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과 철학자들 중에는 자유의지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회의론에 따르면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결정은 이전의 사건들과 프로그램된 뇌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의지와 프로그램으로 결정된 뇌라는 개념은 18세기부터 철학적인 논쟁거리였다. 특히 최근 뇌과학계에서는 인지되기 전부터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뇌에서 측정되고 예측될 수 있다는 일련의 실험들로 논쟁이 벌어졌다. 의식하기 전에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과연 있느냐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들의 연구는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심리적인 효과가 있느냐는 현실적인 면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2004년 사망한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의 글 일부가 이용되었다. 그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의식을 연구하는 뇌과학자이기도 했다.
“당신, 당신의 기쁨과 슬픔, 기억과 야망, 개인적인 정체성과 자유의지는 사실 신경세포들과 관련된 모듈의 광대한 조합이 만들어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누구냐 하는 것은 단지 뉴런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선택은 이미 결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없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처럼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문장을 읽게 된 그룹과, 자유의지를 언급하지 않는 다른 글을 읽은 그룹으로 나눠졌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설문으로 조사한 다음 20개의 수학 문제를 컴퓨터로 푸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연구진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음 문제를 풀기 위해서 키보드의 스페이스 키를 누르지 않으면 답이 보인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참가자들이 속임수로 답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부정행위의 유혹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테스트 결과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글을 읽은 사람들 대부분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이 실험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일단 부정적인 글을 읽은 직후에 테스트를 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또 이것은 단지 연구를 위한 테스트에 참가하는 것이어서 일상생활에서도 도덕심이 낮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 도덕심이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정반대의 연구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에 관계없이 아주 소수만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처럼 결정론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자유의지를 믿는 사람들보다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의지를 믿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더 도덕적인 잣대를 가진 것이다.
이러한 실험들과 논쟁들로 자유의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들만 추가하게 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우리 인간은 자유의지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과 별도로,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자유의지를 추구하고 도덕적 선택을 하게 된다. 아직은 무엇을 믿느냐보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유효할 것 같다.
출처
Kathleen D. Vohs, Jonathan W. Schooler,
“The Value of Believing in Free Will: Encouraging a Belief in Determinism Increases Chea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