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운게 언제더라

실컷 운게 언제더라

뇌야 놀자

브레인 14호
2010년 12월 21일 (화)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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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은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의 첫 호흡이다. 세상을 향해 큰 울음 터뜨리지 않고 태어난 아이는 없다. 울지 않는 아기는 간호사에게 엉덩이를 맞아가며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받는다. 따지고 보면 인간 최초의 언어는 눈물인 셈이다.

갓난아기 때는 누구나 울음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아기들은 배고플 때도 울고 졸릴 때도 운다. 눈물은 가장 단순하고도 원초적인 의사 표현의 방식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눈물은 우리의 삶에서 차츰 설 자리를 잃어간다. 우리 주변에서만 봐도 잘 웃는 사람은 생기 있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눈물이 많은 사람은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는 미성숙한 인간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특히 남자의 경우  ‘남자가 그깟 일로 왜 우느냐’, ‘남자는 평생에 세 번만 우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사회화되어 눈물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기 쉽다. 그래서인지 나이 들수록 눈물은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여성이 남성보다 잘 우는 이유
남성보다 여성이 눈물이 많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잘 우는 근거를 눈물샘을 자극하는 프로락틴prolactin이라는 호르몬에서 찾는다. 이 호르몬은 모유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이기도 하므로 당연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열 살 전후까지만 해도 우는 데 남녀 차이가 별로 없는데, 여성의 프로락틴 수치가 남성에 비해 60% 이상 증가하는 열두세 살 무렵부터 우는 횟수가 달라진다. 열여덟 살쯤 되면 여성은 남성보다 4배 이상 많이 운다.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고 참는 경우도 여성은 6%에 불과한데, 남성은 절반 가까이나 된다. 하지만 여성도 폐경기에 이르면 프로락틴 호르몬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점차 눈물이 마른다. 이런 이유로 심리학자들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긴 이유가 잘 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잘 우는 사람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몸이 대신 아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아직까지 울음보가 뇌의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감정 조절을 주로 하는 뇌의 변연계와 대뇌피질의 작용으로 눈물이 나온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 미네소타 주의 램지 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 빌 프레이 박사는 “눈물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체내에 축적된 화학물질이 섞여 있는데, 이 물질이 울음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되면 면역 기능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눈물 성분에는 프로락틴과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이 함유되어 있다.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생성되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혈액 속에 녹아 흐른다. 눈물이 흐르면 이들 호르몬이 체내로 빠져나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에서 해방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눈물을 실컷 흘리고 나서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빌 프레이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울고 난 후 여성의 85%, 남성의 73%가 기분이 나아진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껏 울고 나면 실제로 뇌와 근육에 산소 공급이 증가하고 혈압이 일시적으로 낮아져 심장병 같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줄어든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심장이 내뿜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주범이 바로 스트레스인데, 울고 나면 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덕분이다. 

일본 토호대 의대의 아리타 히데오 교수는 뇌파, 안구운동, 심전도의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순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가 눈물을 흘린 직후 평상심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실제로 속이 후련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며 공격 본능과 적대감이 줄어든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말기 암 환자를 살린 눈물의 힘
눈물의 치유 효과를 발 빠르게 치료에 적용시키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일본 류머티즘의 권위자 요시노 신이치 교수는 실험과 임상을 통해 류머티즘의 원인인 인터로킹6의 수치가 ‘울음’을 통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소됐다고 발표했다.

암 환자에게도 울음 치료가 병행된다. 암 치료의 권위자인 외과 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수많은 암 환자들을 접하면서 암은 ‘사연이 있는 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암에 걸리기 2~3년 전, 길게는 5년 전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 즉,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 스트레스를 제때 풀지 못한 사람들이 병을 키운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해 이 박사는 암 환자들에게 일주일에 9~10회 정도 ‘제대로’ 우는 치료를 병행해 몸 안의 독소를 배출시키도록 했다. 그 결과,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가 3년 넘게 생명을 유지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았다.  

이 박사는 “눈물은 딱딱하게 꼬인 마음과 응어리진 감정을 풀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그 힘은 항암제보다 뛰어난 약이요, 자연 치료제다. 현대인은 누구나 정직하게 눈물을 흘릴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우는 요령이다. 양파 껍질을 벗기거나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때 나오는 싱거운 눈물은 치유 효과가 별로 없다. 몸속에 쌓인 케케묵은 감정의 앙금을 모두 토해내듯이 목 놓아 울어야 진정한 치유 효과가 발휘된다. 이러한 감정적인 눈물 속에는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량으로 분비하는 카테콜아민 호르몬이 들어 있다.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만성 위염 같은 소화기 질환이 생기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심근경색이나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물은 이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내려는 자연스러운 방어기제인 셈이다.

눈물의 효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고 나면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도 줄어든다. 이 두 호르몬이 줄어들면 부교감신경이 확장되고 상대적으로 면역력은 증가한다. 고통에 차서, 한이 맺혀서, 마음이 아파서, 슬퍼서 목 놓아 울고 나면 그 행위 자체만으로 우리 몸의 면역력이 증가하는 것이다. 또 눈물은 항체 생성을 증가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맘껏 울고 나면 Immunoglobulin-G라는 항체가 두 배로 증가해 소화력이 좋아진다. 한참 울고 나서 허기가 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복직근이 떨릴 정도로 ‘격하게’ 울면 장도 덩달아 출렁출렁 움직이면서 장 기능이 좋아지고 심지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피부도 좋아진다. 땀과 눈물의 배출로 혈액순환이 잘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 울 때 가능하면 오래, 세게, 길게, 크게 울 일이다. 횡격막이 떨릴 정도로 감정을 실어 우는 울음이야말로 현대인에게 많은 심인성 질환을 치유하는 부작용 없는 특효약인 셈이다.?
 


웃으면 엔도르핀, 울면 카타르시스

웃음 치료가 면역 세포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웃음을 통해서 생기와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울음을 통해서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30분 연달아 웃기는 힘들어도 30분 내내 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웃음이 가랑비와 파도라면 눈물은 소낙비와 해일이다. 아리타 히데오 교수는 목 놓아 우는 것은 뇌를 ‘리셋’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현대인은 우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다.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감정 조절을 못하는 시원찮은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두렵고, 너무 자주 울면 가벼운 사람으로 비칠까 염려된다. 애써 눈물을 삼키는 습관이 일시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우리 몸에는 치명타로 작용한다. 눈물로 쏟아내야 할 것을 가슴에 담아두면 병이 된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 헨리 모슬리는 눈물을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치유의 물’이라 칭했다. 전례 없는 세계 금융 위기와 마이너스 경제성장 탓에 안팎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그 슬픔과 노여움을 속에 계속 쌓아두지 말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눈물의 쓰나미에 쓸려 보내자. 어느 때보다 잘 우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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