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더 잘 쉬는 사람이 앞서간다

AI 시대, 더 잘 쉬는 사람이 앞서간다

뇌과학이 밝힌 숙면의 놀라운 힘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머리가 무겁고, 중요한 약속이 잘 떠오르지 않거나 집중이 잘되지 않는 날이 있다.

많은 사람은 ‘어제 너무 피곤했나 보다’ 하고 넘긴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피로를 넘어, 수면 중 이루어지는 뇌의 회복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매일 집을 청소하고 자동차 엔진도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집은 금세 어지러워지고, 엔진오일을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자동차의 성능도 떨어진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생각하고 기억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대사 부산물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물질이 원활하게 제거되지 않으면 뇌 기능의 효율도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뇌는 언제, 어떻게 자신을 청소할까?

몇 달 전 상담실을 찾은 40대 기업 임원은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늘 머리가 멍하다고 말했다.

“회의를 하다가 방금 들은 내용을 잊어버립니다.”
“메일을 쓰다가도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소파에서 스마트폰만 보다가 잠이 듭니다.”

건강검진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그러나 생활습관을 살펴보니 원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는 몇 달째 하루 평균 5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하고 있었다. 몸은 버티고 있었지만, 뇌는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 [사진=Unsplash]


뇌과학이 밝힌 ‘뇌 청소 시스템’과 숙면의 놀라운 힘

2012년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의 발견은 뇌과학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뇌에 노폐물 배출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넘어, 이 과정이 수면과 기억력, 뇌 건강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2024년 《Molecular Psychiatry》에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확산 MRI를 함께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수면의 질이 좋을수록 글림프 기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지표가 양호했으며, 이러한 지표는 기억력과 뇌 네트워크의 연결성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수면의 질이 낮은 사람들에게서는 글림프 기능 저하를 시사하는 지표와 기억력 저하에 관련된 뇌 연결성 변화가 관찰됐다.

이 연구는 단순히 "잠을 많이 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면의 질이 뇌의 노폐물 배출 기능 및 뇌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이러한 관계가 기억력과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더 흥미로운 연구는 2025년 세계적인 학술지 《Cell》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매우 느린 리듬의 '혈관 움직임(vasomotion)'이 일어나며, 이것이 뇌척수액의 흐름을 촉진해 글림프 시스템의 노폐물 배출을 돕는 핵심 동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뇌간의 청색반점(locus coeruleus)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리듬 변화가 이러한 혈관 움직임을 조절하며, 결과적으로 뇌의 노폐물 제거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 쉽게 말하면, 깊이 잠든 동안 뇌는 단순히 조용히 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뇌혈관은 아주 느린 리듬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뇌척수액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은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새벽 청소차’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뇌에서는 깨어 있는 동안 다양한 대사 부산물이 생성된다. 또한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와 타우 단백질(tau protein)처럼 정상적으로 생성되지만 비정상적으로 축적될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될 수 있는 단백질도 존재한다. 이러한 물질의 일부는 수면 중 활성화되는 뇌의 배출 과정을 통해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면 부족이나 수면의 질 저하는 글림프 기능을 떨어뜨려 이러한 노폐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여러 종설 연구에서 이러한 글림프 기능 저하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과 관련될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글림프 기능 저하만으로 치매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질 좋은 수면이 장기적으로 뇌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기반이라는 점에는 연구 결과들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숙면이 더 중요해진 이유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리는 수백 개의 메시지와 이메일, 뉴스, SNS, 영상,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인다. AI는 정보를 만드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지만 인간의 뇌는 수십만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현대인의 뇌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빠르게 선별하고 판단해야 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주의력과 작업기억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히 더 오래 일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충분히 회복시키는 사람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기업 임원도 수면 습관을 바꾼 뒤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특별한 영양제를 먹은 것도 아니고 새로운 기억력 훈련을 한 것도 아니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저녁 커피를 끊고, 스마트폰을 일찍 내려놓은 것이 전부였다. 한 달 후 그는 회의 집중력이 높아졌고, 업무 실수가 줄었으며, 퇴근 후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늘었다.

그는 "잠을 더 자니까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더 길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뇌 청소를 도울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규칙적인 수면은 생체리듬을 안정시키고 깊은 수면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오후 늦게 마시는 커피를 줄이는 것이다. 카페인은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깊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오후 2~3시 이후에는 디카페인 음료나 허브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셋째, 잠들기 최소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자. 빛과 정보 자극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깊은 수면을 늦출 수 있다.

넷째, 낮 동안 햇볕을 쬐며 30분 정도 걷기를 실천해 보자.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밤의 깊은 수면을 늘려 뇌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섯째, 수면 시간을 줄여야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장기간 수면을 줄이면 집중력과 판단력, 감정 조절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높은 성과를 지속하려면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뇌가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잠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뇌과학은 잠을 내일의 뇌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우리가 잠든 사이 뇌는 기억을 정리하고, 감정을 회복시키며, 노폐물을 씻어내고, 다음 날 더 효율적으로 생각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잠은 뇌가 스스로를 치료하고 청소하는 가장 정교한 생물학적 프로그램이다.

오늘 밤, 침대에 눕기 전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지금 나는 하루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 뇌에게 가장 중요한 청소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어쩌면 내일의 맑은 집중력과 20년 뒤의 건강한 기억력은 바로 오늘 밤, 조용히 시작되는 뇌의 대청소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글. 신재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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