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진, 작가만 찍나요?

환경사진, 작가만 찍나요?

지구시민 생활법

브레인 30호
2011년 10월 24일 (월) 11:53
조회수8431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환경사진이란 아마도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동물이나 깊은 산 속의 야생화처럼 일상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담긴 사진, 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기름을 뒤집어쓴 바다 생물 등과 같은 자연의 폐해를 담은 고발성 사진이 아닐까.

그런데 이 같은 환경사진의 틀에서 벗어나 환경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기르자는 사진 강좌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 지구시민운동연합과 AT스튜디오가 공동 기획한 ‘소통을 위한 사진 특강 - 환경사진에 대한 새로운 생각의 문을 열다’가 그것이다. 강좌를 맡은 사진작가 임동숙이 전하는 환경 사진 찍기의 노하우를 들어본다.


뻔한 소재에서 벗어나기
AT스튜디오 임동숙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는 좋은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못 찍고, 작가가 아니라서 좋은 사진을 못 찍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누구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듯이 사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며 “사진을 찍는 데 중요한 것은 찍는 사람의 시선”이라고 강조한다.

환경사진의 보편적인 주제는 자연과 공존하기, 파괴된 자연 환경에 대한 고민과 고발 등이다. 같은 주제 안에서도 환경사진의 소재와 그 표현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환경사진은 천편일률적인 소재를 모델로 이미지 베끼기를 반복하고  있다.


찍다 보면 주제가 잡힌다
굳이 초원의 야생동물, 깊은 산 속에 핀 야생화 혹은 피폐해진 자연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환경사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환경에 새로운 정의를 내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상의 소재가 남다르게 다가올 테니까.

또 하나, 처음부터 주제를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더라도 사진을 계속 찍다 보면 주제에 대한 감이 잡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의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따른 자신의 인식을 사진에 담아내면 감상자와의 소통이 일어날 수 있다.


사진에 자기 자신을 담아라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도 명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임동숙 대표의 이 말은 사진에는 자신이 투영되게 마련이며, 그런 사진이라야 다른 사람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지만 예쁘게 찍어놓은 사진이 무미건조하고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 일기 작성하기
그저 사진만 찍기보다, 각각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자신의 스타일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고, 사진의 주제도 점차 선명해진다.

 “나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의가 끝난 후 간단한 식사와 함께 뒤풀이 자리가 이어졌다. 참가자 모두 강의실에서 꺼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바쁘다.

강좌에 참석한 정수연 씨는 “그동안 분리수거 잘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등 나름대로 환경을 위해 실천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부분만이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환경에 대한 생각의 범위가 넓어졌다고나 할까.

그리고 환경사진 하면 고발사진이 먼저 떠올랐는데, 고발사진처럼 보는 사람을 자극하는 사진보다 아름다움을 소재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환경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여호진 씨 역시 “사진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강의였다”며 “아마추어인 나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환경사진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창호 씨는 “단순히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요즘 사회 이슈인 환경과 접목해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했고,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강의에 참석했다는 김미향 씨는 “비주얼 요소 외에 찍는 사람의 정신이 담겨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진이 탄생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 오경숙 씨는 “사진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강의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번 사진 특강에도 참석했는데 이후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나 스스로 일상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니 아이들도 환경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하는 것을 따라하더라”라고 소감을 전한다.

이 특별한 사진 특강은 서로의 나눔을 통해 사진을 잘 찍는 방법도, 환경을 위하는 방법도 다 내 일상 속에 있다는 깨달음이 깊어가는 자리였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사진·김성용 pangod@hanmail.net
환경사진 제공·AT스튜디오
소통을 위한 사진 특강에 참여하려면 지구시민운동연합 누리집에 접속해 신청할 수 있다. www.iearthcitizen.org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