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생태학자 차윤정 교수

뇌를 자극하는 경험의 숲

브레인 8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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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움은 사람을 매료시킨다. 모든 호기심은 경이로움으로부터 시작된다. 숲에서 아이들은 신비로운 경이와 마주한다. 그 경험이 아이에게 몰입의 기쁨을 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세계를 넓히는 계기가 되어준다. 차윤정 교수를 따라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소풍을 떠나본다.









몰입으로 가는 30미터 

●●  숲은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숲에 들어서서 ‘나무네!’ 하는 순간, 복잡한 실생활의 공간들은 장막 뒤로 사라져 버린다. 숲 밖의 일들은 저절로 잊게 되고 이미 나는 숲의 일원이 된다. 차윤정 교수는 숲을 따라 30미터만 들어가도 몰입하게 된다고 말한다. “다 잊어버리게 돼요. 또 다른 긴장감 때문이죠. 밖의 일들은 저절로 잊게 되고 그러다 보면 몰입을 하게 되지요. 특히 아이들은 숲에서 모든 긴장이 풀어져요. 모든 공간이 열려 있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감수성이 풍부해지지요. 그 속에서 경험한 황홀한 몰입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몸으로 체득하게 해줍니다.”

숲이 주는 몰입은 이뿐이 아니라고 한다. 숲으로부터 돌아와 느끼는 일상은 종전과 다른 새로움으로 또 다른 몰입의 대상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숲에서 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위안과 휴식을 통해 몰입의 힘을 얻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이 일상으로 되돌아와서는 일상에 또다시 몰입한다는 것이죠. 새로운 환경에 들어갔다가 원래 있던 공간으로 돌아왔을 때 생기는 활력을 통해 생각이 흩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훈련이라고도 할 수 있죠.”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숲 

●● 숲은 아이의 세계를 넓혀준다. 하나하나의 개체를 알아가면서 넓히는 세계뿐 아니라 측정할 수 없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까지 키워준다. 숲은 아이를 훨씬 대견스럽게 키워준다. “산골의 아이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기 때문이죠. 사소한 일에는 신경질도 내지 않아요. 아이들은 도시에서는 자신만을 보지만 숲에 가면 너그러워진답니다.” 숲이 키우는 것은 아이들의 인성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산에서 얼마나 아이들이 기발한지 글짓기, 그림 등을 시켜보면 알 수 있죠. 아주 얌전한 아이가 최고의 문인을 능가하는 시를 쓰기도 한답니다. 숲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황당한 질문들도 쏟아놓게 하죠. ‘왜 나무는 위로 자라요?’, ‘물이 왜 땅에서 모터도 없이 나무 위로 올라가요?’ 같은 질문을 해요. 하지만 답을 몰라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은 작은 숲에도 해설사가 있거든요.”

정신적 이완을 경험하게 하는 숲 

●●  사실 숲만큼 저비용에 고효율을 누릴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다. 숲에는 위험한 차 대신 마음껏 뛰어놀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많은 돈을 내고 아이도 어른도 지쳐서 돌아오는 놀이공원과 숲은 차원이 다르다.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당한 산소와 적당한 그늘을 제공하여 돌아오는 발걸음에 더욱 힘이 실린다. “특이해요. 묘한 매력이고 마력이에요. 일단 숲에 가보면  가기 싫다는 걸 억지로 데려다 놨는데도 내려와서 괜히 갔다고 하는 사람이하나도 없어요. 애들도 그렇고요. 내려오는 입구에서 한번 하루 종일 관찰해보세요. 힘들고 비를 맞아도 다들 신비해하고 기뻐하지, 투덜대거나 내가 괜히 왔다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피곤한 직장인들이 쉬지 않고 숲에 오는 것도 다 이런 맛 때문이겠죠.”     
      
도시에서 태어나 시골이나 고향에 대한 감흥이 없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숲은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통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숲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되돌아갈 수 있는 곳, 긴장되고 힘든 정신과 몸을 이완시키면서 자신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거든요.”

인터뷰를 끝내며 차윤정 교수는 자녀들과 부모들이 숲에서 할 수 있는 손쉬운 게임을 제안했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숲에 대한 질문 열 가지’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들보다 부모가 답을 내지 못해 당혹스럽고 놀랄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하다 보면 숲에 있는 과학적인 사실들을 교과서나 생활 속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아이들에게나 부모에게나 숲은 공간을 뛰어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아이의 뇌에, 그리고 자신의 뇌에 새로운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집중력과 상상력, 창의력과 관찰력을 높여주는 숲으로의 산책을 계획해봄도 좋을 것이다.

글·최유리
yuri2u@brainmedia.co.kr│사진·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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