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30도 이상을 훨씬 웃도는 불볕더위 날씨로 열대야가 계속되면 만성 우울증 환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열대야로 수면환경이 나빠질수록 우울증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증세는 온종일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로, 수면부족 혹은 과수면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평소 잠을 잘 못 이루던 우울증 환자가 열대야까지 겹치면 수면부족상태가 심각해져 충동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급기야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실제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에서는 수면과 관계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우울증 환자에게 수면제 복용을 권유하는 것도 좋지 않다. 약물의 반감기에 따라 각성이 조기에 이뤄져 전체 수면 시간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숙면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어 피곤한 것은 매한가지다. 또한, 복용을 중단하면 오히려 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반동성 불면증’ 같은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 해결은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위적인 수면환경 조성이 먼저다.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정하고 잠자기 2시간 전부터는 잠자는 방 온도를 수면에 알맞은 18~23℃로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기온이 올라가면 인체 역시 고온에 적응하기 위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를 흥분시켜 각성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잠을 자기 전에는 TV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이용을 하지 않고, 조용한 뉴에이지 혹은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부드러운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준다. 이때 밝은 조명 대신 약간 어두운 조명을 켜서, 졸린 상태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술과 각성상태를 유발하는 카페인 음료 섭취는 반드시 피해야 하고 저녁 식사 이후 20~3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도 수면유도에 도움을 준다.
심각할 경우,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은 “한약 가운데 영계감조탕이 불면증환자를 도울 수 있다. 바로 잠들게 하는 기능보다는 환자의 피로와 흥분 및 긴장감을 풀어줘 부작용 없이 수면유도기전을 정상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영계감조탕’에 처방된 복령, 계지, 대추 등 한약재는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근육긴장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