, 내 안의 나의 모습이 관찰되고 시각적으로 형태화된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치료사가 느끼는 미술치료의 매력이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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