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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면서 우리는 습관처럼 생각한다. ‘우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과거에 그 한계는 기술에 있었다. 그러나 기술 상향 평준화 시대가 된 지금, 우리의 논의는 ‘상상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로 전환되었다. 세상에 진열된 수없이 많은 상품들 속에서 차별화를 제시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의 기준은 세상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이다.
3년 전, 개인 방송국을 무료로 분양한다는 판도라 TV를 기획해놓고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핵은 저장 공간이었다. 당시 G메일은 1기가 바이트를 제공하면서 무료 이메일 계정 사업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
기존의 100메가, 500메가를 주던 야후 등 기존 포털 사이트들은 한순간에 고객을 뺏기고 말았다. 그런 상황을 잘 알던 우리는 결국 스스로가 자금의 경쟁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금은 우리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는데 불구하고 말이다.
뜻밖에 우리의 선택은 ‘Unlimited storage’! 무한대의 저장 공간이 세계 인터넷 역사상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이메일이 아닌 동영상 서비스에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순간이다.
가장 위기라고 느낄 때 무한대의 상상력을 발휘해,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동영상 서비스는 많은 저장 공간과 네트워크 비용 문제로 사업화하기 힘든 영역이라고 다들 겁먹고 있었다. 그 위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런 엄청난 생각을 했는지 지금도 놀랍다.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모한 도전’을 해야만 한다고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면 그것은 유일한 것이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 느낌은 매우 단호하고 결연했다. 되돌아보면 우리가 이런 결정을 한 이후에 사업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은 한층 더 강해졌던 것으로 기억난다.
또한 이 새로운 사업에 분명 우리가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것도 자각할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네이버, 다음 같은 거대 포털 사이트가 더 큰 저장 공간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만든 땅에서 고객을 빼앗아가는 예상 상황이 싫었다. 인터넷 특성상 고객들이 타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이 너무 쉽기 때문에 늘 이런 걸 고민하던 우리는 ‘무한대’라는 정답을 찾은 것이다.
상상력은 최고의 무기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가치관의 실현이기도 하다.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이다. 사업은 세상을 변화시킬 때만이 가치가 있다. 변화 없이 돈을 버는 것은 사업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사고의 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사업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멋진 길에서 가장 짜릿한 친구는 역시 ‘상상력’이다.
늘 가능성에 대한 한계가 궁금하다. 우리의 상상력은 인터넷과 같이 넓고 자유스러운 바다에서 도대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까? 불가능성보다는 언제나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인류에게 있었던 것보다는 없었던 것을 보아야 한다. 그것이 상상력의 출발이자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